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영화 '백두산' 포스터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백두산이 폭발한다. 이병헌 하정우 마동석이 뭉쳤다. 이것만으로 영화 '백두산'(감독 이해준 김병서·제작 덱스터픽쳐스)을 기대할 이유는 충분했다. 베일을 벗은 '백두산'은 쪼는 맛보다 보는 맛의 재난영화다. 백두산 화산폭발을 내세웠으나 대재난이 드리운 위기와 공포보다는 소재 따라 잘 빚은 CG, 화려한 배우군단이 먼저 보인다. 거대한 스케일 속에 아기자기한 재미가 보이는, 콜라 한 잔을 곁들여 즐길만한 연말 팝콘무비다. 

북핵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어느 날, 갑작스럽게 백두산 화산이 폭발한다. 거대한 폭발의 여파는 북한은 물론이고 남한까지 미친다. 서울의 빌딩이 흔들리고 도로가 주저앉는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한반도 전체를 초토화할 4차 폭발까지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지질학 교수 강봉래(마동석)의 이론에 근거한 마지막 작전은 마그마 방 인근에 강력한 폭발을 일으켜 화산폭발의 위력을 낮추는 것. 전역을 앞둔 폭발물처리반 대위 조인창(하정우)은 뜻하지 않게 이중간첩인 북한 무력부 자원 리준평(이병헌)과 접촉, 백두산 지하 갱도에서 핵을 폭파시키는 작전을 지휘하게 된다.

'백두산'은 아직 부글거리고 있다는 백두산이 끝내 터져버린다는, 이 땅에 사는 사람이라면 귀가 솔깃해지는 소재를 재난영화의 출발로 삼았다. 재난영화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곳곳에 저만의 변화를 꾀했다.

출발이 박력있다. 인창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갑작스럽게 폭발한 백두산 화산의 피해가 서울에 미친 영향은 대단히 극적으로 묘사된다. 땅이 진동하고 건물이 부서지는 가운데 그저 달리는 사람들이 인창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휘청이는서울 강남의 도로와 건물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한 볼거리다. CG의 완성도도 상당하다.

피해의 스케일을 과시한 '백두산'은 곧장 작전에 돌입한다. 화산폭발이란 대개 '대피' 외엔 답이 없는 재난이지만, '백두산'은 대범하게도 이를 막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고 그 속으로 뛰어든 사람들을 그렸다. 대범한 시도다. 과감한 생략으로 거침없이 전진한다.

이 과정에서 '백두산'은 시시각각 엄습하는 재난 상황이나 불가능한 작전의 수행 과정보다 이를 맡은 사람의 이야기에 공을 들인다. 인창과 준평 두 남자는 분량으로나 무게로나 압도적인 비중으로 이야기를 이끈다. 서로를 알지 못했고 믿을 수도 없었던 두 남자는 화산폭발의 대재난을 막아보겠다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가는데, 밀당을 거듭하는 두 남자의 관계를 꽤 촘촘히 쌓는다. 타이머를 맞춰 둔 재난이 엄습하는 가운데서도 실없이 농담을 나누고 서로를 놀려먹는 이들의 이야기가 뜻밖의 재미를 준다.

그러나 호흡이 아쉽다. 스케일을 과시해야 할 대목에 툭툭 끊기는 편집이 몰입감을 해치는데다 타이머가 마지막에 가까워지는데도 느긋한 분위기가 좀체 바뀌지 않는다. 북한, 미국, 중국이 끼어드는 한반도 역학관계가 가미된 것은 사실성을 위한 선택으로 보이나 기능적인 데 그친다.

극이 한참 지나 등장하는데도 온전히 이야기를 제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이병헌의 몰입도가 대단하다. 액션과 코미디, 드라마를 한번에 오가는 배우의 가치를 입증한다. 하정우는 허허실실 담당으로 대비를 이룬다. 마동석의 쓰임은 적지만 신선하며 전혜진은 제한적이다. 임산부 캐릭터에 도전한 배수지도 제 몫을 한다. 

12세관람가. 러닝타임 128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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