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대하게 출발한 대전 하나시티즌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대전, 이성필 기자/임창만 영상 기자] "성적은 당분간 필요 없으니까 일단 구단 체계부터 좀…."

하나금융그룹이 인수, 재창단한 대전 하나시티즌을 바라보는 대전 팬들의 마음은 기대감과 걱정이 공존했다.

대전 하나시티즌은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창단식을 열고 대전 시티즌의 기억을 지우고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였던 허정무 대표이사가 김정태 구단주의 지원을 받아 구단을 운영한다.

시민구단에서의 대전은 실속은 없는, 시끄럽기만 했던 구단이다. 가난한 시민구단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했다. 잡음도 이어져 선수 선발에 권력의 힘을 앞세워 우화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일도 있었다. K리그1, 2(2부리그) 승격과 강등이 계속되는 등 말도 많았다.

하지만, 하나금융그룹이 인수하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180도 달라지는 첫 사례가 됐다. 가난함에서 벗어나 이제는 돈을 쓰는 구단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가난한 구단을 응원하던 팬들의 마음도 복잡했다. 창단식을 찾은 안원민(41) 씨는 "대전이 갑자기 부자구단이 되니 당황스럽다. 처음에 대기업에서 구단을 인수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믿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상황이 좀 웃프다"고 전했다.

아이들과 창단식에 온 정성은(50) 씨는 "구단 주주였던 사람이다. 팬들이 시민이고 시민이 팬이었기 때문에 시원섭섭하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도 왔고 대표이사도 허정무 전 감독 아닌가. 더는 잡음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성적은 당분간 필요 없으니 구단의 틀만 좀 갖춰주기를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이 인수한 대전의 사례는 시도민구단이 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기업구단으로도 전환, 상품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K리그는 K리그1 12개 구단은 정확히 50%의 비율로 기업, 시도민구단으로 나뉜다. K리그2의 경우 6개 구단이 시도민구단. 4개 구단이 기업구단이다.

▲ 구단기를 흔드는 김정태 구단주 ⓒ연합뉴스

시도민구단이 많지만, 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활용 가치가 있다는 것을 지난해 대구FC가 DGB금융그룹의 '네이밍 마케팅' 성공 사례로 알렸다. 주변 상권까지 살아나고 도심 재생 효과까지 있었다. 

대전도 축구 열기가 잘 만들면 충분히 폭발 가능한 도시다. '축구특별시'라는 수식어가 대변한다. 과거 대전이 성적을 적당히 내주면 관중들이 알아서 경기장에 오는 구조다.

대전 관계자들도 잘 알고 있다. 홈구장 대전월드컵경기장 25년 장기 임대로 다양한 수익 사업이 가능한 틀을 갖췄다. 장기적으로 자생력을 도모한다는 의미다. 대전 관계자는 "경기장 운영권도 가져왔고 다양한 방식의 마케팅이 있을 것이다. 기존의 마케팅 방식을 보니 다소 주먹구구식이나 자금의 한계로 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들이 있더라. 이제는 이를 충분히 활용해 움직일 것이다"고 말했다.

황선홍 감독을 앞세워 단계적으로 성적을 낸다면 인기 회복도 가능하리라 보고 있다. 황 감독도 구단의 계획에 반했다며 "구단이 가진 비전 중 하나는 1부리그 진입 이상이다. 글로벌하게 맞춰져 있다. 1부리그 진입이 첫 번째 과제도 더 나가서 아시아권에서도 할 것이다"며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로 명문 구단으로 가는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새로 출발하는 대전과 여기에 투자하는 하나금융그룹이 지치지 않으려면 끈기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리그는 길고 승격 전쟁은 상상 이상이다. 대전이 힘을 충분히 비축하고 출발해야 하는 이유다.

 
스포티비뉴스=대전, 이성필 기자/임창만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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