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에 참가한 여자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대한축구협회는 5월 15일 2023년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유치 신청을 철회했다. 같은 해 열리는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 유치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당시 전한진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은 "2023년 아시안컵과 여자 월드컵 개최 일정이 겹쳐 선택이 필요했다. 국제 축구계 동향 등을 다각도로 검토한 결과, 2023년 FIFA 여자 월드컵에 전략적으로 집중하기로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축구계 관계자들은 4월 6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열린 제29차 AFC 총회에서 열린 AFC 부회장 선거와 FIFA 퍙의회 위원 선거에서 모두 낙선한 여파가 아시안컵 유치 철회로 이어졌다고 풀이했다.

AFC 내 입지가 떨어져 유치 성공 가능성이 떨어진 상황에 FIFA 대회 개최에 더 승산이 있다고 봤다. 남북 교류를 통해 FIFA와 축구의 입지를 높이고자 하는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대한축구협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국이 많지만 2023년 FIFA 여자 월드컵 유치가 더 유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3년 FIFA 여자 월드컵 승산의 배경은 남북 공동개최를 추진한 것에 있다. 1960년 대회 우승 이후 품지 못한 아시안컵 우승을 위한 열망, 그리고 그 기간만큼이나 국내에서 유치하지 못한 아시안컵의 상징성보다 정치적 영향력까지 담보할 수 있는 여자월드컵 남북 공동 개최가 매력적인 카드였다. 남북 교류 사업에 관심이 큰 현 정부의 방향성과도 일치했다.

그러나 2019년 남북 관계가 급격히 경색되며 축구를 통한 교류는 악화됐다. 10월 15일 열린 2022년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평양 원정 경기에 북한은 한국 취재진 및 방송 중계진의 방북을 거부했다. 선수단도 평양 원정 당시 불쾌한 기억을 안고 돌아왔다. 푸대접을 받았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12월 부산에서 열린 2019년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에도 여자부 본선 출전권을 얻은 북한은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 차상위 순위의 대만이 참가했다. 북한은 이어 2020년 2월 제주에서 열리는 도쿄 하계 올림픽 여자부 아시아 최종예선전도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한국에 와서 경기하느니 본선 진출을 포기하겠다는 자세다.

▲ 관중 입장 없이 치러진 10월 15일 평양 원정 월드컵 예선 경기 ⓒ대한축구협회


한국과 교류를 꺼리는 북한 축구계의 반응으로 2023년 FIFA 여자 월드컵 공동 개최는 언감생심이 됐다. 결국 12월 13일 대한축구협회는 여자 월드컵 유치 포기 의사를 FIFA에 전했다. 남북 공동 개최 가능성을 전제하고 추진했는데, 북한 측과 소통이 원천 차단된 상황이라 추진할 수 없었다. 

스포츠와 정치는 분리되어야 하지만, 스포츠가 정치적으로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오히려 스포츠가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부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 축구는 2002년 FIFA 월드컵을 일본과 공동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2007년 FIFA U-17 월드컵, 2017년 FIFA U-20 월드컵 등 남자 축구 대회를 모두 개최했다. 2001년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공동 개최를 포함해 FIFA 주관 남자 국제 대회는 모두 개최했다. 

아시안컵 개최 및 여자 월드컵 개최는 한국 축구가 바라볼 수 있는 또 다른 목표였다. 아시안컵을 포기하고 택한 여자 월드컵 개최가 불발되면서 한국 축구는 적지 않은 국제 대회 유치 공백을 맞게 됐다.  2023년 아시안컵은 이미 2004년에도 개최한 바 있는 중국의 개최가 유력하고, 2023년 여자 월드컵은 2020년 하계 올림픽이 열릴 예정인 일본도 유력 후보국이다. 

대표팀의 전력으로는 도아시아에서 한국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축구 행정에서는 일본과 중국에 뒤쳐지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아시안컵과 여자 월드컵 유치 신청을 철회한 것은 2019년 한국 축구계의 아픈 패착으로 남았다.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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