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처|영화 '해치지 않아' 포스터 및 스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동물 없는 동물원에서 동물 탈을 쓰고 동물 행세를 한다고?'

영화 '해치지 않아'(감독 손재곤, 제작 어바웃필름 디씨지플러스)는 어찌 보면 기발하고, 어찌 보면 어처구니 없는 상황극이다. '이게 되겠어?' 싶은 의구심을 '그럴싸한데'로 바꿔만 놓아도 절반은 성공이다. '해치지 않아'는 그걸 해낸다.

비정규직 인턴 변호사 태수는 뜻밖에 폐업직전 동물원 동신파크 원장이 된다. 헐값에 사들인 동물원을 석달 안에 잘 살려놓기만 하면 로펌에서 정식 변호사로 채용하겠다니, 그에겐 다시 없을 기회다.

부푼 맘으로 찾은 동산파크, 그러나 이미 돈될 것들은 다 팔아치운 터라 텅빈 우리엔 쓸만한 동물 하나가 안 남았다. 직원이라곤 달랑 4명. 당장 동물을 어디서 구하나. 포기할 순 없어 버둥거리던 그때 말도 안되는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동물 없는 동물원에서 동물 탈을 쓰고 동물 행세를 한다고?' 몸서리치며 손사래치던 직원들은 태수의 고집에 등떠밀려 황당무계한 프로젝트에 가담한다. 약간의 기대와 약간의 체념 속에 벌인 일이 생각지 않은 쪽으로 풀린다.

▲ ▲ 출처|영화 '해치지 않아' 포스터 및 스틸
'해치지 않아' 제작사는 '극한직업'의 어바웃필름이다. 1600만 관객을 모으며 역대 한국영화 흥행 2위를 일군 제작진이 다시 선보이는 코미디엔 해체위기 마약반 형사들이 위장차업한 치킨집이 대박나며 이야기를 이어간 전작의 기운이 묻어있다. 절박한 사람들이 벌인 기발한 소동극을 끝까지 밀고나가며 코미디와 드라마를 아우른다.

허나 이 코미디는 맛이 다르다. '해치지 않아'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답게 한층 황당무계하고 만화적이다. 한입 먹으면 바로 느낌이 오는 왕갈비 양념 마약치킨보다는, 단짠단짠 양념대신 원재료만 뭉근히 끓여 낸 백숙이랄까. 상황과 설정만으로 낸 국물이 따뜻하고 개운하다. 새빨간 양념장도 모자라 캡사이신도 들이붓곤 하는 세상. '해치지 않아'의 순한 맛이 장점이 될지 약점이 될지는 두고봐야 겠지만, 매력은 분명하다.

동신파크 직원들은 물론 스크린 앞 관객마저 '긴가민가' 하게 만드는 동물 탈들이 절묘하게 간을 맞춘다. 과장하거나 개인기를 과시하는 대신 진지하게 상황에 녹아난다. 절박한 인간 캐릭들이 판을 깔면, 다 내려놓은 듯한 털복숭이들이 '두둥' 보는 이들을 무장해제 시킨다. 어찌 보면 동물같고, 어찌 보면 터무니없는 북극곰, 사자, 고릴라, 나무늘보에서 안재홍, 강소라, 김성오, 전여빈이 보인다. 고릴라 탈 쓰고 하는 나무늘보 어부바가 설렐 줄이야. 안재홍을 필두로 동글동글하고 순둥순둥한 사람들의 기운이 캐릭터에도 영화에도 녹아있는 듯하다. 입만 열면 푸념인 코미디 장인 박영규는 특히 반갑다.

오랜만에 돌아온 손재곤 감독은 '해치지 않아'를 아기자기한 코미디로 완성하는 데 그치지 았았다. 일자리를 위해 동물 탈을 뒤집어쓰고 분투 평범한 사람들과 가짜 동물만큼 황당한 자본주의 논리를 아우르며,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의 처지까지 보살핀다. '해치지 않아'는 동물영화인 척 하는 사람영화다.

1월 15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17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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