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꿈치 수술 여파를 완전히 떨친 김광현은 올해 뛰어난 성과와 함께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꿈도 이뤘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구단 역사상 최다승(88승)을 달성한 시즌이었지만, 마무리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칭찬도 많이 받았지만, 그만큼 비판도 많이 받았다. 이처럼 SK의 2019년은 보는 시각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렸던 시기로 남을 전망이다.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디펜딩챔피언’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시즌에 돌입한 SK는 시즌 막판까지 1위를 내놓지 않으며 선전했다. 하지만 시즌 막판 팀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과 불안요소들이 한꺼번에 튀어 나오며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특별한 전력 보강 요소가 없는데다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 등으로 전력 손실도 도드라진 오프시즌이었다. 하지만 돌려 말하면, SK는 하기에 따라 더 발전할 수 있는 팀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에서 2019년 SK를 결산하는 10개 부문의 시상을 준비했다. 상금과 트로피가 없는 것은 이 시상식의 전통이다.

올해의 타자 : 최정

KBO리그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6년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었다. 6년이라는 긴 기간, 그리고 총액 106억 원이라는 금액은 SK가 최정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를 상징했다. 최정은 그 신뢰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임을 증명했다. 2018년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올해 성적을 상당 부분 회복하며 리그 최고의 3루수 자리에 복귀했다. 큰 부상 없이 141경기에 나갔고, 29홈런과 99타점의 성적도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올해의 투수 : 김광현

팔꿈치 부상 후 1년간 예열의 시기를 거친 김광현은 모든 굴레에서 벗어난 2019년 최고의 자리로 복귀했다. 31경기에서 190⅓이닝을 던지며 17승6패 평균자책점 2.51을 기록했다. 한 번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충실하게 경기를 소화하며 SK의 마운드를 이끌었고, 더 다양해진 레퍼토리로 ‘제2의 전성기’가 왔음을 알렸다. 그 2019년의 마지막에는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자신의 꿈도 이뤘다. 김광현은 SK 팬들의 염원을 간직한 채 이제 더 큰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올해의 헌신 : 김태훈

2018년 61경기에서 94이닝을 던진 김태훈은 올해도 SK 불펜진의 마당쇠로 팬들 앞에 자주 모습을 선보였다. 비록 마무리 보직에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올해도 71경기에서 69⅔이닝을 던지며 7세이브, 27홀드를 수확하는 등 묵묵하게 자신의 몫을 했다. 김광현의 대체 자원으로도 거론되는 등 2020년에도 할 일이 많을 전망이다.

올해의 기량발전 : 서진용

다들 기대를 조금씩 접고 있는 상황에서 화려하게 날아올라 팬들을 더 기쁘게 한 선수. 40이닝 이상 던진 불펜투수 중 평균자책점(2.38)은 3위였고, 홀드 부문(33홀드)에서도 2위에 올랐다. 이른바 ‘웨시퍼’가 차례로 다 터졌는데, 어쩌면 SK 팬들은 드래곤볼을 다 모은 느낌을 받고 있을지 모른다.

▲ 투수로 전향한 하재훈은 모두가 놀랄 만한 적응력과 구위를 선보인 끝에 구원왕 타이틀을 따냈다 ⓒ한희재 기자

올해의 새 얼굴 : 하재훈

시즌 전, 올해 하재훈이 36세이브를 기록하며 대표팀에 승선할 것이라 예상한 분이 있다면 꼭 찾아뵐 수 있도록 제보 부탁드린다. 요즘 기자는 로또를 긁으면 자꾸 꽝이다.

올해의 수비수 : 김강민

“프로 통산 1000경기를 채우고 난 뒤부터 ‘이제는 지금까지 뛰었던 시간보다, 앞으로 뛸 시간이 적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건 분명하다. 아직 정해놓은 시점은 없지만, 내 수비에 문제가 생기면, 후배들이 나보다 더 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이 들면, 이 경쟁에서 내가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미련 없이 먼저 은퇴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싶다” 

2018년 7월 17일, 김강민은 기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앞으로 몇 년간은 은퇴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돌려 말한 것이었다.

올해의 2군 선수 : 이원준

1군 성적은 아쉬웠지만, 퓨처스팀(2군)에서 남긴 성과는 “준비된 1군 선수”라는 구단의 기대가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구위 자체만 놓고 보면 적어도 2군에서는 더 증명할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6이닝 이상을 쉽게 소화하는 이 터프한 선발투수는,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빈 선발 한 자리를 놓고 다툴 전망이다. 완성형 선발로 도약할 2020년이 될지 기대를 모은다.

올해의 재기 : 고종욱

3각 트레이드가 성사될 당시까지만 해도 2018년 성적이 뚝 떨어졌던 고종욱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내준 카드가 팀에서 키우던 대포 자원인 김동엽이라는 점에서도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고종욱은 이 트레이드 최고의 스타가 됐다. 137경기에서 타율 0.323을 기록하며 SK 타선을 이끌었고 31개의 도루까지 기록하는 등 최고의 팀 공헌도를 남겼다. 이제 고종욱이 없는 SK 타선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 트레이드로 SK 유니폼을 입은 고종욱은 팀에 부족했던 부분들을 채우며 맹활약했다 ⓒ한희재 기자

올해의 지도자 : 최상덕 투수코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SK 불펜은 어느덧 팀의 최고 장점 중 하나로 바뀌었다. 굳이 수치를 들이대지 않아도 SK의 6~9회가 이렇게 편안했던 적은 실로 오래간만이었다. 불펜을 이끈 최상덕 투수코치의 공을 칭찬할 수 있는 이유다. 확실한 의사 전달을 바탕으로 불펜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든 일등공신이었다. 1군 투수 메인코치가 될 2020년에는 더 큰 활약이 기대된다.

올해의 프런트 : 스카우트 그룹

SK가 2700만 원에 36세이브 마무리 투수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스카우트 그룹(그룹장 조영민)의 노력 덕이었다. 일본까지 찾아가 꼼꼼하게 선수의 기량을 확인했고,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다. 그 외에도 1군에서 도움이 될 만한 확실한 장점을 찾아 선수를 지명한 것이 2019년 신인드래프트의 성공을 이끌었으며 상당수 선수들이 1군 데뷔에 성공했다. 후순위 지명권으로 불리한 여건이었던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도 대박을 쳤다는 기대감이 크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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