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임찬규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피치 터널'은 요즘 메이저리그에서 떠오르고 있는 투구 설계 이론이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변화구가 꺾이는 시점을 가능한 타자 앞에 둬야 읽히지 않는다는 얘기다. 변화구가 얼마나 움직이는지보다, 언제 움직이는지가 중요하다는 뜻도 된다. 

사실 투수들은 피치 터널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전부터, 혹은 알기 전부터 이 개념을 활용하고 있었다. 싱커(투심패스트볼)로 메이저리그에서 롱런했던 구로다 히로키(전 히로시마)가 좋은 예다. 

LG 임찬규도 그랬다. 데뷔 초의 강속구를 잃은 뒤 어떻게 하면 타자를 제압할 수 있을지 궁리하던 그는 체인지업과 커브를 더 잘 쓰기 위해 "직구처럼 가다가 변하는 움직임"을 원한다고 했다. 

트랙맨을 알게 된 뒤에는 자신의 계획에 확신이 생겼다. 임찬규는 "트랙맨으로 회전 수를 알 수 있지 않나. 회전 수가 중요하기는 한데, 제가 좋아하는 트랙맨의 장점은 '분포도'다. 타일러 윌슨이나 케이시 켈리는 구종마다 분포가 확실히 보인다. 직구는 몸쪽 바깥쪽에 집중되고, 커터는 여기, 커브는 저기 하는 식으로. 나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고 했다. 

▲ LG 임찬규 ⓒ 곽혜미 기자
임찬규는 신나게 얘기를 이어갔다. 

"커브도 윌슨이나 켈리는 직구처럼 오다가 떨어진다. 나는 피치터널 활용에서 슬라이더 자리가 비어있다. 슬라이더를 던지기는 하는데 시즌 막판에 조금 던진 정도다. 감각적으로 슬라이더 구사가 조금 어려워서. kt전에서 한 번 슬라이더로 헛스윙 유도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딱 걸리는 느낌이 있었다. 전에는 슬라이더가 손에 잘 안 걸렸다." 

"트랙맨이 경기 운영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오른손타자 몸쪽 구사가 약하고 그런 것들이 다 나온다. 안타 맞는 공을 보면 허리 위로 들어간 체인지업이 많았다. 또 투구 수 늘어나는 시점에서 팔 각도 변화까지 기록이 되니까 도움이 된다."

"팔각도가 낮아지고 회전 수가 떨어지는 순간에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는 내 몫이다. 회전 수를 억지로 늘릴 수는 없다. 대신 이제 어떤 순간이 되면 팔이 내려가고 회전이 줄어들고 하는 변화가 올테니 어떻게 대처해야겠다는 구체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됐다. 예전에는 왜 맞지? 당황하는 게 컸다."

트랙맨에 푹 빠진 임찬규는 경기 전 3~4시간을 전력분석팀과 보낸다고 했다. 노석기 전력분석팀장과 함께 상대에 대해서, 또 자신에 대해서 철저히 예습한다. 그는 "저한테 장난식으로 4시간 보고 4분 던지고 내려오냐고 하는 형들도 있다. 그래도 알고 맞는 게 낫다. 약점을 공략하면 확률상 제가 유리한 건 맞지 않나. 그래서 트랙맨 도입이 좋다. 제 유형 자체가 그런 게 많이 필요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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