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의 쾌유를 기원하며 일본 팬들이 건 현수막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부산, 이성필 기자] '숙명의 라이벌전'이었지만, 한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에 국적은 없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일본과 최후의 한 판을 치렀다.

흥행 부진이라는 단어는 한일전 앞에서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경기장이 워낙 커 3만 명의 관중이 와도 비어 보이는 느낌이었지만, 크게 문제 되지는 않았다. 양팀을 응원하는 열기가 그라운드를 덮었다. 2만9천252명의 관중이 함성을 질렀다.

무엇보다 '울트라 닛폰'으로 불리는 일본 원정 팬들이 몰린 남쪽 관중석 2층 난간에 걸린 현수막이 시선을 끌었다. '할 수 있다. 유상철 형!!'이라는 문구였다.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의 췌장암 4기 극복을 기원하는 일본 팬들의 성원이자 걱정이었다. 유 감독은 현역 시절인 1999-2000년에 요코하마 F.마리노스에서 뛰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달 투병 사실을 공개한 뒤 요코하마 홈경기에는 같은 문구의 현수막을 들고 응원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국적과 상관없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거친 전설에 대한 걱정과 예우였다.

한일전에도 같은 문구의 현수막이 걸렸다. 요코하마의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보였다. 이들이 직접 가져와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일전 직전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홍콩-중국전이 열렸다. 정치, 사상적 구호는 절대 불가라는 EAFF의 경고가 있었다. 경직됐던 앞선 90분과 달리 한일전의 90분은 국적을 초월한 응원으로 인간미가 있었던 한 판이었다.
 

스포티비뉴스=부산,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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