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U-18 팀의 성공작 중 하나로 기대를 받는 오현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수원, 한준 기자] 유럽 주요 리그에는 10대의 나이에 1군 경기에 나서 깜짝 돌풍을 일으키고 단숨에 주력 선수로 발돋움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2019-20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메이슨 그린우드, FC 바르셀로나의 안수 파티 같은 선수들은 주전 선수들의 부상 와중에 1군 경기에 전격 기용되어 득점 행진을 펼쳤다. 유소년 무대에서 날고 긴다 하는 선수들은 왜 K리그 무대에서 곧바로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운 걸까? 

수원 삼성 유소년 팀의 최대 아웃풋으로 불리는 권창훈도 고교 졸업 첫해 데뷔, 2년 차에 20경기 1골 2도움 후 3년 차에 리그 10골을 올리며 스타가 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그 이후의 선수들은 냉정히 말해 K리그의 톱 플레이어로 성장한 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가장 큰 기대를 받은 전세진은 조기 입대를 택했다. 2020시즌에도 유소년 팀에서 배출한 선수로 전력의 절반을 구성해야 하는 수원 삼성의 고민은 크다. 유소년 출신 선수들의 빠른 1군 적응에 대한 고민은 K리그 전체의 고민이기도 하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김석우 수원 U-18 팀 감독, 김주표 수원 U-18 팀 피지컬 코치와 인터뷰를 통해 함께 고민했다.

▲ 김석우 수원 U-18 팀 매탄고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 유스 출신의 1군 생존 경쟁, “유럽은 훨씬 더 살벌하다”

- 소유 중심의 플레잉 모델로 유소년 팀을 운영하는 데, 1군 팀 진입 시 피지컬 열세에 대한 지적이 많이 따른다. 이런 점에서 프로 입성 전 준비가 필요하지 않은가?

김석우: “우리도 소유 훈련만 하는 게 아니라 현대 축구 흐름에 맞는 수비적 요건, 전환과정의 여러 상황을 놓고 훈련한다. 아무래도 프로 경험을 했다면 적응할 수 있는데, 그런 경험 없이 1군에 올라가는 상황이다. 예를 들면 고등학교 팀에서 좋은 팀과 경기할 때 강도와 프로에서의 강도 차이가 크다. 어떤 선수든지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다른 한 예를 들면, 바르셀로나는 메시 같이 재능 있는 선수는 피지컬이 떨어져도 상대적으로 장점을 살릴 플레이를 터득하도록 월반시켜 경쟁하고 살아남게 한다. 그런 데 다른 팀들은 오히려 피지컬이 떨어지는 선수는 한 단계 내려서 자신감을 갖게 훈련시키는 경우가 있다. 우리도 그런 강도에 대해 빨리 판단하고 실행하는 기본을 배우게 해서 1군에 보내려고 한다. 하지만, 피지컬 요소 자체를 올라가자마자 따르긴 쉽지 않다. 그래서 다들 21세 이하 리그가 생겨야 한다고 말한다.” 

“R리그보다 전문적으로, 21세 이하 팀이 생겨서 1군과 유소년 팀의 중간 역할을 할 무대가 필요하다. 그런 부분을 연맹이나 협회 차원에서 고려하면 더 발전할 계기가 될 것이다. 시간이 걸렸지만 R리그에 지금 매탄고 선수 21세 이하 선수가 많다. 우려를 하고 걱정한 부분이 많지만, R리그 경기의 우리 팀을 보면 주도적이고, 프로에 준하는 템포를 따라간다는 생각 들었다. 좋은 선수가 올라오면 중간 관리가 필요하다. 권창훈 선수가 1차 년차에 데뷔, 2년 차에 20경기를 뛰었는데, 이를 1년으로 줄일 수 있는, 빠르게 적응하고 피지컬 요건을 갖추고, 속도에 적응할 능력을 키우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2군 팀의 K3리그, K4리그 등 프로 하부리그 참가도 논의되고 있다.

김석우: "연맹도 고려하고 제도적인 문제를 검토하는 것 같다. 그렇게 됐으면 좋겠고, 그렇게 검토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곧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시간의 문제다. K3에 편성되지만 1위해도 승격이 안되는 형태로, 유럽의 시스템에 맞춰 변화를 하는 건 시간의 문제라고 본다."

-지난 시즌 마지막 리그 2경기에 수원의 유스 선수가 많이 뛰었다. 어떻게 봤나?

김석우: "저도 선수로 데뷔전이 많이 기억 난다. 선발이었는데 90분을 다 못 뛰었다. 외적 요소, 긴장감, 원정 경기, 여러 복합적 상황으로 미뤄봤을 때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 물론 선수가 준비가 안되면 안되지만, 본인이 생각지 못한 강도가 1군에 있다. 체험하기 전에 생각만 갖고 얻어가기 어렵다. 나 또한 1경기, 2경기, 3,4경기를 하면서 안정됐다. 선수마다 차이는 있지만 경험할 시간은 있어야 한다."

김주표: "전세진, 신상휘, 김태환이 고교 레벨에서 많은 걸 보여줬다고 하지만, 한국 환경이 사실은 안정적이다. 다 진학하게 해주고. 안정적 환경에서 잘했지만 프로는 살벌한 환경이다. 하루 세션으로 다음 경기에 나갈 선수가 걸러진다. 아직 고교 레벨에서 몸 관리 나름 잘했고, 상휘랑 태환이는 3학년 때도 따로 할 얘기가 없었다. 자기들 할 것을 딱딱 잘 하고 갔던 애들이다. 그래도 고교 안에선 안정적이고, 코칭 스태프가 케어를 다 해줬다. 매탄고의 틀 안에서 대학 진학이나 프로 진출이 안정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에 가면 여전히 감독의 눈에 안찰 것이다. 안정된 틀 안에서 정글로 나간 거다. 그런 시각 차이는 우리 관점과 그쪽 관점을 떠나 구조적으로 있을 수 밖에 없다. 바르셀로나도 10년 동안 제대로 배출한 유소년 선수가 없다. 그들이 자문하는 게 디테일하게 선수를 관리했는데, 이게 맞는 것인가. 맨시티도 마찬가지다. 톱 레벨 유소년 선수를 어려서부터 다 관리해줬는데 자기 혼자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잘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것도 생각해볼 부분이다."

▲ 수원 U-18 팀 매탄고등학교 ⓒ수원 삼성


- 프로에 올라온 유소년 선수들의 멘털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생존 경쟁에서 밀려나는 과정에 고교 시절 잘 나갔던 선수들의 근성 문제도 지적되는데?

김석우: "성인 레벨과 비슷한 경쟁이 되기 위해선 이적, 방출, 경쟁에서 도태되는 상황이 유소년 레벨에서도 외국처럼 자유로워져야 한다. 선수 이적이 어려움 없이 이뤄진다면 경쟁이라는 환경을 바꿔나갈 수 있다."

김주표: "유럽은 살벌하니까. 유소년 팀도 매년 선수가 바뀌고. 상대적으로 그렇다."

김석우: "조금 더 활발하게 지속적으로, 내가 이런 것이 없으면 안 된다고 느끼고 본인 스스로 해야 한다. 한국은 내보낼 수는 있지만 받을 수 는 없는 구조다. 영입이 안 된다."

김주표: "외국 같으면 매탄고, 오산고 간에 선수 이동이 열려있다. 그렇다면 선수들이 경쟁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본인의 미래를 느끼며 성장한다.”

김석우: "우리도 선수를 받을 수는 있지만, 연고 지명 문제가 있다. 1학년에 등록하면 연고 지명을 끌고 가는데 중간에 오면 그런 권한이 없다. 잘 키워놓고 다른 팀에서 계약금 주고 데려가면 막을 권리가 없다."

김주표: "또 학원 팀 선수를 중간에 그냥 데려오는 것도 지도자들이 좋게 보지 않는다. 생리상으로 좋은 선수가 좋은 레벨의 팀에 가고 낮은 선수는 낮은 팀으로 가서 순환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내가 있는 영국에 있었던 대학교에선 선수들이 스스로 프로에 가고 싶어서 알아서 몸 관리를 다 했다. 영양 식단 등등 모든 걸 철저하게. 프로에서 뛰고 싶으니까."

- K리그도 준프로 계약이 도입됐다. 하지만 여전히 월반이 쉽지 않은 여건이다.

김석우: "어느 정도 이 선수가 성장을 하고, 나태함을 가지면. 머물려고 하는 시점에서 외국 팀은 한 단계 승급을 시킨다. 좋은 자질을 갖고 있으면 좀 더 올려 뛰게 하고. 그런 시점을 잘 판단하고 결정하고, 그런 데이터가 쌓이면 좋은데 우리 아직 안 잡혀 있는 상황이다. 선수들이 개개인적으로 간절함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런 유소년 단계, 환경을 제공한 것도 구단과 지도자가 할 역할이다. 아직 아이들이니까. 경험해보지 못했으니까. 그런 환경과 상황을 만드는 것도 구단과 축구인들이 해야 할 일이다. 연수를 가는 이유가 그런걸 보고 어떻게 하면 한국 시스템에 적용하려는 거다."

-아시아 선수의 성장이 서양보다 늦은 측면도 있나? 김민재나 오현규 같은 경우 바로 프로에서 잘 했다.

김석우: "축구가 피지컬적 요소만 갖고 할 수 없다. 축구 지능이 필요하다. 손흥민이 잘하는 이유도 복합적 부분에서 세계적 능력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환경적 요소가 크다. 단적인 예를 보면 어떤 잔디에서 훈련했느냐도 근육의 질이 성장 과정에 다를 수 있다. 볼을 다루는 부분에서 기술적인 선수가 필요하고, 인조잔디에서 배운 친구들과는 차이가 점점 벌어진다. 김민재 같은 케이스는 그런 능력을 최강희 감독이 보고 어릴 때부터 좋은 팀 안에서 뛰게 했다. 실수를 하더라도 커버할 수 있는 구성원 안에서, 구조 안에서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김주표: "유럽 선수들은 12살부터 월반이 이뤄진다. 12세에 잘 하면 13세 팀으로 가고, 14세 팀으로 간다. 어려서부터 높은 연령을 뛰어본 경험이 많다. 우리 선수들은 13세~15세가 중학교의 틀에 갇혀있고 16세~18세가 고등학교 틀에 갇혀있다.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본 경험이 없다. 18세 선수들이 러닝머신으로 10km/h로 30분을 뛰었다고 보자. 근데 하루 아침에 30분에 15km/h를 뛰어야 한다. 바로 할 수 있나? 못 뛴다. 20분 밖에 못 뛸 것이다. 강도가 높아지면 당연히 양은 줄어든다. 15km/h로 뛰어야 하면 20분만 뛰게 하고 다음 21분, 22분, 6개월에서 12개월의 시간 주고 점진적으로 천천히 올려야 한다. 강도가 올라가면 양 떨어지니까. 양을 유지하면 퍼포먼스가 떨어질 수 있고 피로도 빨리 올 수 있다.”

-유스팀 중심 운영이 수원삼성의 새 방향성인데, 1군에 주축으로 올린 선수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2020시즌에는 개선할 방안이 있나?

김주표: "성인 레벨이니까 무조건 풋볼 액션의 질을 고려한다. 폭발력과 템포가 엄청 빠르다. 우리가 그걸 맞춰야 하는 게 사실이다. 더 맞춰야 한다. 그 강도에서 선수들이 못해도 15분이라도 비빌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할 수 는 없다. 우리 플레잉 스타일 안에서 계속 밖에서 스피드, 웨이트 트레이닝 통해 그 템포와 강도를 우리 훈련 안에서, 18세 훈련을 마치 대학 훈련처럼 만드는 게 내 역할이다."

김석우: "그것을 축구적으로 만들고자 한다. 공과 함께. 2년 째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주선한 유럽 연수를 다녀왔다. 축구에서 체력을 올리는 현대 축구 흐름이 볼과 함께 하는 체력 훈련이다. 그런 훈련을 통해 최대한 선수들의 강도를 끌어올려서 다음 단계에 준하는 강도를 만드는 것,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선수와 부딪혔을 때 차이를 줄이는 게 필요하다. 어떻게 해서든지 지도자로서 긍정적 방향을 생각해서 아이들에게 축구 틀 안에서 벗어나지 않고 프로에서 원하는 선수를 만드는 게 우리 숙제다. 단기간에 잡기는 힘들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이렇게 하고 있으니, 시간을 갖고 결과물을 만들어 냈을 때, 레퍼런스가 쌓일 것이다. 프로가 원하는 부분을 파악해서 그에 근접하게 경기에서 끌어내도록 연구해야 한다."

-훈련의 양을 늘려야 하나, 질을 늘려야 하나?

김주표: "축구 경기는 90분이다. 양은 일정하다. 성인 레벨이라고 110분 하는 게 아니다. 훈련도 90분이라는 양 안에서 질을 늘리는 게 중요한 포커스다. 예외적으로 연장전이 있고, 프로에 주 2회 경기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축구는 90분 안에 모든 걸 쏟아내야 하는 스포츠다. 우리도 훈련 안에서 최대한 정해진 양 안에서 더 높은 템포, 더 강한 강도로 축구 액션이 나올 수 있도록, 더 적은 공간과 시간 안에서 좋은 판단을 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려면 플레잉 스타일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야 선수들이 자동화 단계에 근접해질 수 있다."

▲ 매탄고 시절 오현규아 김주표 피지컬 코치 ⓒ한국프로축구연맹


◆ 십자인대 부상에서 회복한 오현규, 믿고 기다리는 수원의 성공 사례

- 2019시즌에 1군 팀에 올라온 오현규의 경우 피지컬적으로나 멘털적으로 곧바로 프로 무대에서두각을 나타냈다. 피지컬적으로 차이가 있나?

김주표: “(오)현규는 예외라고 느낀다. 김석우 감독님은 현규를 6학년때부터 보셨다. 나도 이 팀에 왔을 때부터 몸이 다른 선수였다.

김석우: "피지컬적으로 탄탄함이 있었다. 중학교부터 왔는데 졸업반부터 했으니까 6학년에 본 것이다. 득점 감각을 갖고 있다. 온 몸이 무기다. 부딪히고. 골에 대한 책임감, 적극성, 승부욕을 타고 났다."

김주표: "현규는 십자인대가 한번 나갔었다. 현규가 복귀했을 때, 주승진 감독, 김석우 수석코치 체제였다. 보기엔 멀쩡하게 왔다. 그래도 구단도 감독님도 재활을 위한 6개월의 시간을 내게 줬다. 필드 밖에서 기본적으로 양을 90분 뛸 수 있게 채워놓고. 점진적으로 올렸다. 그리고 필드로 들어와서 처음에 웜업, 패스 훈련 들어오고 빼고 밖에서 뛰고 포지셔닝 훈련하고 빼고, 11대11 훈련 넣고 빼고, 컨디셔닝 훈련하고, 그 다음에 경기 20분 넣고, 45분 넣고, 이렇게 6개월동안 했다." 

김석우: "(큰 부상을 당하고 나면) 유럽도 쉽게 경기에 투입을 안한다. 우리 나라도 요즘엔 많이 나아진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더 선수가 힘들만큼 긴 기간을 재활했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 쯤 다쳤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에 외서 경기를 뛰었다. 3학년 올라가는 시점에 이임생 감독님이 오시면서 조금씩 훈련 과정을 통해 전지훈련에 고등학교 신분으로 따라간 첫 케이스가 됐다."

김주표: "십자인대를 다치면 회복까지 2년 봐야 한다. 1차적으로 좋았던 것은 삼성 STC다. 여기로 현규를 보내줬다. 현규는 수술을 안받고 자연치유로 재건했다. STC에서 기본 재활을 잘해줬다. 그리고 유스팀에 와서 충분히 저에게 시간을 줬다. 마지막으로 잘 되었던 것은 현규가 본인 스스로 잘 따라온 것이다. 힘들게 한 만큼 본인이 컨트롤해서 잘 가져간 것이다. 십자인대를 다치고도 더 잘된 것은 쉽게 이뤄진 게 아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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