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와 2+2년 FA 계약에 합의한 안치홍 ⓒ롯데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롯데가 묘안을 짜냈다. 그간 KBO리그에서 전례가 없었던 방식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으로 내야수 안치홍(30)을 손에 넣었다. KBO리그에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되는 가운데 구단과 선수 측의 이익이 절묘하게 절충됐다는 평가다.

롯데는 6일 안치홍과 FA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런데 계약 방식이 묘하다. 기본적으로는 2년 최대 26억 원(계약금 14억2000만 원·연봉 총액 5억8000만 원·인센티브 총액 6억 원)이다. 그런데 2년 뒤 선택의 기로에 다시 선다. 롯데는 “2022년 2년 최대 31억 원의 상호 계약 연장 조건이 있다”고 밝혔다. 2+2년 최대 56억 원의 계약이다.

2년 뒤 롯데가 안치홍을 잡겠다는 의사를 드러내면 안치홍은 계약을 연장할 수도 있고, 혹은 자유계약선수가 될 수도 있다. 정확한 의미는 아니지만 이 경우 일종의 MLB식 옵트아웃(잔여계약을 포기하고 FA 자격을 획득)이 된다. 반대로 롯데가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안치홍은 바이아웃 금액 1억 원을 받고 자유계약선수가 된다. 옵트아웃보다는 이른바 ‘뮤추얼 옵션’에 가깝다.

서로 윈윈이었을까. 현재까지는 그렇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자금력이 부족했던 롯데는 일단 2년간 보장 20억 원, 최대 26억 원만 지출하면 된다. 인센티브를 지불한다는 것은 활약이 괜찮았다는 의미인 만큼 나쁠 것이 없다. 안치홍이 실패한 계약이 되더라도 바이아웃을 포함해 2년 21억 원을 쓰면 된다. 보상금과 보상선수가 있기는 하지만, 대신 계약 기간을 줄여 위험부담을 피했다.

안치홍은 올해가 만 30세 시즌이다. 대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선수들의 전성기임을 생각할 때 롯데는 해볼 만한 도박이었다. 성적이 나쁘거나, 혹은 성적이 좋아도 기량 저하 조짐이 보일 경우 1억 원만 지불하고 보내면 된다. 일반적인 FA 계약처럼 굳이 4년을 모두 떠안을 필요가 없다. 반대로 남은 2년에 확신이 생길 경우 돈을 더 지불하고 쓰면 된다. 칼자루는 롯데가 쥐고 있다. 

▲ 성민규 단장은 자금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묘안을 내 FA 계약을 성사시켰다 ⓒ롯데자이언츠
안치홍은 모험을 선택했지만 안전장치는 걸었다. 물론 4년 계약을 하면 환경에 안정감은 생긴다. 그러나 2년 보장 21억 원을 손에 넣었다. 단순히 계산하면 4년 보장 40억 원의 가치가 있다. 잘하면 4년 총액 56억 원을 당길 수 있다. 사실 이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현재 리그의 추세상 만 32세의 선수에게 2년 36억 원 가치의 계약을 제안할 팀은 마땅치 않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안치홍에게는 동기부여가 될 만하다.

최악의 경우, 2년 뒤 팀을 떠나더라도 다른 팀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롯데는 “보류권을 풀어준다”고 명시했다. 보상 규정에 자유롭다. 다년 계약은 안 되지만 계약금을 받을 수는 있고, 2년을 더 건강하게 뛰면 FA 재자격 대상이 된다. 리그를 ‘폭격’하는 수준이라면 오히려 롯데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을 수도 있다.

연봉도 흥미롭다. 안치홍은 계약금 비중을 최대한 높였다. 연봉은 2억9000만 원 수준이다. ‘연봉 감액’ 기준인 3억 원을 절묘하게 밑돈다. 2군에 내려가도 연봉이 안 깎인다는 의미다. 

계약금은 대개 모그룹의 주머니에서 일시불로 나온다. 부담이 되는 것은 연봉인데, 롯데는 미래의 팀 연봉 부담을 줄였다. 롯데는 그간 손승락 이대호 민병헌 손아섭 등 대형 FA 계약으로 팀 연봉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그런데 팀 연봉은 이들의 FA 계약 종료와 함께 2021년부터 차례로 줄어들 공산이 크다. 

팀 성적을 포기하고 마냥 미래만 보기 어려운 KBO리그다. 안치홍의 영입으로 롯데는 타선을 보강했다. 전준우까지 잔류한다면 적어도 1~6번 타선은 리그 정상급 공격 생산력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점진적으로 팀 개혁도 그릴 만한 여건을 만들었다. 2022년쯤에는 팀 연봉을 상당 부분 덜어내고 외부에서 새 얼굴 영입도 추진할 수 있다. 이번 안치홍 계약은 그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인상적이다. 현재와 미래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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