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준용 ⓒ KBL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영화 '커런트 워(The Current War)'는 19세기에 벌어진 두 천재의 '전류 전쟁'을 다뤘다.

1880년대 중반 토머스 에디슨과 조지 웨스팅하우스는 각각 직류(DC)와 교류(AC) 방식을 내세웠다. 둘은 미국의 전력 송전 방식을 놓고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였다. 물밑, 물 위를 가리지 않았다.

전류 전쟁은 웨스팅하우스 승리로 끝났다. 하나 두 천재의 생산적 경쟁으로 인류 삶은 윤택해졌다. 영화는 우리가 잘 몰랐던 에디슨의 독불장군 면모와 웨스팅하우스 재발견을 관객에게 선물한다.

천재끼리 자존심 대결을 축으로 삼은 줄거리는 낯설지 않다. 결말과 극 분위기도 어느 정도 예상이 된다.

그러나 에디슨의 권모술수도 불사하는 삐딱한 성격과 치밀하고 신중한 웨스팅하우스 대비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차이는 묘하게 어우러져 작품에 무게감을 더한다.

번득이는 언변을 지닌 비즈니스형 발명가와 진중한 실험자. '서로 달라서' 이야기가 풍부해진 셈이다.

▲ 지난 4일 경기에서 신경전을 벌인 SK와 LG 선수들 ⓒ KBL
기준 잡기가 쉽지 않다.

분위기를 북돋는 쇼맨십과 선 넘은 도발 사이. 당사자와 동료, 팬들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최준용(26, 서울 SK 나이츠)과 강병현(35, 창원 LG 세이커스)이 충돌했다. 주말 내내 둘 몸싸움을 다룬 기사가 쏟아졌다. 수백 건에 이르는 기사마다 댓글이 주렁주렁 달렸다.

둘은 지난 4일 경기에서 부딪혔다. LG가 41-50으로 끌려가던 3쿼터 5분 43초쯤 리바운드 경합 과정에서 몸싸움이 충돌로 이어졌다.

비디오 판독으로 상황을 확인한 심판진은 최준용에게 테크니컬 파울 경고를 선언했다. 판독 결과 최준용이 엉덩방아를 찧은 강병현을 향해 공을 살짝 내미는 행위를 보였고 이 플레이에 도발 의도가 담긴 것으로 판단했다.

더불어 최준용을 두 팔로 넘어뜨린 강병현과 몸싸움에 관여한 SK 김민수에게 언스포츠맨라이크(U) 파울을 선언했다.

최준용은 플레이 밖 다양한 세리머니로 유명하다. 기량도 훌륭하지만 리그에 다채로운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스타성도 갖췄다.

점프슛을 넣은 뒤 왼 손목에 새긴 2달러 문신을 중지 약지 소지로 날리는 세리머니가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상대 벤치나 관중석을 향해 ‘쉿’ 세리머니를 던지거나 오토바이, 활쏘기 세리머니가 강한 인상을 남겼다. 

넘어진 수비수를 지그시 바라보는 골 뒤풀이도 간간이 선보였다.

팀 동료 전태풍은 "팬들이 정말 좋아한다. (최)준용이 행동은 리그 흥행에 도움이 된다. 타 팀 선수들도 동참했으면 좋겠다"며 세리머니 필요성을 긍정했다.

실제 지난 4일 경기 뒤 분위기는 무겁지 않았다. LG 현주엽 감독은 기 싸움으로 두 선수 충돌을 이해했다.

"최근 3연패하면서 팀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특히 연습 때 (강)병현이한테 한두 마디 툭 건넸다. '상대와 기 싸움에 좀 밀리는 것 같다. 경기에서 지는 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기 싸움에서 밀리는 건 용납이 안된다'고 얘기했다. 오늘(지난 4일) 경기에선 (강)병현이가 (농구 외적인 부문에서) 잘 잡아준 것 같다."

수훈 선수로 인터뷰장에 들어선 LG 김동량 김준형도 온도가 비슷했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여겼다

"경기하다보면 몸싸움이 많이 벌어진다. 그렇게 큰 (이야깃)거리가 아니다. (강)병현이형도 그렇게 (밀치는) 행동은 했지만 이후 차분히 가라앉히고 '다시 경기 제대로 하자'고 말씀해주셨다. 그때부터 우리 경기력이 올라간 것 같다. 좋은 (반등) 계기였다"고 덤덤히 설명했다.

최준용은 '조금 다른' 선수다. 그의 세리머니는 팬들에게 유쾌한 볼거리를 준다. 

경기장 온도를 끌어올리고 팀 사기 진작, KBL 흥행성 제고에도 한몫한다. 그런 면에서 최준용 세리머니는 요긴한 자산이다. 

미국프로농구(NBA)서도 스타플레이어를 상징하는 세리머니가 많다. 제임스 하든이 펼치는 '스파게티 세리머니'와 스테픈 커리 '어깨춤' 르브론 제임스 '총 세리머니' 등 떠오르는 골 뒤풀이가 많다. 득점에 메시지를 실어 경기 흐름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다.

최준용이 유념할 건 하나다. "비디오 판독까지 진행됐는데도 테크니컬 파울 경고가 주어졌다. 그러면 (당사자는 의도가 없다 해도) 반칙 행위가 맞다고 생각한다"는 현 감독 말처럼 실수를 받아들이고 심판 판정을 겸허히 수용하면 된다. 

의도가 없었다는 말을 되도록 줄이고 앞으로 주의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게 상수다. 

세리머니를 비롯한 코트 위 캐릭터도 그렇다. 동업자 정신에 위배되지만 않으면 된다. 이번 최준용 행위는 그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었기에 논란을 빚었다.

일각에서 '언젠가 그럴 줄 알았다'며 그의 캐릭터 자체를 폄훼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복기하고 반성은 하되 그 이상으로 위축할 필요는 없다.

1880년대 초반까지 미국 전기 보급 주도권은 에디슨이 꽉 쥐고 있었다. '직류 전기 왕국'을 건설했다는 세평이 나왔다. 

웨스팅하우스는 돌연변이를 자처했다. 유럽이 싹 틔운 교류 방식 가능성에 주목하고 에디슨 회사를 뛰쳐나온 니콜라 테슬라와 손잡아 왕국을 무너뜨렸다. 이후 웨스팅하우스는 현대 전기 보급망의 아버지로 불리게 됐다.

언론은 "에디슨 독주가 허물어지면서 미국 전기(電氣) 산업은 새로운 전기(轉機)를 맞았다. 에디슨이 설립한 제너럴 일렉트릭도 수혜를 입었다. 송전 방식은 내줬으나 그간 쌓은 전기 제품 제작 노하우를 바탕으로 웨스팅하우스와 협업을 이루는 구조로 판이 짜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돌연변이가 산업 다양성을 키우고 경쟁을 일으켜 상승장을 끌어 낸 격이다.

최준용도 돌연변이 같은 선수다. 선후배 질서가 엄한 한국 체육계에서 흔치 않은 캐릭터다. 실책을 저질렀지만 선수 고유의 결은 이어 갈 수 있도록 지혜로운 채찍이 필요하다. 온랭을 오가는 팬들의 시선이 긴요하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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