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곽도원, 이성민, 이병헌, 이희준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타임머신을 타고 다녀온 것 같다."

1979년 10.26을 앞둔 40일의 이야기,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베일을 벗었다. 권력의 1인자를 둘러싼 2인자들의 경쟁, 사건과 심리가 숨막히게 묘사됐다. 

15일 오전 서울 용산CGV아이파크에서 열린 영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 젬스톤픽쳐스)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이어진 간담회에는 우민호 감독과 배우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이 참석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렸다.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했다.

▲ '남산의 부장들' 우민호 감독 ⓒ곽혜미 기자
'내부자들' '마약왕'의 우민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우민호 감독은 "동명 원작은 1996년 동아일보에 약 26개월간 연재된 취재록이다. 18년을 힘있게 방대하게 서술하고 있다"며 "그걸 다 영화로 담기에는 너무 방대했기 때문에 중앙정보부의 문을 닫는 마지막 40일을 영화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우 감독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더라고 정치적인 해석이 나오지 않겠냐는 질문에 " 영화는 정치적 성격이나 색깔을 띠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물에 대해서 공과 과를 모두 그린다"며 "판단은 영화를 보신 관객들이 하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민호 감독은 "원작자님은 재미있게 보셨다고 말씀하셨다. 본인이 사진첩을 만들었다면 영화는 풍경화를 그렸다고 말씀하셨다"고 원작자의 반응을 전하기도.

그는 "'내부자들' 이후 2016년도 초반에 원작자님에게 연락해서 '영화 판권이 팔리지 않았다면 제가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몇 차례 미팅을 거쳐 제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 감독은 "원작도 내용도 충실했지만 기자정신에 감동했다. 흥분하지 않으면서도 깊이 파들어가 깊이 해부하는 기자 정신이 그 당시에 상당히 충격이었다"며 "많이 미흡할 수 있겠지만 영화도 그런 원작의 정신을 가져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연출했다"고 강조했다. 

또 "김규평과 박통과의 관계가 어땠을지, 다른 인물들과 관계가 어땠을지는 그들이 같이 있었을 때 호흡이나 공기를 통해서 관객들이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긴 서사가 아니라 마지막 40일의 이야기라 그렇게 표현했다"며 "'마약왕'을 뜨겁게 찍었다면 이 영화는 차갑게 들뜨지 않고 원작의 태도를 유지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 '남산의 부장들' 이병헌 ⓒ곽혜미 기자
이병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에게 모티프를 얻은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을 연기했다. 영화 대부분이 그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이병헌은 "실존 사건 인물을 연기하는 건 더 힘든 작업이구나 절실히 깨달았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님이 미리 준비했던 여러가지, 그 동안의 자료들과 증언들 이런 여러가지뿐 아니라 혼자서 제가 찾아볼 수 있는 여러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병헌은 "온전히 그렇게 기대고 시나리오에 입각해서 연기했다. 혹여 개인적인 감정이나 수위로 뭔가를 줄여버린다거나 하면 안될 것 같았다. 무엇이든 조금이라도 왜곡되게 하지 않으려는 감독과 스태프의 마음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로지 시나리오에 입각해서 인물의 감정과 여러가지를 보여주려 했다"고 덧붙였다.

이병헌은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춘 데 대해서는 "우민호 감독과는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없었다. 서로 맞춰가는 과정 없이 '내부자들'보다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병헌은 "감독님이 굉장히 열이 많은 분이다. 이번엔 굉장히 차분하셨다. 중간에 '마약왕'이 개봉해서 그런지"라고 폭로(!)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성격이 많이 바뀌셨구나 했다"는 너스레로 답변을 마무리했다.

▲ '남산의 부장들' 이성민 ⓒ곽혜미 기자
극중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서 모티프를 얻은 '박통' 캐릭터를 연기한 이성민은 "(이같은 캐릭터를) 여러 분이 연기했다. 외모가 비슷한 분도 계셨다. 그러다보니 부담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성민은 "그냥 하기엔 그래서 감독님과 상의했고, 분장팀 미술팀 등과도 논의를 거쳤다"며 "의상까지 당시 그분의 옷을 제작한 분을 찾아가서 스타일에 맞게 옷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성민은 이어 "어떻게 세 부장과 밀당을 잘 해야할까. 어떻게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요동치게 만들고 또 어떤 때는 제가 품어주고. 세 부장에 대한 변주를 어떻게 할 것인가 신경쓰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성민은 "영화를 보니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다녀온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현실이 텅 빈 것 같은 신기한 체험이었다. 잘 만들어진 영화다. 많은 관객들이 오셔서 '남산의 부장들' 멋진 배우들의 모습 감상하시길 기대한다"고 기대를 부탁했다.

▲ '남산의 부장들' ⓒ곽혜미 기자
극중 '박통'을 곧 국가라 여기는 경호실장 곽상천 역을 맡은 이희준은 연기를 위해 "25kg을 증량했다"면서 "감독님에서 출연 제안을 하셨을 떄는 살을 찌우지 않고 연기만 하면 된다고 하셨는데 대본을 보니 살을 찌워야 할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이희준은 "(비주얼이) 이병헌 형과도 겹칠 것 같았다"면서 "감독님께 살을 찌우는 게 나을 것 같다 말씀드렸더니 '원하면 그렇게 해라 강요하는 건 아니다'고 하셨는데 나중에 들으니 계획하셨다더라"라고 웃음지었다.

이희준은 "실컷 먹고 열심히 운동하며 찍었다"며 "그렇게 죄책감 없이 먹은 게 처음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이희준은 찌웠던 살을 모두 감량하고 평소와 다름없는 비주얼로 나타나 눈길을 모았다. "찌운 25kg을 다시 모두 뺐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희준은 극중 곽상천에 대해 "뭘 믿었기에 저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이해하려 했다. 감독님에게도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것을 공감하는 것이 저에게 가장 큰 숙제였다"고도 털어놨다.

'남산의 부장들'은 오는 1월 22일 개봉한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