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토와 4년 계약을 맺은 류현진은 팬들의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토론토 공식 페이스북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류현진(33)은 구단 역사상 9번째 아시아 지역 출생 선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앞선 8명의 선수들은 거의 다 실패했거나, 성공을 논하기에는 같이 한 기간이 너무 짧았다. 아시아 선수들의 무덤이었다.

토론토 역사상 최초 아시아 출생 선수는 2004년 입단한 우완 마이클 나카무라였다. 그러나 19경기에서 25⅔이닝 소화에 그쳤고,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7.36에 그친 뒤 곧바로 방출됐다. 

2002년 13승, 2003년 10승, 2005년 11승 등 MLB 통산 51승을 거둔 오카 토모 역시 토론토 생활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2007년 10경기에서 2승5패 평균자책점 5.79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고, 토론토는 시즌 중 그를 조건 없이 방출했다. 오카는 2009년 클리블랜드에서의 18경기를 끝으로 메이저리그 경력을 정리했다.

우완 이가라시 료타 또한 토론토 생활이 너무 짧게 끝났다. 2010년과 2011년 뉴욕 메츠에서 뛰었던 이가라시는 2012년 토론토와 계약했으나 2경기 출전 뒤 양도선수지명(DFA)됐다. 

한때 리그 정상급 에이스였던 왕첸밍 또한 토론토에서는 고개를 숙였다. 2006년과 2007년 연이어 19승을 거뒀던 왕첸밍은 그후 하락세를 타다 2013년 토론토를 마지막 부활의 무대로 삼았다. 그러나 6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7.67에 그쳤다. 오히려 자신의 메이저리그 경력을 사실상 끝내는 무대가 됐다. 왕첸밍은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뛰지 못했다.

가장 근래에 토론토 유니폼을 입은 아시아 출신 투수인 오승환은 그나마 나았다. 2018년 토론토와 계약한 오승환은 48경기에서 4승3패2세이브13홀드 평균자책점 2.68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다만 함께 한 기간이 너무 짧았다. 오승환은 7월 콜로라도와 트레이드로 토론토를 떠났다. 토론토에서 소화한 이닝은 47이닝. 역시 뭔가를 판단하기에는 부족한 표본이었다.

야수들도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토론토에서 뛴 가와사키 무네노리는 아시아 출신 선수들 중에서는 가장 오랜 기간 토론토 팬들과 함께 한 선수였다. 가와사키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동료들은 물론 팬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그가 뛰어난 선수였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가와사키는 3년간 201경기 출전에 그쳤고, 마지막 해인 2015년에는 23경기에서 타율 0.214에 그쳤다.

미국 국적이지만 한국 태생으로 알려진 랍 레프스나이더(2017년), 비교적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경력을 가진 아오키 노리치카(2017년)도 토론토와 인연은 딱 1년이었다. 아오키는 2017년 휴스턴·토론토·뉴욕 메츠까지 세 팀을 거치는 등 복잡한 시기를 보낸 끝에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만약 류현진이 4년 계약을 성공적으로 완주한다면 토론토 역사상 4년을 로저스센터에서 보낸 최초의 아시아 출신 선수가 된다. 또 앞선 선수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 앞선 선수들은 경력의 끝자락에서 토론토를 찾는 경우가 많았지만, 류현진은 전성기에서 토론토 유니폼을 입는다. 대우 자체도 차원이 다르다. 앞선 8명의 선수가 토론토에서 받은 연봉을 합쳐봐야 류현진에는 한참 못 미친다. 류현진이 토론토와 아시아의 악연을 깰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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