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로트 신인가수 공나리. 제공ㅣ로운홀딩스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대한민국이 트로트로 떠들썩하다. '미스트롯' 열풍은 '미스터트롯'으로 이어졌고, '국민 MC' 유재석은 트로트 신인가수 유산슬로 MBC '2019 연예대상'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그들만의 리그'로만 느껴졌던 중장년층의 '성인가요', 트로트는 이제 아이들도 쉽게 따라 부르는 장르가 됐다. 

트로트에 막 발을 디딘 신인가수들에게는 이런 트로트 바람이 어떻게 느껴질까. 스포티비뉴스가 트로트 신인가수 공나리를 만났다.

"트로트 열풍? 이미 예견된 일, 터질 만 한 것이 터졌다"

2017년 데뷔해 '믿거나 말거나'로 활동중인 신인가수 공나리는 트로트 열풍에 대해 이미 확신이 있었다. "현재의 트로트 붐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라며 "이미 사람들은 트로트를 부르고 있었는데, 팔로어가 없었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그간 트로트를 방송에서 보려면 '가요무대'나 '전국노래자랑'으로 접하는 게 전부였다. 아니면 (케이불이나 IPTV)채널 200번대로 가야 트로트를 겨우 볼 수 있었다"고 그간의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공나리는 "이렇다 할 방송은 많이 없었지만, 트로트 한 곡 못 부르는 아이가 없을 정도로 우리는 트로트를 즐기고 있었다". '사랑의 배터리', '아모르 파티' 등 이미 트로트는 대중적이었다"고 그간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속에 숨어있던 트로트 잠재력을 전망하고 있었다고 발했다. 트로트의 인기는 하루아침에 떨어진 벼락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미스트롯'을 포함한 트로트 대중화에 힘을 보탠 방송 프로그램이 고마운 건 당연지사. 공나리는 "트로트를 재밌게 볼 수 있어서 좋다. 이러한 방송이 계속해서 생기면서 트로트가 표면에 나오게 됐다. 트로트가 일상에서 거론되고, 덩달아 가수들도 화두에 오르게 된 것"이라고 흐뭇해 했다.

▲ 트로트 신인가수 공나리. 제공ㅣ로운홀딩스

"원래 팬덤 원조는 조용필 오빠 부대"

트로트 인기와 더불어 한층 더 젊어진 중장년층의 팬덤 문화도 새롭게 다가온다. 공나리는 "본격적으로 대중문화를 즐기고 소비하기 시작했던 세대는 지금의 중장년층"이라며 "팬덤 문화 원조는 조용필 선배의 오빠 부대"라며 뿌듯해했다. 

그러면서 "다만 요즘 아이돌 팬덤 문화에서만 볼 수 있던 것이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 팬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재미있어했다. 그는 "아날로그 시대가 디지털 시대로 되면서, 이러한 변화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30, 40대가 특정 가수를 좋아한다고 하면 '철없는 어른'으로 보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제는 요즘의 팬덤 문화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중장년층은 '트렌디한 어른'으로 보이게 됐다."

그는 중장년층 팬덤의 다른 색깔을 짚기도 했다. 공나리는 "트로트 팬덤은 가족적인 분위기다. '최애 가수'는 나의 딸이자 아들인 것이다. 우리 가수가 밥은 먹고 다닐까, 걱정과 연민하면서도 자식처럼 바라는 것 없이 응원하고 지지해준다"며 "선물도 아이돌 팬덤과 종류가 다르다. 주로 지역특산물이나 건강식품을 선물로 받는다"고 전했다. 

이어 공나리는 "지금 중장년층은 올드하지 않다. 그들은 이미 세련된 음악이 마련된 환경에서 자랐다. 팝 음악의 시초들을 듣고 자란 세대들이기에, 듣는 수준이 높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즐기는 트로트 역시 세련된 사운드와 예스럽지 않은 멜로디 라인을 자랑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청바지 입고, 통기타 하나에 생맥주 들고 노래 부르던 세대들이다. 전축으로 노래 틀고 놀던 사람들이 트로트 주력 소비 세대라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다"며 트로트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어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경제 성장과 함께 도시로 떠나면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집 떠나고, 부모, 형제 떠나 타향살이하면서 남들에게 말 못할 한이 있다"며 "그런 부분이 트로트와 잘 맞아떨어진다. 꼭 타향살이나 고향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도 트로트에는 우리네 인생처럼 희로애락이 있다. 마음을 움직이는 가사와 구구절절한 창법이 그렇다"고 덧붙였다. 

▲ 공나리가 보컬 트레이너로 활약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케이팝 보컬 코치'. 구독자수 10만 명을 돌파, 실버버튼을 받았다. 제공l로운홀딩스

"단순한 멜로디로 누구나 따라부를 수 있지만, 잘 부르기는 어려워"

그래서 트로트는 쉽고도 어렵다. 누구나 따라부를 수 있지만, 제대로 잘 부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공나리는 "트로트는 4분의 4박자로, 누구나 따라부를 수 있는 멜로디다. 그래서 기교나 창법, 감정 표현 등에서 '트로트를 잘 부른다, 못 부른다' 판가름이 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공나리는 트로트에 매료되고 말았다고. 그는 "트로트 가수 중에 노래 못하는 가수가 없다.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지만, 다 잘 부를 수 없는 것이다"라면서 "소리를 똑같이 내도 심장을 아리는 듯한 소리를 내야 한다. 단순한 멜로디로 감정 전이는 물론, 듣는 사람 마음을 울려야 한다"고 했다. "이래서 트로트가 더 좋다. 재밌고, 미치게 만든다."

"결국은 집밥이 최고"

'트로트 사랑꾼' 공나리도 한 때는 흑인 음악만 고집했다. 그는 "내가 트로트를 할 줄 몰랐다. 희소성 있는 장르가 우아하고 고상하다고 생각했었다. 누구나 부르고 즐기는 트로트보다는 알앤비 음악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동아방송예술대 실용음악과를 전공한 공나리는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엔터테인먼트 석사를 졸업하고 뒤늦게 데뷔했다. 음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공부하면서, 입시생들과 가수들을 가르치는 보컬 트레이너 출신이기도 하다. 현재도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케이팝 보컬 코치'에서 '깨알' 같은 팁과 풍부한 설명을 전하며 구독자 수 13만 명을 돌파, 실버 버튼도 받았다.

그런 그가 처음 트로트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우발적인 도전이 아니냐는 시선도 많았다. 그는 "얼렁뚱땅 즉흥적으로 갑자기 트로트를 시작한 것이 아니다. 이 길로 가도 될지 7년 넘게 고민했고, 신중하게 판단했다"며 "누구보다 열심히 음악 공부했는데, 그 과정에서 트로트가 상당히 가치 있는 장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고백했다.  

"무엇보다 트로트는 불특정 다수가 들을 수 있다. 내 노래를 어린아이부터 노년층까지 듣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잘 부르기에는 어렵지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장르다. 희소성 있는 장르가 주는 힘도 있지만, 모두가 좋아하는 장르가 가진 힘을 더 믿는다. 우리는 결국 매일 먹는 '집밥'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 트로트 신인가수 공나리. 제공ㅣ로운홀딩스

"밥그릇 걱정? 큰 그림 그린다" 

잘 나가던 보컬 트레이너였던 공나리지만, 트로트계에서는 이제 막 데뷔한 '생짜 신인'. 트로트에 대한 남다른 사명감으로 뛰어들었지만, 현실적인 고민도 함께 늘었다. 그런데 트로트 열풍이 불면서, 희망이 보이는가 했더니 경쟁자는 더 늘어만 나고 있다. 비연예인은 물론, 배우, 아이돌, 코미디언 등 여러 직군이 트로트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나리는 딱 잘라서 "좋은 현상"이라고 미소 지었다. "양적으로 많아지는 자체는 크게, 그리고 멀리 봤을 때 긍정적인 현상이다"라며 "소비와 공급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시장도 커진다. 그러다 시장이 어느 정도 커졌을 때는 결국 '고퀄리티'가 살아남게 된다. 그러면 질적으로 자정적 노력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커지면 소비자들의 기대도 커진다. 퀄리티 있는 음반을 응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듣고 싶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많은 이들이 관심 있게 트로트를 보는 것은 호의적이다. 저 또한 '고퀄리티'를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며 희망을 내다봤다. 

▲ 공나리가 지난해 12월에 종영한 TV조선 드라마 '레버리지:사기조작단'에 까메오로 출연했다. 방송화면 캡처

"트로트 유행? 반짝인기? 내공이 해결해 줄 것"

이런 트로트 열풍이 오래갈 수 있을까. 트로트 바람이 반짝 유행에 그치고 얼마 못 가 식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공나리는 급급하지 않다며 이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유행이 돌고 도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유행은 돌고 돌아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유행만 좇으면 안 된다. 유행만 좇아가다 보면, 한 철 장사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사회 과학 전반적인 게 바뀌는데, 음악만 한자리에 있을 수는 없다. 건축, 패션, 기술, 라이프 스타일 등 다 바뀌는데, 흐름에 맞춰서 바뀔 건 바뀌어야 한다"면서도 그럴수록 트로트가 답이라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그는 "트로트도 발맞춰서 변하고 있다. 최근 트로트는 EDM, 댄스 등이 어우러진 융합 트로트다. 순정만 고집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흐름에 따라 변하면서 답을 찾으면 된다"며 "비교적 생명이 짧은 아이돌 활동보다 트로트는 생명이 길다. 오히려 연륜에서 나오는 내공이 더 빛날 수 있는 장르"라고 설명했다. "날이면 날마다 보고 싶은 공나리"라며 항상 자신을 소개하는 공나리가 늘 긍정의 기운을 갖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트로트 가수는 10년을 해야 '신인가수' 수식어를 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올해로 데뷔 3년 차인 저는 '진짜' 신인가수다. 누군가는 3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만큼, 지치지 않냐고 물어보기도 하지만 계속 트로트를 할 거다. 한 길을 파면서 묵묵하게 내 음악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알아줄 것이다. 그런데 시대에 맞는 트로트를 하고 싶다. 트로트를 기반으로 하는 세상에 없는 장르를 하는 것이 제 꿈이다."

▲ 트로트 신인가수 공나리. 제공ㅣ로운홀딩스

"내일은 K-트로트"

공나리는 "음악은 전 세계 공통 언어다. 트로트도 한류로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트로트 한류 가능성을 내다보기도 했다. 외국 팬들이 우리말로 트로트를 따라 부를 수 있게 하는 건 그녀는 물론 많은 트로트 가수의 꿈이기도 하다.

공나리는 "트로트가 따지고 보면 흑인의 블루스와 많은 부분이 닮았다. 두 장르 모두 5음 음계고 결국에는 민요 스케일이다"며 'K-트로트'가 승산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변화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트로트 가사에 은유적 표현이라던가, 정서적 전달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에 연구가 필요하다. 이런 장벽이 개선된다면, 충분히 매력 있다고 느낄 것이다. 실제로 '미스트롯' 미국 투어 콘서트도 티켓을 모두 매진시켰다. 지금은 한인 교포 중심의 관객들이지만, 현지인들도 곧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u_z@2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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