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태권도의 간판 이대훈이 도쿄 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은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정형근 기자] “도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은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 태권도의 간판이자 월드 스타인 이대훈(28‧대전시청)이 어쩌면 마지막이 될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로 11년 연속 태극마크를 달았다. 한성고 3학년인 2010년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대훈은 단 한 차례도 태극마크를 놓치지 않았다. 선수층이 두꺼운 한국 태권도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 

“1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국가대표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11년 연속 국가대표를 한 선수가 또 있을지 모르겠다. 지도자 선생님께서 항상 자만하지 말고 성실해야 한다고 세뇌시켜 주셨다. 주변에서 보는 시선 때문에 더 열심히 하지 않았나 싶다.”

이대훈은 지난 10년 동안 국제대회 금메달을 휩쓸었다. 아시안게임에서 태권도 사상 첫 3연패를 달성했고,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 정상을 밟았다. 세계태권도연맹(WT) 올해의 선수상은 역대 최다인 네 차례 수상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은메달,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건 이대훈은 도쿄에서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그동안 올림픽 이외 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올림픽이라는 특이성을 배제하고 다른 대회와 같은 마음으로 준비한다면 더 여유 있게 경기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 있는 대회인 만큼 욕심을 갖고 준비하겠다.”

이대훈은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 도중 ‘은퇴’라는 단어를 담담하게 꺼냈다. 한국 태권도에 한 획을 그은 이대훈은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은퇴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무래도 다음 올림픽까지 준비하기는 나이가 있어 쉽지 않다. 도쿄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은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정된 건 아니지만 이번 올림픽을 잘 마무리하고 은퇴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한국 태권도는 도쿄 올림픽에서 역대 최다인 6장의 출전권을 확보했다. 태권도는 대회 초반부에 열려 경기 결과가 한국 선수단 전체 사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 비해 외국 선수들의 실력이 향상된 건 맞다. 하지만 전 체급을 놓고 봤을 때는 한국 선수들이 강하다. 예전에는 태권도 종주국이라 성적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이제 세계적으로 실력이 평준화됐다는 인식이 알려졌다. 태권도 대표팀 전체가 좋은 성적을 거둬 한국 선수단 전체에 도움이 되고 싶다.”

68kg급 세계 랭킹 1위 이대훈은 도쿄 올림픽에 임하는 자신의 ‘마음가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상승세가 좋은 이란의 호세이니나 리우 대회에서 1등을 한 아부가우시를 경계해야 한다. 물론 좋은 성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내 마음가짐이다. 마음가짐에서 오는 훈련 내용에 따라 경기가 많이 달라질 것 같다. 마음을 강하게 먹고 목표를 정한 후 올림픽을 준비할 계획이다.”

세계 정상을 수없이 밟은 이대훈은 승리 후 적극적으로 감정 표현이나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지막 대회가 될지도 모르는 도쿄 올림픽은 이대훈에게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간 세리머니를 한 기억이 없다. 세리머니를 준비하는 성격이 아니다. 실망하고 슬퍼하는 상대 선수 앞에서 세리머니를 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올림픽 1등을 한다면 세리머니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남은 기간 올림픽 준비를 잘해서 좋은 성적으로 응원에 보답하겠다.”

스포티비뉴스=정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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