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만 들려주는 음악' 페이스북 페이지. 인터넷화면 캡처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음원 사재기 논란에서 빠질 수 없는 키워드는 바이럴 마케팅이다. 최근 음원차트를 장악한 곡, 그러니까 음원 사재기를 했다고 의심을 받는 곡들은 이 바이럴 마케팅으로 ‘역주행’, 혹은 ‘정주행’을 이뤄냈다고 말한다. 이들은 SNS를 기반으로 한 바이럴 마케팅으로 대중의 감성을 자극했고, 대중의 선택을 받았다고 말한다. 과연 바이럴 마케팅이 무엇이고, 어떤 방식이기에 음원차트까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일까.

바이럴 마케팅은 V-커머스와 연관돼 있다. V-커머스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 상품을 알리는 영상 콘텐츠를 업로드해서 홍보하는 기법인데, 바이럴 마케팅은 바로 이 방법으로 노래를 홍보하고 있다. 

대부분의 바이럴 마케팅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이뤄진다. ‘너만 들려주는 음악’, ‘20대 뭐하지’ 등 인기있는 페이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볼 수 있는 K팝 게시물은 대부분 마이럴 마케팅의 일환이다. 노래를 추천하는 듯한 일반적인 홍보 게시물부터 뮤직 드라마, 커버 영상 등 형태는 다양하다. 

가요 관계자들에 따르면 바이럴 마케팅은 2015년 무렵부터 홍보에 사용됐다. 몇몇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시작된 이 마케팅 기법은 2016년부터 ‘음원차트 역주행’이라는 형식으로 본격적인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 '일반인들의 소름돋는 라이브' 페이스북 페이지. 인터넷 화면 캡처

2017년은 ‘바이럴 마케팅’의 원년이라 할 만하다. 특히 2017년에는 여러 마케팅 업체가 경쟁하면서 소위 ‘번들 패키지’가 나오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커뮤니티를 통한 입소문 전략부터 영상 제작, 업로드까지 담당하는 패키지와 함께 ‘바이럴 마케팅’을 내세운 신곡 발표는 더 잦아졌다. 2018년에는 ‘쇼크’에 가까운 바이럴 마케팅 효과로 ‘사재기’와 ‘바이럴 마케팅’의 모호한 경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현재 가요계에서 '메이저급'으로 꼽히는 마케팅 업체는 4곳이다. 메이크어스, 리메즈, 와우, 포엠스토리 등 4개 회사가 바이럴 마케팅 시장을 주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사들은 일반인들의 소름돋는 라이브(일소라), 너만 들려주는 음악(너들음), 딩고, 널 위한 뮤직차트, 얼짱, 오드리, 연예세포 등 이름난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한다.

2019년부터는 바이럴 마케팅 회사가 직접 음원까지 제작할 정도로 영역이 넓어졌다. 이들은 뮤직비디오 제작은 물론, 신곡의 콘셉트 기획에도 참여한다. 어떤 가사가, 또 어떤 제목이 대중에게 먹힐지 조언하고, 가사와 멜로디, 제목을 수정하는 권한을 '발휘'하기도 한다. 일부 음반기획사는 이런 마케팅 회사들과 페이스북에서 잘 먹힐 '맞춤형' 음원을 공동 제작하고 수익을 나누는 사례도 있다. 

▲ 바이브 윤민수. ⓒ곽혜미 기자

바이브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대다수 기획사는 이 4개의 회사를 통해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에서 '사재기의 결과물'로 거론하는 노래들부터 대형 기획사 소속 아이돌그룹 곡까지, 바이럴 마케팅의 손은 업계에 폭넓게 뻗어 있다. 

현재 음원차트에서 맹위를 떨치며 사재기로 의심받는 곡들은 이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주장한다. 한 페이지당 노출, 링크 클릭, 공유, 좋아요 등을 합치면 주간 단위로 약 1800만 건이 넘으며, 이러한 트래픽이 음원 차트 성적으로 직결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바이브 소속사 메이저나인은 자신들이 이 ‘바이럴 마케팅’을 잘 활용해 좋은 성적을 거둔 사례라고 말한다. 김상하 부사장은 “사실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말도 잘못됐다. 타깃을 설정해서 타깃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매우 자세하게 타깃 설정이 가능하다. ‘어느 지역’에 있는 ‘몇 살부터 몇 살’까지, ‘어디’에 관심이 있는 ‘어떤 성별’에게만 노출해야 한다는 설정이 가능하다. 우리는 빅데이터로 분석해 파급력있는 마케팅을 펼쳤다”고 말한다. 이른바 맞춤형 홍보가 적중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바이럴 마케팅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메이저나인의 경우 곡마다 비슷하게 평균 2000만 원 정도의 마케팅 비용을 사용했지만, 그 중 성공하지 않은 곡들이 더 많다고 했다. 메이저나인 측 설명에 따르면, 2018년 회사 설립 이후 발표한 24곡의 타이틀곡 중 성공한 곡은 8곡이다. 이중 윤민수 장혜진의 듀엣곡은 장혜진 소속사 젤리피쉬가 제작한 곡이다. 메이저나인이 겨우 본전을 건진 곡이 2곡, 제작비 회수에도 실패해 소위 망했다는 곡은 14곡이다. 성공 확률은 30% 정도다. 

바이브 측은 "모든 곡을 바이럴 마케팅했지만 성공 확률은 생각 만큼 높지 않았다. 의외의 곡이 터지는가 하면, 바이럴 마케팅에 온 힘을 쏟아부어도 실패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바이럴 마케팅’은 곧 대중의 선택이 있어야 성공으로 직결되는 전략이라는 말이다. 

▲ 가수 임재현. ⓒ곽혜미 기자

블락비 박경으로부터 '사재기 가수'로 '저격'당한 송하예, 임재현 측도 비슷한 입장이다. 송하예 측은 “마케팅을 정말 열심히 한다. 다만 그 회사에서 한 바이럴이 다 잘 되지도 않았다. 결국은 운이고, 페이스북 마케팅 역시 노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임재현 측은 “바이럴 마케팅이 부정 광고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광고 피드에 돈을 주고 올린 모든 광고 행위는 광고 표시법을 엄격히 준수했고, 백번 양보해 그게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이미 차트에 있는 80% 이상의 가수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바이럴 마케팅이 이미 대중적인 홍보 방식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바이럴 마케팅은 위법인가 아니면 편법인가, 음원 사재기를 가리기 위한 눈가리기 마케팅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한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바이럴 마케팅이 편법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부 동의한다. 다만 돈을 주고 SNS에 노출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그 음악을 선택하는 것도 대중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바이럴 마케팅이 시작됐을 때는 분명히 방송에 출연할 수 없는 가수들을 위한 좋은 홍보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음원 사재기, 혹은 음원 차트 순위 조작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 사실이다. 바이럴 마케팅으로 뜬 곡들의 인기를 납득할 수 없다면 그것을 과연 ‘대중픽’이라 볼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한 음악방송 PD 역시 “차트에 올라오고 나서 ‘이 가수가 누군데’ 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가수나 노래가 뜨고 차트 순위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차트 순위가 변하고 가수나 노래가 뒤늦게 들린다. 원인과 결과가 바뀌었다는 거다”라고 강조했다. 

바이럴 마케팅으로 떴다는 가수들의 기획사는 지금의 차트는 대중의 요구를 정확하게 맞춘 결과라고 항변한다. 특히 젊은 층에서 트렌드는 아이돌 음악, 힙합이 아니라 절절한 발라드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바이럴 마케팅이 이런 트렌드를 만든 것이 아니라, 이런 변화를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빠르게 알아챘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모두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마케팅이 음원차트를 대중의 영역에서 홍보의 영역으로 바꿔놨다는 점에서는 비난을 피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대중의 선택으로 움직이던 차트에 다른 변수가 등장하면서 음악의 본질은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결과적으로 바이럴 마케팅이 만들어놓은 음원차트 순위는 '이런 음악이 트렌드'라고 설득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대중이 바이럴 마케팅에 설득되지 않는 이상, 바이럴 마케팅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mari@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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