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환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4번타자 김재환(31)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은 가운데 두산 베어스의 2020년 구상은 해를 넘겨야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환은 지난 5일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갑작스러운 결정이었지만, 오랜 기간 서류 준비를 착실히 해온 덕에 6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포스팅 공시까지 일사천리였다. 문제는 공시 이후 잠잠하다는 점이다. 홍보할 시간이 부족해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포스팅 마감일인 다음 달 6일까지 열흘 남짓 남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조용하다. 

좌완 김광현(31,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일본인 외야수 쓰쓰고 요시토모(28, 탬파베이 레이스), 일본인 우완 야마구치 슌(32, 토론토 블루제이스) 등 비슷한 시기에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 도전장을 내민 선수들의 행선지는 모두 결정됐다. 미국 언론은 포스팅 초반부터 꾸준히 이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구단이 있다고 보도했고,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하나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김재환의 사정은 많이 다르다. 미국 언론의 관심 밖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관련 보도가 거의 없다. 김재환의 에이전트는 추가 자료를 요청한 구단이 있다고 밝혔지만, 앞서 계약까지 이른 세 선수의 상황과 온도 차가 큰 것은 분명하다. 

김재환과 마찬가지로 메이저리그 구단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일본인 내야수 기쿠치 료스케(29)는 27일 포스팅을 철회하고 히로시마 도요카프에 잔류하겠다고 밝혔다. 기쿠치의 포스팅 마감일은 다음 달 3일이었다.

두산은 김재환의 포스팅 금액 하한선을 정해뒀다. 김재환은 올해 연봉 7억3000만 원으로 두산 국내 선수들 가운데 몸값이 가장 높다. 두산은 김재환의 꿈은 응원하지만, 헐값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지금까지 분위기로는 김재환에게 손을 내미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나타나도 좋은 대우를 받기는 힘들 것이란 의견이 많다. KBO리그 복귀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두산은 2020년 밑그림의 기준을 김재환으로 삼았다. 김재환의 거취에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재계약이 달려 있다. 페르난데스는 올해 197안타로 리그 1위에 오르며 구단 한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김재환이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뤘을 때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지는 물음표가 붙는다. 

페르난데스는 전반기에 13홈런을 기록했는데, 후반기는 2홈런에 그쳤다. 전, 후반기 경기 수 차이를 고려해도 눈에 띄는 차이다. 한국시리즈에는 4경기 13타수 1안타 2타점에 머물며 아쉬움을 삼켰다. 김재환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페르난데스의 가치가 어느 정도일지 두산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팀 타선의 핵심인 4번타자와 외국인 타자를 확정해야 2020년 밑그림을 어느 정도 그릴 수 있다. 외국인 선수 계약은 보통 크리스마스 전에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해를 넘기는 상황까지 고려할 정도로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 두산은 만에 하나 페르난데스와 함께하지 못할 경우 대안도 고민하며 김재환 관련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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