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보스턴과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침울해하는 LA 다저스 선수단.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피해자’ LA 다저스가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2017년 월드시리즈에서 전자기기를 활용해 상대의 사인을 훔쳤다는 혐의를 받은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14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가운데, 이듬해 월드시리즈에서 같은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는 보스턴 레드삭스도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두 구단이 처한 벼랑 끝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곳이 하나 있다. 바로 LA 다저스다. 다저스는 2017년과 2018년 각각 휴스턴 그리고 보스턴과 월드시리즈에서 연달아 패했다. 2017년에는 3승4패, 2018년에는 1승4패로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당시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던 구단들이 모두 사인 훔치기 혐의를 받으면서 다저스 구단은 물론 팬과 지역 언론까지 해당 사태를 유심히 지켜보게 됐다. 이미 외야수 코디 벨린저가 13일 언론을 통해 “사인 훔치기는 역겨운 일이다. 우리는 그저 올바른 길을 갔다”고 선제공격을 날린 가운데 LA 지역 언론들도 팔을 걷어붙이는 모양새다.

LA타임스는 14일 “휴스턴이 받은 징계는 다저스와 보스턴 알렉스 코라 감독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로 향후 전망을 살폈다.

매체는 “공식적으로, 휴스턴은 사기꾼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커미셔너가 9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그렇게 밝혔다.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이 리포트에서 ‘휴스턴이 2017년 월드시리즈 도중 비디오 장비로 사인을 훔쳤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LA타임스는 이어 “그렇다면 다저스가 2017년 월드시리즈 챔피언이 될까?”라는 물음을 던졌다. 그러나 스스로 내놓은 답은 ‘No’였다. 매체는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다저스에 2017년 월드시리즈 우승 자격을 주지 않았다. 휴스턴의 타이틀도 빼앗지 않았다”면서 “여기는 수뇌부가 타이틀을 박탈하고, 팬들에게 상황을 일일이 설명하는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휴스턴과 보스턴을 향한 조롱도 잊지 않았다. 부정행위를 한 상대에게 영광을 내줬다는 울분이 그대로 전해졌다. 일단 휴스턴의 징계 소식을 전해 들은 다저스 측은 2018년 유사한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는 보스턴의 징계도 바라는 눈치다.

타깃은 2017년 휴스턴에서 벤치코치를 역임한 뒤 이듬해 보스턴 지휘봉을 잡은 알렉스 코라 감독이었다. 코라 감독은 이번 사인 훔치기 사태의 핵심 연루자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LA타임스는 “이번 보고서에는 코라 감독이 등장한다.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일단 ‘사무국이 모든 조사를 끝낸 뒤 코라 감독에게 징계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고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LA타임스는 끝으로 “만약 이번 징계가 없었다면 휴스턴 A.J. 힌치 감독은 이번 7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라고 물었다. 답은 간단했다.

“다저스타디움에서 아메리칸리그 올스타팀을 이끌고 있었을 것이다. 상상할 수 있겠는가?”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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