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훈은 프로 데뷔 3시즌 만에 리그 정상급 1번으로 성장했다. ⓒ KBL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농구 대통령' 둘째 아들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포인트가드로 성장했다.

아버지 후광을 실력으로 극복한 모양새다.

허훈(24, 부산 KT 소닉붐)은 2019~2020시즌 프로농구 올스타 팬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총 투표 수 11만 4187표 가운데 5만 104표를 얻었다.

김시래(창원 LG 세이커스)를 약 5000표 차이로 따돌리고 왕별로 올라섰다.

성장세가 가파르다. 농구대잔치 시절인 1988년 기아자동차에 입단해 코트를 호령했던 허재(55) 전 국가 대표 팀 감독 차남인 허훈은 프로 데뷔 3시즌 만에 리그 정상급 1번으로 진화했다.

올 시즌 23경기에 나서 평균 16.1점 7.3어시스트 1.32스틸을 수확했다. 어시스트는 리그 1위. 득점 스틸도 각각 6위와 8위다.

포인트가드로서 경기 조율 '감'을 익혔다는 평가다. 엔트리 패스 타이밍이 간결해졌고 돌파 뒤 디시전 메이킹도 지난 시즌보다 나아졌다는 게 농구계 중론이다.

▲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남자 농구 대표 팀에 승선했던 허훈(왼쪽)과 허웅 ⓒ KBL
공격형 1번으로서 재능이 풍부하다. 무게 중심이 낮은 드리블로 상대 1선을 허문 뒤 양 코너로 킥 아웃하거나 스스로 메이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탄탄한 몸과 승부사 기질은 아버지인 허 전 감독 현역 시절이 떠오른다. 외국인 선수와 몸싸움을 벌이거나 충돌해도 밸런스를 잃지 않고 마무리하는 능력이 있다.

안양 KGC 인삼공사 김승기 감독은 지난해 11월 17일 KT와 시즌 두 번째 맞대결에서 역전패한 뒤 "가드진이 허훈에게 농락 당했다. 특히 4쿼터 들어 허훈이 (놀라운) 결정력을 보여 줬다"며 아버지를 쏙 빼닮은 그의 클러치 능력을 칭찬했다.

경기당 2.17개씩 꽂는 외곽슛도 일품이다. 이 부문 리그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른바 '(수비수가) 붙으면 파고 떨어지면 쏜다'는 농구 정석을 충실히 코트 위서 구현하고 있다.

KT 서동철 감독은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삼성 썬더스와 경기서 개인 최다 13어시스트를 기록한 허훈을 향해 "공격 재능은 타고났다. (허)훈이가 오늘처럼 동료 움직임까지 살릴 수 있는 플레이를 지속한다면 우리나라 최고 가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탄탄대로만 걸은 건 아니다. 성장통도 앓았다.

허훈은 연세대 시절이던 2016년 '아버지 찬스' 논란을 겪었다. 당시 한국 남자 농구 대표 팀은 허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던 상황.

허훈은 친형인 허웅(27, 원주 DB 프로미)과 대표 팀에 나란히 승선했다. 엔트리 발표가 나자마자 "부자 발탁" "무리한 승선"이란 비판이 고개를 들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허훈 허웅은 부름을 받았다. 허 전 감독은 비판 여론과 기술위원회 조언에도 선택을 고수했다. 강공으로 밀고나갔다.

그러나 공정성이 시대정신으로 부상하던 사회 맥락과 아시안게임 금메달 실패가 맞물려 허 전 감독은 코너에 몰렸다. 결국 대표 팀에서 불명예 하차했다.

허훈은 시행착오를 성장통으로 삼았다. 흔들리지 않고 성장 곡선을 그렸다.

올 시즌 1라운드 MVP를 거머쥔 데 이어 향상된 중거리 점프슛 능력을 바탕으로 국내 선수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페이스 그대로 국내 득점·어시스트 1위로 시즌을 마감한다면 아버지도 이루지 못한 자기만의 업적을 쌓게 된다.

임팩트도 훌륭하다. 지난해 10월 20일 원주 DB 전에서 기록한 3점슛 9개 연속 성공은 백미였다. 직전 경기인 창원 LG 전에서도 32점을 쓸어 담으며 팬들 시선을 잡아챘다.

이 같은 활약에 농구 팬도 화답했다. 두 살 터울인 허웅에 이어 허훈은 올스타 팬 투표 1위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형제가 모두 왕별에 오른 건 KBL 역사상 최초다.

1960년대에 태어난 강동희, 1970년대 이상민과 김승현, 1980년대 양동근 김선형에 이어 1990년대생을 대표하는 가드로 한국 농구 역사에 이름을 남길 토양을 마련했다.

한편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올스타전 드래프트는 9일 밤 9시 SPOTV2와 스포츠타임(SPOTV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다. 아울러 양 팀 주장 특별 멘토로 허 전 감독과 김유택 SPOTV 해설위원이 함께 출연한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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