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형근 기자] 10살 소녀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운동장에서 활을 쏘는 친구를 따라 양궁을 시작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보며 “올림픽 무대를 밟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신동’으로 불린 소녀는 파죽지세를 달렸다. 사선에 설 때마다 “할 수 있다”고 자신을 다잡았다. 어느덧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라갔다. 강채영(24‧현대모비스)의 시선은 올림픽 사상 첫 3관왕으로 향하고 있다.
14일 수화기 너머 들린 강채영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8시간 이상의 강훈련을 소화했지만 웃음을 잃지 않았다.
“새벽 6시부터 7시까지 운동하고, 9시부터 12시까진 오전 훈련, 2시부터 6시까지는 오후 훈련을 해요. 모든 운동을 마친 뒤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편이에요.”
하루 500발씩 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근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동갑내기 절친 최미선이 “채영이는 남자와 대결해도 된다. 대단하다”고 얘기할 만큼 힘이 세다.
“보통 여자 선수들이 40이나 41파운드 무게의 활을 쓰는데 저는 46파운드를 써요. 남자 선수들은 40파운드 후반대를 쓰는 편이죠. 활이 무거우면 화살이 바람의 영향을 덜 받아요.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상체 훈련을 따로 하면서 보완하고 있어요.”
강채영이 도쿄 무대를 밟기 위해서는 올림픽보다 어렵다는 국내 선발전을 먼저 통과해야 한다. 지난해 2차 선발전에서는 장혜진과 기보배가 탈락하며 고개를 떨궜다. 4년 전 리우 올림픽 선발전에서 4위를 하며 올림픽 무대에 서지 못한 강채영은 선발전 통과에 집중하고 있다.
“확실히 4년 전보다 많이 성숙해졌어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죠. 심리 상담을 해주는 박사님이나 선생님께 정신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받고 있어요. 심리 박사님이 항상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과정에만 집중하라고 말씀하시죠. 그래서 결과보다는 제가 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긴장될 때는 혼자서 ‘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편이에요.”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양궁은 남녀 개인과 단체전 이외에 혼성전까지 더해져 모두 5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4년 전 리우 올림픽에서 사상 첫 전 종목을 석권한 양궁은 도쿄에서도 대기록에 도전한다.
“혼성전은 각 나라에서 제일 잘 쏘는 남녀 1명씩 뛰어 단체전보다 어려울 것 같아요. 경쟁이 치열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죠. 그래도 한국 선수들이 잘할 거라 믿어요. 2017년과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 혼성을 뛰었는데 아직 우리나라를 따라올 곳은 없었어요. 현재 목표는 올림픽 선발인데, 선발된다면 3관왕이 목표입니다.”
한국 선수단은 도쿄 올림픽에서 최소 7개, 최대 10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세웠다. 강채영이 3관왕에 오른다면 목표 달성은 수월해진다.
“그런 상황을 생각하면 물론 부담이 되죠. 하지만 부담을 이겨내는 건 선수에게 당연한 일이에요. 부담을 갖기보다 저 자신에게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자신감 있고 과감하게 할 생각입니다.”
24살 강채영은 도쿄 이후까지 바라보고 있다. 최대한 오랫동안 활시위를 당기는 게 그의 최종 목표다.
“선수 생활은 가능한 오래 하고 싶어요. 나이는 상관없는 것 같아요. (장)혜진 언니 보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올림픽 금메달 이후의 꿈은 그랜드슬램입니다.”
스포티비뉴스=정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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