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월드시리즈 당시의 A.J 힌치 감독(오른쪽)과 알렉스 코라 벤치코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단장도 잘렸고, 감독도 잘렸고, 다른 팀으로 영전한 당시의 벤치코치도 사실상 잘렸다. 그러나 선수들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 휴스턴의 사인훔치기 사태 이야기다. 선수 기록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여론이 불거지고 있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14일(한국시간)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 명의의 성명을 내고 휴스턴 관련 징계를 확정했다. 2017년 월드시리즈 우승 당시 상대 팀인 LA 다저스의 사인을 ‘전자기기’로 훔쳤다는 의혹이 제기된 휴스턴은 조사 결과 혐의가 대부분 인정됐다. 

여파는 컸다. 제프 르나우 야구부문 사장 및 단장, 그리고 A.J 힌치 감독이 모두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휴스턴은 곧바로 두 인물은 해고했다. 당시 벤치코치로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은 상호해지 형식을 빌려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구단은 500만 달러의 벌금에 향후 2년간 신인 드래프트 1·2라운드 지명권까지 박탈당했다.

그런데 선수들에 대한 징계는 없었다. 그 사인훔치기 행위가 경기력에 어떠한 영향을 줬는지 정확하게 재단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당시 선수이자 최근 뉴욕 메츠의 감독으로 취임한 카를로스 벨트란 감독이 징계를 받지 않은 까닭이다. 그러나 이미 여론은 ‘재판’에 들어갔다. 2017년 월드시리즈 우승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의견이 비등한 가운데, 당시 선수들의 기록도 재평가에 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17년 월드시리즈 당시 휴스턴의 ‘사인 스틸’ 행위에 직접적인 피해자가 된 다르빗슈 유(시카고 컵스)도 최근 유튜브 방송을 통해 “휴스턴 타자들의 OPS가 모두 높은 것을 보고 이런 의심을 과거에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리그 평균에 비해 휴스턴 타자들의 OPS가 너무 높았다는 것이다. 

휴스턴의 2016년 팀 OPS(팀 출루율+팀 장타율)는 0.735로 리그 14위 수준이었다. 그런데 2017년은 0.823으로 리그 1위를 차지했다. 비약적인 성장이었다. 2018년은 0.754로 떨어졌고, 2019년은 0.848로 다시 리그 1위에 오르는 등 최근 4년간은 널뛰기가 비교적 심했다. 

패스트볼 혹은 변화구 중 뭐가 들어 올지만 알아도 타자들의 성적은 확 좋아질 수 있다. 휴스턴이 2017년 정규시즌에도 이와 같은 행위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불법도박으로 영구추방된 피트 로즈는 최근 "야구 도박보다 더 심하다. 특히 선수가 무죄가 된 것은 의문"이라면서 "선수들에게도 처분을 줘야 한다. 그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물론 휴스턴 팀 성적의 발전을 단순히 사인과 연관 지을 수는 없다. 타자들의 재능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며, 전력 보강나 선수들의 성장도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사인 훔치기로 얻은 득이 성적에 포함됐을 것으로 의혹도 커지고 있다. 휴스턴을 둘러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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