▲ FA 시장에서 큰 관심을 모았던 내야 3총사(왼쪽부터 오지환-안치홍-김선빈)는 아직 계약서에 사인하지 못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구단들의 자세가 너무 소극적이다”

프리에이전트(FA) 선수를 대리하고 있는 한 에이전트는 “FA 시장이 유독 더디게 흘러가는 것은 구단들에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 협상 과정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올해 FA 시장에서는 “구단들이 너도 나도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직 구단 제시액조차 말하지 않은 선수들도 있다”면서 “협상 자세는 담합 수준과 무엇이 다르냐”는 볼멘소리가 거세다. 뭔가 활발하게 조율을 하는 과정에서 협상이 이뤄지기 마련인데, 구단마다 창구를 닫아놓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12월의 절반이 넘어간 현시점, FA로 공시된 19명의 선수 중 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극소수다. 이지영(키움), 유한준(kt), 정우람(한화)이 계약을 했을 뿐 나머지는 모두 미계약 상태다. 물론 실제 협상에서 매우 근접하거나 합의 단계인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 선수들은 아직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금액을 조율하는 것은 엄연한 협상 과정의 일부다. 에이전트들 또한 “선수들의 눈높이와 구단 눈높이에 차이가 있는 것은 인정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에이전트들은 그 이견을 좁힐 협상 자체에 구단이 소극적이라고 비판한다. 사실상 선수들의 항복만 노리고 있다는 불만이다. 계약을 해도 감정의 골이 남을 만한 여건이다. 

이 와중에 오지환은 ‘FA 백지위임’이라는 초강수를 써 많은 이들을 놀라게 만들었고, 실제 이번 FA 시장에서 큰 관심을 모은 한 선수는 12월 초까지 구단으로부터 제시액조차 듣지 못했다. 올해 성과가 좋았던 한 선수는 오히려 구단이 협상을 피한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고, 역시 올해 성적이 좋아 무난한 계약이 예상됐던 한 선수는 올해 연봉보다도 못한 제시액에 쉽사리 도장을 찍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구단들은 급할 이유가 없는 분위기다. 이미 이적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것을 실감했고, 경쟁이 붙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있기 때문이다. 최초 제시액을 올려두고, 거기에서 수정을 하지 않는 협상 테이블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단 관계자들은 “2차 드래프트 등으로 전체적인 FA 시장의 협상 분위기가 더디게 흘러가고 있는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담합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한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 양의지처럼 시장에 좋은 선수가 있다면 경쟁이 붙는 과정에서 시장이 과열될 수도 있다. 그게 바로 1년 전이다. 10개 구단 모두가 마냥 돈을 아끼지는 않는다”면서 “그런 흥행이 될 만한 선수가 올해 시장에는 없는 게 문제”라고 일축했다.

올해 FA 시장은 재자격 취득 등 나이가 많은 선수들이 적지 않고, 젊은 선수들은 올해 성적이 떨어져 스스로 시장 가치를 깎았다는 분석도 많다. 어쨌든 각 구단들이 하나둘씩 종무에 들어간 가운데 해를 넘기는 선수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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