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롯데 자이언츠와 FA 계약을 체결한 내야수 안치홍. ⓒ롯데 자이언츠

- 안치홍 2년 후 FA 재취득? KBO 규약상 4년간 FA 자격 재취득 금지
- 2년 후 방출시 단년계약만 가능, 그러나 계약조건에 따라 '사실상 FA계약' 여지
- '4년간 FA 자격 재취득 금지' 조항 무력화 가능성, 규약 변경 고민할 때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KBO리그에서 보기 드문 FA 계약으로 시장에 생각할 거리를 던졌다.

롯데는 6일 내야수 안치홍(30)과 계약기간 2년 최대 26억 원 (계약금 14억2000만 원, 연봉총액 5억8000만 원, 옵션총액 6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롯데는 리그에서 검증된 2루수인 안치홍을 영입하며 타선의 강화와 함께 내야의 치열한 경쟁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올해 FA 시장에서 가장 대어로 꼽힌 안치홍이 계약기간 2년에 도장을 찍었다는 것은 이상한 일. 보도자료에는 계약조건에 대한 추가 설명이 있었다. 2년이 지난 뒤 롯데와 안치홍은 계약 연장을 논의할 수 있다. 만약 롯데가 계약하지 않기로 한다면 바이아웃 1억 원을 안치홍에게 지급한다. 안치홍이 계약 종료를 원한다면 롯데는 안치홍을 자유계약선수로 푼다. 2년 연장을 할 경우 안치홍의 FA 금액은 최대 56억 원까지 올라간다.

롯데는 2년 후 계약 종료 시 안치홍이 다시 FA가 된다고 설명했지만 KBO에서 말하는 FA와 자유계약선수는 엄연히 다르다. FA는 KBO가 제시한 자격요건을 얻어 다년계약이 가능한 상태를 말하고 자유계약선수는 구단이 방출한 선수다. 안치홍은 2020년 FA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KBO 규약상 4년 동안은 FA 자격 재취득이 불가능하다. 2022년에는 계약에 따라 자유계약선수로 '방출'되는 셈이다.

KBO 관계자는 "안치홍이 2년 뒤 다시 시장에 나올 경우 FA가 아니기 때문에 다년계약은 불가능하다. 이때 다른 팀과 단년계약을 해서 총 2년을 더 뛰면 FA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 "자유계약선수도 다년계약만 불가능할 뿐 계약금은 받을 수 있다. FA와 자유계약선수의 차이는 다년계약이 되냐 안되냐의 차이"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계약금을 높이고 계약서만 단년계약으로 쓴다면 2년 뒤 사실상 또 한 번의 FA가 가능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이번 본보기로 인해 KBO 규정에 있는 '한 번 FA 계약을 체결하면 4년 뒤 자격 재취득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무력화될 수 있다. 이는 선수협이 KBO 측에 꾸준히 삭제를 요구하고 있는 조항이기도 하다.

롯데가 2년 뒤 안치홍과 계약을 해지할 경우 안치홍은 자유계약선수가 돼 보상금, 보상선수에 대한 부담 없이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있다. 지금까지 FA 2년 계약을 할 경우 4년을 채우기 위해 연봉이 깎이더라도 어쩔 수 없이 원소속팀에 더 머물러야 했던 선수들과 달리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물론 방출이고 공식적으로 단년계약이라는 위험성은 있지만 선수에 따라서는 원소속팀에 묶여 보상제도에 발목잡히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다.

앞으로 안치홍과 같은 선수들이 늘어난다면 유명무실해질 '4년 후 FA 재취득' 조항은 차라리 없애는 것이 낫다. FA 등급제, 자격 기한 축소 등 FA 제도 변경안이 KBO에서 논의되고 있는 지금, 구단이 FA 선수를 4년 동안 묶어두는 규정 역시 합리적으로 고민해볼 때가 됐다. 메이저리그처럼 2년, 3년 계약을 인정하고 이적 때 등급제를 적용한다면, 구단으로부터 4년 보장을 다 받지 못한 선수들도 계약 기간 후 자유롭게 새 팀을 찾을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