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란히 새 유니폼을 입은 정근우(왼쪽)와 안치홍은 2루수 명예회복에 도전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정근우(38·LG)와 안치홍(30·롯데)은 개인 통산 세 차례씩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정근우는 2006·2009·2013년, 안치홍은 2011·2017·2018년에 수상의 영예를 맛봤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신의 영역인 2루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상황이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밀려난다고 보는 게 더 맞았다. 한화는 나이가 든 정근우가 더 이상 2루수를 소화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아무래도 예전만한 수비력은 아니었다. KIA는 안치홍의 수비 범위가 매년 좁아지는 것을 우려했다. 안치홍은 타격 생산력 강화를 위해 몸을 불렸지만, 그 대가로 수비력을 내놔야 했다.

정근우는 생존하기 위해 외야 글러브까지 끼어야 했다. 안치홍은 1루수나 지명타자로 뛰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는 흐름이었다. 수비력에 있어서는 현장은 물론 팬들까지 시선이 곱지 않았다. 그런데 두 선수는 2020년 다시 ‘2루수’로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이어졌던 흐름을 거스르는 모양새다. 이적이 그 가운데 있다.

LG는 지난해 11월 진행된 2차 드래프트에서 정근우를 지명했다. 2루에 약점이 있었던 LG는 일단 정근우를 ‘내야수’로 보고 있다. 류중일 LG 감독은 아직 포지션을 확정하지는 않았으나 “2루수도 시켜보겠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롯데는 아예 안치홍을 2루수로 데려갔다. 안치홍이 정들었던 KIA가 아닌 새 도전을 선택한 것은 이런 롯데의 ‘2루수론’과도 연관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두 선수 모두 타격에서는 나름의 몫을 해줄 가능성이 크다. 안치홍은 지난해 공인구 여파로 홈런 개수가 급감(5개)했지만, 타율(.315)과 출루율(.380)은 여전히 좋았다. 정근우 또한 통산 타율이 0.303에 이르는 베테랑이다. 근래라고 볼 수 있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도 559경기에서 타율 0.310을 기록했다. 

다만 관건은 “어느 포지션을 소화하며 이 성적을 낼 것이냐”다. 두 선수의 가치에 매우 중요하다. 2루수로 뛸 때는 어느 정도의 의미, 혹은 리그 상위권 성적을 차지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포지션이라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1루수 안치홍은 장타력에서 매력적이지 않다. 외야에는 정근우보다 더 좋은 공격력과 수비력을 보장할 수 있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결국 2루수로 다시 자리를 잡는 것이 2020년 관건이라고 할 만하다.

동기부여는 될 만한 상황이다. 정근우는 항상 2루에 대한 미련이 있었다. 그가 크고, 그가 스타가 됐으며, 그가 마무리하고 싶은 자리는 2루였다. 정근우는 지금 당장 은퇴해도 KBO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2루수다. 2루수로 마지막을 장식한다면 더 빛이 날 수 있다.

안치홍은 2루수로 자리를 잡아야 부와 명예가 모두 따라올 가능성이 크다. 안치홍은 롯데와 2+2년 계약을 맺었다. 2년만 뛰면 확보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27억 원(바이아웃 1억 원 포함)이다. 그러나 2+2년 계약을 모두 소화하면 총액은 최대 56억 원까지 불어난다. ‘1루수’ 안치홍에 2년 30억 원 이상을 투자할 팀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2루수로 경쟁력을 보여줘야 제2의 전성기에도 도전할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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