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수뿐 아니라 많은 농구선수들이 악플에 힘들어하고 있다 ⓒ WKBL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악플로 농구선수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외국선수부터 여자선수까지 다양하다.

여자농구 국가대표 센터 박지수(22, 198cm)는 지난 20일 SNS(소셜 미디어)를 통해 "표정이 왜 저러냐 무슨 일 있냐 싸가지가 없다 등 매번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 귀에 안 들어올 것 같으셨나요? 아니면 일부러 들으라고 하시는 건가요?"라며 "그분들께 오히려 제가 물어보고 싶네요. 몸싸움이 이렇게 심한 리그에서 어떻게 웃으면서 뛸 수 있을까요? 전쟁에서 웃으면서 총 쏘는 사람이 있나요?"라며 악플에 대한 괴로움을 호소했다.

이어 이 문제로 우울증 초기까지도 갔다고 고백했다. "매번 이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시즌 초엔 우울증 초기까지도 갔었습니다. 정말 너무 힘드네요. 이젠 이렇게 올린다고 해서 당장 뭐가 변하지 않을 거란 것도 알고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욕하실 분들은 욕하실 거란 것도 알아요. 그런데도 올리는 이유는 너무 답답하고 스트레스 받아서 진짜 그만하고 싶어서요. 그냥 농구가 좋아서 하는 거고 전 제 직업에 대해 자부심이 있는데 이젠 그 이유마저 잃어버리고 포기하고 싶을 것 같아서요"라고 밝혔다.

악플에 고통받는 여자농구 선수는 박지수만이 아니다. 올해로 여자농구에 13년 몸 담고 있는 아산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선수들한테 너무 심한 말을 하는 분들이 있다. 댓글이 대표적이다"라며 "너무 자극적이고 상처가 될 말들이 있다. 농구를 못하고 싶은 선수는 없다. 다 잘하고 싶지 못하고 싶은 선수가 어디 있겠나. 본의 아니게 못할 수 있고 컨디션에 따라서도 부진할 수 있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상처를 주면 다시 일어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선수가 못해서 진 다음 날 아침에 보면 눈이 팅팅 부어있다. 본인이 속상해서 울기도 했지만 알고 보면 댓글 보고 영향을 받은 경우가 많다"고 팬들에게 선수들을 향해 무분별한 악플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 한국에 귀화까지 한 라건아도 악플로 피해를 호소했다 ⓒ KBL
악플은 여자선수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귀화해 국가대표로 뛰고 있는 라건아(31, 199cm)도 얼마 전 인종차별과 비하 발언이 써져있는 메시지를 캡처해 SNS에 올렸다.

라건아는 "매일 한국인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받는다. 보통은 차단하지만 매일 이런 것들을 견뎌야 한다”고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라건아뿐 아니라 국내에서 뛰는 외국선수들을 향한 인종차별적인 댓글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KBL(한국프로농구연맹)이 서둘러 인종차별로 인한 외국선수들의 정확한 피해 정도와 실태 파악, 법적 대응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악플을 차단하기 위한 법적 조치는 중요하다. 이 문제에 남녀 프로농구 연맹뿐 아니라 구단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네티즌들의 자정 노력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경기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 아닌, 무분별한 비난과 악플은 프로농구뿐 아니라 글을 쓰는 네티즌 스스로도 멍들게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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