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하나시티즌 황선홍 감독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대전, 이성필 기자/임창만 영상 기자] K리그 최초로 시도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전환한 대전 하나시티즌을 끌고 가는 '황새' 황선홍(52) 감독은 2018년 5월 FC서울 지휘봉을 놓은 뒤 1년 8개월 만에 현장으로 돌아왔다. 중간에 옌볜FC(중국) 감독을 맡았지만, 파산으로 해체되면서 실질적 현장 복귀는 대전으로 봐야 한다.

황 감독은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대전 창단식에 상기된 얼굴로 등장했다. 워낙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처리하고 있어 지인들을 만날 여유도 없이 선수단 개편에 골몰하고 있다. 강철 수석코치, 김일진 골키퍼 코치 등 함께 했던 코칭스태프에 대전 시티즌 창단 멤버였던 서동원 코치와 선수단 구성에 애쓰고 있다.

창단식은 성대했다. 구단주인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부터 함영주 부회장, 허태정 대전시장에 대전을 지역구로 하는 박범계, 박병석 국회의원 등 소위 '귀빈'들이 모두 참석했다. 세계적인 명문 구단이 되겠다는 목표로 새 출발을 알렸다. 

선수 시절 엘리트 코스만 거쳤고 지도자 입문 후 전남 드래곤즈 코치를 시작으로 부산 아이파크, 포항 스틸러스, 서울 등 기업구단만 거쳤던 황 감독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다. 대전은 하나금융그룹을 통해 기업구단으로 전환했지만, 운영 주체만 달라졌지 선수 구성은 시도민구단 수준이다.

황 감독이 거쳤던 구단은 국가대표급 선수들과 최고의 외국인 선수가 존재했다. '쇄국 축구'로 명명했던 포항 시절의 경우 우수한 국내 선수에 탄탄한 유스 출신 선수까지 붙어 수준이 높았고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등 많은 것을 해냈다.

하지만, 사건 사고가 잦았던 'K리그의 험지' 구단, 대전은 다르다. 시민구단 체제에서 외부의 압력을 받아 인위적으로 선수단을 늘렸다가 군살을 빼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구단 운영 전문가들이 새롭게 모였지만, 과거를 청산하느라 황 감독을 돕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것도 있다.

게다가 창단식은 선수단을 얼추 구성하고 전지훈련을 떠나는 시점에 열렸다. 황 감독이 원하는 선수와 같이 길을 걷기에는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코너 채프만, 이슬찬, 이규로, 구본상, 최재현 등 나름대로 선수 영입을 했지만, 더 많은 수혈이 필요해 보인다.

▲ 구단기 흔드는 황선홍 감독 ⓒ대전 하나시티즌

그나마 구단이 근시안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비전을 황 감독에게 제시한 것은 긍정적이다. 황 감독은 "팀은 미래가 있어야 한다. 대전이 가진 미래나 비전이 매력 있었다. (하나금융그룹의 전략에 맞게) 글로벌하게 나가자는 것에 공감했다. 그런 팀을 갈망했다"며 새로운 도전을 흥미롭게 수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K리그1 승격은 물론 ACL 진출을 통해 아시아에 모기업의 브랜드를 알리면서 함께 성장하겠다는 목표에 동감하는 황 감독이다. 기존에 경험했던 구단들은 세계를 향하겠다는 목표 의식이 없었다. 그저 K리그나 ACL에 진출해 우승하겠다는 수준에 그쳤던 경우가 다수였다.

점진적 변화를 예고한 황 감독이다. 옌볜과 동행하지 못하고 긴 휴식을 취하면서 다양한 축구를 봤다는 황 감독은 "축구관의 변화는 많지 않다. 다만,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어떻게 갖출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며 스스로 나아지기 위한 공부가 필요했음을 전했다.

이어 "그동안 쉬면서 선수단과 소통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봤는데 외적으로 강하다는 이미지가 있었던 것 같다. 새로 팀을 맡으면 전술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선수들과 잘 만들어서 창의적인 팀이 되도록 바꿔 나가겠다. 어린 선수들의 경향에 맞춰서 하려고 한다"며 때로는 자신의 축구 철학을 버리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전은 선수층이 두껍지 않다. 대신 젊은 선수들이 많고 잠재력이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실제로 최선참이 1988년생 이규로다. 우리 나이로 서른셋에 불과하다. 대다수가 20대 초반이다. 확실한 에이스가 없는 상황에서 젊은 선수들의 패기와 의지에 기대야 한다.

황 감독은 "팀에 젊고 유능한 선수가 있다. 새로 영입한 선수 중에서도 능력을 저평가받은 경우도 있다. 있는 선수들로 만들고 보강하겠다"며 원석을 보석으로 만들기 위해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책임감으로 뭉친 황 감독이 대전을 얼마나 바꿔 놓을까가 올해 K리그2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중요한 관전포인트로 자리 잡았다. 



스포티비뉴스=대전, 이성필 기자/임창만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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