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FIVB 여자배구 월드컵 대회 브라질 전에서 승리한 뒤 포옹하는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오른쪽)과 김연경 ⓒ FIVB 제공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스테파노 라비라니(40, 이탈리아) 한국 대표 팀 감독이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이 아닌 머나먼 이탈리아에서 메시지를 전달한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라바리니 감독은 21일 대한배구협회와 자기 뜻을 전달했다. 지난 1월 협회는 새로운 여자 배구 대표 팀 사령탑으로 라바리니 감독을 선택했다. 그는 지난해 브라질 클럽 팀 미나스를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중국의 랑핑 이탈리아의 지오반니 귀데티 등 여자배구의 명장과 함께한 경력이 인정을 받았다.

지난 2월 28일 국내에 처음 입국한 그는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이하 VNL)와 2020년 도쿄 올림픽 대륙간 예선,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월드컵 대회에서 대표 팀을 이끌었다.

배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라바리니 감독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지난 9월 일본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에서 한국은 6승 5패를 기록했다. 2000년 이후에 열린 월드컵 대회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이다. 한국 여자 배구는 시간이 흐르며 세계적인 추세인 '토털 배구'에 녹아들었다. 극복해야 할 과제였던 '김연경(31, 터키 엑자시바쉬) 의존도'도 줄었다.

앞서 열린 VNL과 올림픽 대륙간 예선, 그리고 아시아선수권대회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월드컵에서 비로소 자신의 색깔을 대표 팀에 입혔다는 점에서 그를 높게 평가하는 이들이 있다.

▲ 스테파노 라바리니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 감독 ⓒ 조영준 기자

반면 라바리니 감독에 의문을 보이는 시선도 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확실한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라바리니 감독은 앞서 대표 팀 지휘봉을 잡았던 국내 감독들과 비교해 모자람이 없는 지원을 받았다.

각 구단에서는 그가 원하는 선수들을 모두 보내줬다. 또한 협회도 라바리니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그가 보여줬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마침내 라바리니 감독에 대한 최종 평가가 내려질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은 내년 1월 7일 태국에서 열리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 출전한다. 아시아 지역에 남은 올림픽 본선행 티켓은 한 장뿐이다. 한국과 태국은 이 대회 우승 팀에게 주어지는 올림픽 티켓 한 장을 놓고 단두대 매치를 펼친다.

태국은 자국 리그를 미루며 일찌감치 올림픽 예선 준비에 들어갔다. 현재 태국 대표 팀의 주축을 이루는 멤버들은 대부분 서른을 넘겼다. 이들은 주니어 시절부터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다. 키는 작지만 빠른 플레이와 끈끈한 조직력으로 세계 강호들을 위협했다.

태국은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본선 진출에 모두 실패했다.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을 자국에 유치한 그들의 올림픽 출전에 대한 열망은 매우 뜨겁다.

▲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오른쪽)과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 ⓒ FIVB 제공

한국보다 태국이 몇 걸음 앞서서 최종 예선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승부에 큰 변수가 되는 홈 어드밴티지도 손에 쥐었다.

이와 비교해 한국은 훈련 기간이 짧다. 협회는 각 구단의 지원을 받아 예정보다 일찍 대표 팀을 소집했다. 지난 16일 대표 팀 최종 엔트리 14명 가운데 김연경을 제외한 13명은 충북 진천선수촌에 입촌했다.

선수들이 호흡을 맞출 시간은 길게 20여 일이다. 현재 이탈리아 리그에서 소속 팀 UYBA 팀을 지휘하고 있는 라바리니는 28일에야 귀국한다.

한국 대표 팀에게 1분 1초는 그야말로 '금쪽 같은 시간'이다. 라바리니 감독은 "한송이(35, KGC인삼공사)를 제외하면 현재 선발한 선수들은 모두 지난 여름부터 함께 했다"며 올해 대표 팀에서 많이 뛴 선수 상당수가 이번 예선에 참가하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태국이 지난 여름부터 우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번 예선을 준비해왔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와 태국을 비교할 때가 아니다. 우리 팀의 능력과 기술에 자신감을 자기고 한마음으로 큰 목표를 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 8월 서울 잠실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라바리니 감독은 "아시아 팀들과 유럽, 남미 등 세계 강호들을 대하는 방법은 전혀 다르다. 여기에 대한 전략도 따로 있다. 이 점은 공개할 수 없다"며 아시아 팀을 상대하는 비법이 따로 있음을 밝혔다.

▲ 김연경 ⓒ 조영준 기자

한국은 적지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를 치르는 부담감도 극복해야 한다. 김연경은 "솔직하게 부담감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원정에서도 좋은 경기를 많이 치렀다. 우리가 원래 하던 대로 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국은 지난 9월 월드컵에서 세계 강호들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 전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현재 상당수 선수들은 3라운드까지 진행된 V리그 일정으로 지쳐있다. 이들의 컨디션을 끌어 올리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태국으로 떠난 점이 중요하다.

라바리니 감독은 "지난 국제대회들을 치르며 가졌던 긍정적인 팀 분위기를 다시 만들어가기 위해 코치진과 선수들에게 기존 방식대로 훈련에 철저하게 임할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라바리니가 입국한 이후 진행될 일주일간의 훈련 과정이 올림픽 출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여겨진다. 라바리니 감독은 "협회는 안드레아 전력 분석관과 세자르 코치가 요청한 전력분석 프로그램을 구매해 제공해줬다. 강성형 코치와 김성현 트레이너가 동남 아시안게임을 직접 참관하며 많은 정보를 얻었다"며 예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짧은 훈련 기간동안 국제 배구에 다시 익숙해질 수 있도록 팀의 전력과 전술 그리고 자료들을 다시 살펴볼 것"이라며 길지 않은 시간에 최상의 훈련 효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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