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kt는 2020년 구단 프랜차이즈를 좌우할 중대한 갈림길에 선다 ⓒkt위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패배 의식을 지운 2019년이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성공의 결실을 경험했다. 돈으로 사지 못할 귀중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kt는 이제 막 발판을 만든 것에 불과하다. 그 발판을 딛고 도약할 수 있느냐는 2020년대를 여는 kt에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창단 이후 첫 5할 승률을 달성한 kt는 ‘만년 꼴찌팀’의 이미지에서 벗어났다. 이강철 감독 부임 이후 팀 분위기가 확 달라졌고, 그간 모았던 자원들의 역량과 벤치의 전략이 적시에 잘 어우러지며 마지막까지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놓고 다퉜다. 그러나 kt는 이 성과에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 팀들이 시즌 초반부터 쉽게 무너진 덕을 봤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내년에는 성적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도 느낄 수 있다.

만약 2020년에도 상승세를 이어 간다면 kt는 굴욕의 2010년대와 단절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다. 그러나 되레 고꾸라진다면 2019년의 성적은 의미가 크게 퇴색된다. 중대한 갈림길에 놓은 2020년 kt의 이슈를 정리해봤다.

깜짝 스타들의 상승세, 2020년에도 이어질까

kt의 2019년 호성적을 이끈 것은 기존 주축 선수들, 외국인 선수들의 선전도 있지만 역시 그간 팀 핵심 전력에서 조금은 소외되어 있었던 새 얼굴들의 활약이었다. 불펜에서 대활약한 주권, 선발진에서 10승 투수가 된 배제성, 팀의 리드오프로 자리매김한 김민혁, 주전 유격수로 한 단계 성장한 심우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2020년에도 상승세를 이어 갈 수 있다면 kt는 더 단단해진 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들은 성공의 경력을 꾸준하게 이어 간 경험이 적다. 마냥 2020년 전망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는 이유다. 이들이 흔들리지 않으며 확고한 중심이 되어야 장기적인 kt의 기초 체력도 향상될 수 있다. 

▲ 2020년 시즌을 벼르고 있는 황재균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할 일이 많은 핵심 선수다 ⓒkt위즈

황재균-이대은, 팀 구심점으로 자리할까

최선이야 다했겠지만 분명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 시즌이었다. 리그 정상급 3루수인 황재균의 OPS(출루율+장타율)는 0.824에 머물렀다. 스스로부터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확실한 ‘10승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대은도 예상보다는 조금 다른 위치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17세이브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마냥 손쉬운 데뷔 시즌은 아니었다. 

다만 두 선수 모두 2019년 시즌 마무리가 나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기대가 몰린다. 두 선수가 더 큰일을 해야 kt도 더 큰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다. 한편으로는 나이로 볼 때도 팀의 구심점이 되어야 할 선수들이다. 야수진은 유한준 박경수의 리더십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투수진은 절대적인 연령이 적다. 팀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되는 두 선수가 이제는 리더십 전면에 나설 수 있느냐도 주목할 사안이다.

1루수가 누구야?

선발진, 불펜, 야수 대다수 포지션은 2019년 여러 실험을 거치며 대략적으로 정비가 됐다. 그러나 아직 주전 1루수의 주인공을 찾지 못했다. 멜 로하스 주니어, 강백호의 1루 전향은 현재로서는 없는 일이 될 공산이 크다. 결국 기존 선수들 중 적임자가 나와야 한다. 오태곤 문상철 박승욱 등이 경쟁하는 가운데 올해처럼 적임자가 없다면 타선 구성을 놓고 도돌이표가 이어질 수 있다. 황재균이 1루로 쓸 수밖에 없는 시나리오는, 그 자체로 팀의 혼란을 의미한다. 

소형준-강현우, 팀 미래임을 증명할까

지역 연고팀인 유신고 배터리로 아마추어를 평정한 두 선수가 나란히 kt 유니폼을 입는다. 우완 소형준과 포수 강현우다. 두 선수 모두 또래에서는 ‘대형’이라는 평가가 절로 나오는 선수들이다. 소형준은 이강철 감독 또한 선발 로테이션 경쟁을 염두에 두고 있다. 강현우는 장기적으로 키워야 할 자원이라 전략적 가치가 적지 않다. 

물론 두 선수가 당장 1군에서 확고한 즉시전력감으로 자리 잡는 것을 기대하지는 않아야 한다. 다만 강백호 김민 등과 함께 팀의 미래를 이끌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kt는 부수적인 시즌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소형준과 강현우 외에도 kt는 지금까지 모은 원석들이 많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2군 환경은 구단도 인정하지만, 이제는 하나씩 빛을 낼 때가 됐다.

▲ 2019년 아마추어 최고의 투수로 손꼽히는 소형준은 2020년 가능성 타진에 나선다 ⓒkt위즈

여전히 약한 선수층, 이강철은 선물을 받을까

kt의 2020년 시즌 전망이 조금 엇갈리는 것은 여전히 ‘기초 체력’이 부족하다는 시선 때문이다. 주축 선수들과 백업 선수들의 기량차가 강호들에 비해 다소 크다는 지적을 받는다. 가오슝 마무리캠프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도 그 차이를 줄이는 것이었다. 좋은 평가를 받은 선수들도 더러 있었다. 그래도 단번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kt 또한 여전히 전력보강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트레이드에 적극적인 팀인 만큼 시즌 중에도 시장을 활발하게 누빌 가능성이 있다.

2019-2020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은 소극적이었다. 업계에서는 “대표이사가 바뀌는 전환기에 kt가 과감하게 움직이기는 쉽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올 연말은 다르다. 2020년 5강을 이뤄내거나 혹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시장에서 돈을 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강철 감독 또한 부임 후 이렇다 할 ‘취임 선물’을 받은 적이 없었다. kt도 2020년보다는 2021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만큼 뭔가의 움직임을 기대할 만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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