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백두산'의 이해준 김병서 감독. 제공|CJ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700만 돌파를 앞둔 영화 '백두산'(감독 이해준 김병서, 제작 덱스터픽쳐스)는 설정부터 매력 만점인 블록버스터다. 백두산 화산폭발이라는, 이 땅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귀가 솔깃할 듯한 이야기를 눈이 번쩍 뜨이는 비주얼로 구현해 냈다. 이병헌 하정우 마동석에 전혜진 배수지, 그리고 특별출연 전도연까지 이어지는 화려한 캐스팅도 큰 몫을 한다. 

이를 공동 연출한 이해준 김병서 감독이 시작부터 강조한 건 이 영화가 '내가 만들고 싶은 이야기'보다 '관객이 좋아할 이야기'이길 바랐다는 점이다. '백두산'이 700만 관객을 넘어 까마득해 보이던 손익분기점 돌파를 눈앞에 둔 지금, 두 감독의 바람은 이미 실현된 것으로 보인다. 두 감독에게 듣는 '백두산'의 이야기.

아래 인터뷰 내용에는 영화 '백두산'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백두산 폭발로 강남역 일대가 쑥대밭이 되는 오프닝이 인상적이다. 강렬하고 또 박력있다.

"화산이 폭발하는 재난이 소재다보니까 확실한 진입로가 있어야 했다. '이 현실을 믿어라.' 그렇게 영화가 시작해야 했다. 스케일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체감적으로 다가가길 바랐다. 강남역이라는 공간도 필요했고, 보시는 분들에게 익숙한 공간이었으면 했다. 카메라와 인물에 착 붙어서 표현되길 바랐다. 그 과정 속에서 체험적으로 이 재난을 맞이하고 시작했으면 했다."(이해준)

"사실성도 중요하고 장르적 쾌감을 관객에게 전달해드릴 수 있어야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적 현실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극적 현실감을 표현하려 했다."(김병서)

▶강남역 일대 촬영은 특히 어떤 점이 어려웠나.

"한국 사회의 비주얼이라고 하면 어떤 게 대표될 수 있을까. 무수한 간판들이 그것인데, 간판 상호에 저작권들이 있으니까 정리가 쉽지 않았다. 최대한 비슷하게, 우리 눈으로 맞이하는 색감이나 폰트가 익히 본 것처럼 재조립하는 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물론 현실감을 위해서였다."(이해준)

"강남역 시퀀스가 거의 첫 촬영이다. 후반작업의 완성도를 위해선 시간이 필요한 장면이라 사전에 설계하고 일찍 촬영했다. 손발이 맞기 전이라 부담이 되긴 하더라. 긴장하고 준비했다. 제작팀은 수개월 전부터 섭외를 진행하면서 양해를 구하고 촬영이 진행되도록 했다."(김병서)

▲ 출처|영화 '백두산' 스틸
▶김병서 감독은 '감시자들' 당시 서소문과 테헤란로에서 촬영한 경험이 있다.

"다행히 그런 경험이 있어서 설계할 때 도움이 됐다. 반드시 해야하는 것, 건질 수 있는 것을 따지고 CG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컷을 안배하는 게 중요했다. 영화적 과장이 더해지더라도 실제 장소에서 촬영할 때, 그 장소가 주는 현실감, 현장감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김병서)

▶반면 후반부의 스펙터클이 집중된 백두산 폭발 장면은 실제 촬영이 불가능했다. 어떻게 소스를 얻었나.

"새만금에서 촬영했다. 구체적 지명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CG 작업을 용이하게 하려면 지평선이 펼쳐진 곳이 필요해 그 일대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달리는 차와 지면 외에 폭파는 물론 모든 것이 풀3D로 구현된 것이다."(김병서)

"관객 입장에선 부분부분 4단계를 거쳐서 백두산이 폭발하다보니까 폭발의 스케일을 보여줘야 했다. 최대한 아껴서 마지막에 그 광활한 위용을 주인공의 시선으로 같이 보게끔 하고 싶었다. 최대한 그 신은 그런 스케일감을 놓고서 펼쳐보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이해준)

"다행히 그런 시퀀스에 있어서는 1600컷 이상이 VFX 샷이다. 동영상콘티를 오랫동안 준비했다. CG 슈퍼바이저와 함께. 그걸 통해서 그림을 공유하는 것이다. 늘 막연하지만 그만큼 후반팀, 슈퍼바이저의 설계를 믿고 작업을 진행했다. 계획했던 프리 버전에 가깝게, 오히려 어떤 부분은 더 생동감있게 완성됐다"(김병서).

▶그 모두를 하는 후반작업에 단 3개월반이 쓰였다. 그 자체로도 도전이나 다름없을 텐데. 만족스러운지.

"굉장히 짧다. 백두산처럼 불가능한 미션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후반 팀들이 달려주셨다. 하지만 사전 계획이 있었고 한국 7개 회사가 똘똘 뭉쳐서 그 작업들을 완성도를 높여주셔서 사실 아쉬움보다는 이것이 현재 한국영화 기술의 좌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떤 부분을 더 세공하고 완성도를 높이겠지만 연출자는 주어진 시간 내에 그것을 완성하는 것이 숙명이기도 하고 책임과도 같은 것이라. 이 시간, 여기까지가 실력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이다."(김병서)

"저희는 그 간의 시간도 없었지만 그간 작업물들을 확인하면서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어느정도 완성도는 가져가고 있구나 했는데 보시는 분들은 다를 수 있지 않나. 우리 작업이 기대와 어긋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걱정 반 우려 반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극장을 다니다 보니까 그래도 우려보다는 기대에 맞게끔 잘 봐주신 것 같다고 감사하다."(이해준)

▲ 영화 '백두산'의 이해준(왼쪽) 김병서 감독. 제공|CJ엔터테인먼트
▶'백두산'의 출발은 많은 관객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 전 작업과는 확실히 달리 하고 싶었다. 확실한 장르영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 그런 마음이 우선이었다. 그렇게 시작하다보니까 백두산이라는 소재를 찾게 됐다. 백두산 화산 분화를 일으키면 모든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땅을 디디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 공감을 살 수 있고 화산폭발이라는 한국에서는 처음 하는 소재다보니까 감독으로서는 도전이기도 했다.

구상은 7~8년 전. 실제 작업은 4~5년 전 시작했다. 시나리오가 좀 길어졌던 경우다. 시나리오를 쓰다보면 자기가 쓴 걸 수정할 수밖에 없기에 본능적으로 피해의식도 있다. 이 영화는 그런 마음에서 출발했기에 과감하게 이게 아니다 싶은 이야기는 버렸다. 새로 이야기를 만들고 써내는 과정이 많았다."(이해준)

▶과거 버전보다 두 남자에게 집중한 버전으로 영화가 완성됐다. 그 역시 보다 많은 관객과 만나기 위한 선택이었나.

"이전에는 인물들이 지금보다 더 있었고, 각 이야기가 더 배분돼 있는 형식이었다. 이야기를 다시 지우고 써내려가는 과정에서 선택과 집중을 했던 것 같다. 이야기가 관객에게 쉽게 다가가려면 어떤 형식이라야 할까. 고민하다보니까 지금의 형태가 됐다."(이해준)

▶두 감독 모두 이전에 공동연출 경험이 있다. 이전 작업에 대한 만족감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공동연출이란 방식을 선택하게 됐을 텐데 어떻게 시작했나.

"공동작업은 시나리오 쓰기 시작할 때부터. 각자 공동연출 경험이 있고, 제가 촬영자로서 두 편 같이 작업한 경험도 있어서 협업 자체가 뭔가 자연스럽게 시작됐던 것 같다.

지난 작업에서 장점과 단점을 느꼈다. 그런 점에서 좀 더 긴밀한 협업이 가능할 수 있겠다 느꼈다. 특히 이 작품 경우는 저희가 새롭게 도전하는 지점도 많고, 그런 지점에서 이 에너지원들을 좀 더 집중해서 합심해서 끌고가야겠다는 생각도 컸던 것 같다. 서로가 서로를 밀고 끌면서 목표까지 달려가려면, 긴 여정이 되겠지만 의기투합을 해보자. 이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이런 방식이 선택된 것 같다."(김병서)

"이 영화는 공동연출이 더 적합하겠다 했다. (김병서 감독과는) 일도 같이 하지만 일을 안 할때도 일도 같이 먹고 밥도 같이 먹는 동네 술친구 밥친구다. 자연스럽게 지냈기 때문에 공동 작업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자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이해준)

▶그런데 두 감독이 동시에 있는 단톡방이 없었다고 들었다.

"그러고 보니 왜 안 만들었지? 대신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는 일이 많았다. 한쪽에 통화했어도 같이 이야기를 하게 되는 거다. 이미 시나리오 단계에서 치열했고 이후에는 이견이 있을 일이 없었다. 저녁을 뭐 먹을까 이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단톡방에서) 누가 아무나 대답해, 이런 건 아니었다. 그래야 더 혼선도 없겠고. 영화란 상황이 유기체처럼 변하지 않나. 어쨌든 상의할 수 있는 하나의 라인이 있어야 하니까 함께해준 배우들이 저희 배려를 해주신 것 같다."(김병서)

▶두 감독이 '월수금' '화목토'로 나눠서 무전기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던데.

"마찬가지로 둘다 무전기를 가지면 혼선이 있을 수 있으니까. 컷은 한목소리로 나눠야 하는데 편의상 그게 월수금이든 화목토든 그런 관점에서 번갈아서 했다. 분담을 해서 연출을 했다고 보통들 하지 않았냐 하는데 저희는 시나리오 때부터 지금까지 한몸처럼, 뭔가 일을 나누지 않고 똑같이 일했던 것 같다. 둘이든 하나든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 아닐까 한다."(이해준)

▶촬영감독 출신인 김병서 감독이 기술적인 파트를, 이해준 감독이 이야기를 책임지는 공동연출 구조라 쉽게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나보다.

"물론 특화된 부분이 있다. 제가 촬영자로서 그런 비주얼을 담당한다기보다는 사실 그건 (이해준) 감독님 시나리오에 더 표현돼 있었다. 비주얼 이해도가 높고 새 비주얼에 관심이 높고, 저도 드라마나 감정이 중요했다. 논의 자체에 경계가 있지 않았다. 그때 롤을 수행할 뿐, 어떤 마음으로 어떤 귀결을 맞는지는 같았다. 다만 그런 과정이 익숙해지면서. 어떨 때 리드해주면서 하는 지점은 있었을 것이다."(김병서)

"아니면 어떤 역할도 둘다 안했을 수도 있다.(웃음) 김지용 촬영감독도 있고 덱스터 김용화도 계시고 정우씨도 자리매김하시고. 집단지성처럼 만든 영화가 아닐까. 협업이 잘 된 것 같다. 새롭게 해석하고 도전을 듣고 흡수하는 지점도 많았다.(이해준)

▶두 감독이 공동연출인데, 더구나 제작자는 김용화 감독이고 주연인 하정우 역시 연출을 한다. 든든한 반면 어렵기도 했을 것 같다.

"든든한 점이 더 많았다. 자문도 구하고 시나리오 회의도 했다. 저희가 갖지 못했던 부분을 흡수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과정에서 영화가 풍부해지는 길을 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그분들이 이런 롤을 침범하지는 않으셨다. 각자 위치를 준중해 주셨다. 그런 점에서 균형감있게 협업이 잘 된 것 아닌가 한다"(김병서)

▲ 영화 '백두산' 메인포스터
▶CG 버금가게 캐스팅이 화려하다.

"시나리오 쓸 때부터 희망이었다. 소원카드 같은. 두 분이 했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초고를 쓰기 시작했다. 감사하게도 두 분을 인물들로 만나게 돼서 감사한 동시에 비현실적이었다"(김병서)

▶이병헌이 카리스마 담당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면 하정우는 이야기를 이끌면서 유머와 인간미를 발휘한다.

"의도된 결과다. 인창은 처음에는 지금보다는 좀 더 딱딱하고 멋진 주인공이었다. 정우씨가 한 말이 있었다. 이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가 될지 감을 잡았어 하며. '이 캐릭터는 한마디로 투머치토커야' 그때 힌트를 얻었다. 본인 자체가 캐릭터가 바닥까지 뒹굴어야 이 이야기가 산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이 이야기가 의도치 않게 미션을 맞이한 인물이 허둥대고 허둥대면 허둥댈수록 당황하면 당황할수록 관객 입장에서 이야기를 바라보는 시선 입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출발해서 위중한 미션을 관통하면서 성장하는 캐릭터여야 했다. 그런 건 배우와 협의해가면서 좋은 과정을 겪으면서 만들었다.

리준평 같은 경우는 그랬던 조인창 시선에서 봤을 때 재난보다 더 큰 위협이 되는 인물로 나타나길 바랐다. 어둠을 뚫고 딱 나왔을때 저 사람 첫마디가 뭘까 주목하게 되는. 의뭉스러운 인물이길 바랐다. 그래서 전라도 사투리로 시작한 게 의외성, 저 사람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저 사람 본심은 뭘까, 긴장을 유지하면서 인창을 괴롭힌다. 그렇게 그리다가 결국엔 그 사람의 진심을 관객이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잡아 그렇게 연기했다."(이해준)

"이병헌 선배도 자칫 멋스럽고 영화적 인물로 보일 수 있는데 무너질 떄는 더 무너지면서 콘트라스트를 만들었다. 극을 타고 넘어가는 텐션과 이완을 만들어 주셔서 훨씬 비체적인 인물이 됐다.(김병서)

▶액션 마스터 마동석은 박사님이 됐다.

"재난영화 하면 으레 등장할 수 있는 필요조건 같은 캐릭터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데 대본을 쓰며 그런 점에서 한계를 느끼며 입체감 있고 생명력을 부여하려면 어떻게 할까, 캐스팅으로 돌파할 수 있을까 했다. 한 마디로 ''거꾸로 캐스팅'을 해볼까'. 전혀 과학자에 어울리지 않는 배우를 하면 어떨까. 막상 촬영을 하다보니까 지질학자같이 등장하시더라. 도식적인 캐스팅이라면 지금같은 분위기가 안 날 것이다."(이해준)

"동석 선배님도 기획부터 큰 힘을 실어주셨다. 동력이 되어주시고, 본인도 각본을 재미있게 읽었고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고 힘을 실어주셨다. 작업하면서 늘 감탄했던 건, 신의 활력이랄까. 분위기를 압도하는 지점이 있다. 자칫 무겁게 갈 수 있는 재난영화의 분위기에서 숨쉴 틈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 강남역 일대 초토화되고 서울 피해상황 보여질 때 비로소 등장하는데, 캐비닛 열었을 때 나오는 목배게 같은 건 마동석 선배의 아이디어다. 한숨, 두려움, 걱정이 있는 재난영화지만 예기치 않은 웃음도 있다고, 진입할 수 있도록 호흡을 만들어 주셨다."(김병서)

▶배수지, 전혜진의 경우 분량이 제한적이고 편집도 상당히 이뤄진 것 같다.

"촬영은 다 했다. 수중촬영도 하고, 다섯 명 교차가 이뤄지는 시퀀스 경우 한 사람씩 매조지면서 교차했더니 역효과 느낌이 좀 났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보여지는 것보다 보이지 않음으로서 힘이 생기는 부분을 고려했다. 탁 빠졌을 때 생사는? 궁금해하는 쪽이 더 효과있겠다는 판단에서."(이해준)

"그것이 다 옳은 선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쉽다기보다는, 그런 리듬으로 뵙기로 마음을 정했으니까 앞으로 복기도 해야 할 거다. 전유경 캐릭터 경우는 오히려 전혜진 누나로부터 전유경이 나온 격이다. 누군가를 설득하고 끌어내서 계획을 추진한다. 상황에 따른 감정을 보이면 배우의 연기는 돋보이겠지만, 그보다는 이 안에서 위중함과 톤앤 매너를 지켜주는 게 필요한 것 같다고 해주셔서, 오히려 편집 과정에서 너무 감사를 드린다. 상황의 무게감을 견뎌내줘야 하는 캐릭터가 필요했다. 그 부분을 잘 담아내 주셨다"(김병서)

▲ 영화 '백두산'의 이해준 김병서 감독. 제공|CJ엔터테인먼트
선아 역 전도연의 특별출연은 놀라웠다. 밑도 끝도 없이 등장하는데 사연이 다 설명되는 것 같더라. 감독들과의 인연으로 출연했다고.

"한 신 나온다. 그걸로 전사가 설명돼야 하고, 몇몇 짧은 순간의 대화를 통해서 준평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떻게 그리고 딸 순옥은 왜 보천에 가 있으며 다 설명이 돼야 했다. 그런 등장만으로 설득이 되는 배우가 필요했다. 저희는 장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 전도연씨를 생각해도 되나 할 정도였다. 그런데 흔쾌히 출연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이해준)

"스태프도 최소만 전도연씨 출연을 알고 있었다. 하루 촬영이지만 현장 장악력이 엄청났다. 소파에서 선아 그대로 자리를 떠나지 않으셨다. 시간이 유예된 곳에 생명력을 소진해가면서 남아있었을 것 같은 인물인데, 그 공간에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더라. 한 신을 나오더라도 작품에서 이 역할로 임해주시는 모습이 진짜 다시 한 번 감탄했다."(김병서)

마지막 인창의 표정이 궁금하다. 뒤돌아보지 말고 달리라는 인창의 표정을 영화도 잡지 않는다.

"저희에게 방점이 찍힌 건 준평이 가면서 마지막 고백을 했다. 나는 아버지인 적이 한번도 없었어. 너는 아버지가 돼라. 뒤돌아보지 말고 앞을 향해 나아가라는 데 방점이 찍혔다. 뒤돌아보지 않는 인창을 꼭 그리고 싶었다. 한동안 그 모습이 관객들로부터 궁금해하길 바랐다. 어떤 표정으로 나갈까. 어떤 감정일까. 그게 드러나는 시점을 고민했고 지금의 시점을 택해서 비로서 얼굴을 보여주려고 했다."(이해준)

극중 하정우가 수지를 부르는 애칭 '큐티쁘띠'가 콕 귀에 박힌다. 하정우는 오글거린다 했는데, 이해준 감독의 아이디어라고.

"오글거려서 한 거다. 연인끼리 하는 애칭을 들켰을 때, 남자들끼리는 이게 굉장히 부끄럽다. 알아서는 안되는 사이에서면 더더욱. 관계성이 그런 데서 드러나길 바랐다. 그게 그냥 애칭이길 바랐다."

관객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주사위가 던져졌다면 숫자가 6이었으면 좋겠다. 영화가 저희가 좋아하는 이야기여야 하지만 보시는 분들이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영화다. 그런 바람대로 극장 찾는 분들께서 온전히 마음을 놓고 영화를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이해준)

"무대인사를 다니면서 가족단위 관객들이 유독 반가웠다. 영화가 다루는 것이 재난도 있지만 그 인물들을 따라가다보면 인물들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들, 상투적이지만 보편적인 가족애라든지 다시금 가족들이 돌아보고 느끼는 계기가 되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김병서)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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