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형근 기자] ‘도마의 신(神)’ 양학선(28)은 지난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3월 아제르바이잔 바쿠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에서 6년 만에 국제 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카타르 도하 FIG 월드컵 종목별 대회에서 연이어 우승했다. 6월 제주 코리아컵 국제체조대회와 9월 전국체전에서 정상에 오른 양학선은 전성기 기량을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단 한 번의 실수가 뼈아팠다. 10월 세계선수권대회 예선에서 압도적 성적을 올렸지만 결선에서 착지 실수를 하며 8위에 그쳤다. 15일 스포티비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당시 ‘부담’에 휩싸였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2019년은 자신감을 찾은 한 해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모든 대회에서 완벽하게 금메달을 딸 수 있었지만 가장 큰 대회에서 마지막에 실수했다. 처음으로 부담을 느낀 대회였다.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은 대회가 처음인 느낌이었다.”
양학선에게 부담을 안긴 상대는 홍콩의 섹와이훙.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양학선,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김한솔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다.
“그동안은 내 기술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섹와이훙이 나보다 높은 스타트를 갖고 있어 혹시 지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체조는 나 자신과 싸움이라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내가 실수하면 상대와 경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전문적인 심리 상담도 고려하고 있다.”
양학선은 자신의 이름을 딴 양학선 1(난도 6.0점)과 쓰카하라 트리플(난도 5.6점)을 구사한다. 섹와이홍은 두 번의 시도에서 모두 난도 6.0점짜리 기술을 시도한다. 도쿄 올림픽의 메달 색깔은 ‘실수’ 여부에서 갈릴 수 있다.
“섹와이훙의 스타트가 나보다 높다. 스타트를 뒤집는 건 내가 신기술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신기술을 도전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고 정확도가 떨어진다. 착지에서 감점을 줄인다면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도쿄 올림픽까지 2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양학선은 ‘부상’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체조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딴 양학선은 이후 햄스트링과 아킬레스건부상에 시달렸다. 2016년 리우 올림픽도 부상으로 나서지 못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기술은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은 것이다. 기술로 지면 깨끗이 포기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 계속 도전하게 된다. 매일 불안해하면서도 운동을 한다. 부상의 완치는 없기 때문에 매번 조심해서 훈련하고 있다.”
양학선은 8년 만의 올림픽 도마 정상을 향해 시동을 걸었다. 어린 나이에 금메달을 딴 그는 ‘유종의 미’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체조 선수의 전성기는 26살부터 30살이 되기 전인 내 나이(28)라고 한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난 전성기가 너무 빨리 왔다. 너무 어렸을 때 메달을 땄고, 지금은 하락세여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풀어졌다고 욕도 많이 먹어서 보여주고 싶다는 오기가 생겼다. 마지막에는 웃으면서 마무리하고 싶다.”
도쿄 정상에 올라야 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양학선은 도쿄 올림픽을 마치고 6년 동안 만난 여자 친구와 결혼할 예정이다.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부모님과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가장 먼저 생각날 것 같다. 매번 다치는 모습만 보여줬지만 항상 위로해주고 힘을 줬다. 꼭 금메달을 선물로 주고 싶다.”
스포티비뉴스=정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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