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기 다른 환경에서 다른 오프시즌을 보내고 있는 '엘롯기' 단장들. 차명석 LG 단장-성민규 롯데 단장-조계현 KIA 단장(왼쪽부터)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리그 최고의 인기 구단으로 불리는 LG·롯데·KIA의 겨울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오프시즌을 진두지휘하는 단장들의 평가도 그만큼 엇갈린 채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 구단은 이번 오프시즌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차명석 LG 단장은 내부 프리에이전트(FA) 세 명과 모두 계약을 마쳤다. 성민규 롯데 단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FA 안치홍을 영입하는 묘안을 짜내는 등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조계현 KIA 단장은 내부 FA 계약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궁지에 몰렸다.

차 단장은 시원시원한 속도전이었다. 내부 FA(오지환·송은범·진해수)를 모두 잡겠다는 방침을 세웠고, 비교적 빨리 계약을 마무리했다. LG는 송은범과 2년 총액 10억 원, 진해수와 3년 총액 14억 원, 오지환과 4년 총액 40억 원에 계약했다. 외부 FA 수혈은 없었지만, 지난해 팀의 기둥이었던 외국인 투수와도 모두 재계약하는 등 필요한 곳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가장 진통이 예상됐고, 실제 그랬던 오지환 계약에서 선수가 ‘백지위임’ 카드를 꺼내든 것도 다행이었다. LG는 첫 제시액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금액을 제시해 선수의 자존심을 살렸다. 일각에서는 금액이 많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LG는 구단 자체의 계산법에 의거한 합리적인 제안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쨌든 속도 하나는 칭찬할 만했다.

성 단장은 파격이다. 한화와 트레이드를 통해 약점이었던 포수 포지션에 지성준을 채웠다. 안치홍과 FA 계약은 하이라이트였다. 안치홍을 잡을 만한 자금 여력이 없었던 롯데는 2+2년이라는 상호 옵션(뮤추얼 옵션) 방식을 활용해 끝내 유니폼을 입혔다. KBO리그에서는 시도된 적이 없었던 기발한 방법이었다. 아직 계약을 마무리하지 못한 손승락 고효준 협상 테이블에서도 밀리는 양상은 아니다.

여기에 허문회 감독 선임, 그리고 외국인 지도자들을 대거 영입하며 팀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MLB 첨단 시스템 도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힘을 내고 있다. 2020년보다는 2021년을 내다보고 착실하게 팀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팬들의 여론까지 등에 업고 가장 화려한 오프시즌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대로 조계현 단장은 쉽지 않은 겨울이다. 맷 윌리엄스 감독이라는 거물 외국인 지도자를 영입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내부 FA 협상 테이블에서는 고전이다. 급하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신중하게 살피는 방식을 택했으나 지나친 신중은 안치홍의 롯데 이적을 불렀다는 평가다. 김선빈과 계약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야구계에서는 “모기업 지원이 예전만 못하다. 실탄이 넉넉하지 않다. 제한된 자원에서 조 단장의 고민이 클 것”이라는 말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실제 KIA는 2~3년 전부터 이런 루머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이번 FA 시장에서의 제시액을 봤을 때도 자금력이 넉넉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윌리엄스 감독에게 쓴 돈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김선빈 잔류가 급선무로 보이지만, 지금까지 끌어왔다는 점에서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김선빈마저 놓친다면 팬들의 비판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 KIA는 김선빈에 금액을 제시한 채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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