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영화 '히트맨', '남산의 부장들', '미스터 주:사라진 VIP',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해치지않아', '스파이 지니어스'. 제공|포스터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나흘의 설 연휴. 절로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면 다채로운 메뉴판을 만나게 될 것이다. '남산의 부장들', '히트맨', '미스터 주:사라진 VIP' 등 한국영화 삼대장을 필두로 저마다의 재미와 매력을 갖춘 영화들이 극장에 걸렸다. 그 매력과 장단이 분명한 영화들, 취향껏 골라보며 연휴를 만끽하시기를!

◆'남산의 부장들'=연기神이 보고싶다면, 웰메이드가 기준이라면?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은 설 연휴 첫 손에 꼽는 기대작이다. 1979년 중앙정보부장이 대통령을 암살하기까지 40일의 이야기를 114분에 담아냈다. 원작은 취재기가 바탕인 동명의 논픽션. 총선의 해에 온 묵직한 정치드라마지만, 배우들의 숨막히는 열연이 더해진 느와르로도 보인다. 박정희 대통령과 암살범 김재규 등 실존인물과 10.26이란 현대사의 큰 사건을 소재로 삼았지만 영화는 "실화를 바탕에 둔 픽션"임을 분명히 한다. 

▲ 출처|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
정치색을 가능한 배제한 채 인물의 심리와 감정에만 초점을 맞췄다. 덕분에 '15세관람가 설 영화'의 외연이 한층 넓어진 느낌이다. 숨막히는 긴장감이 내내 이어지다 마지막에서야 폭발한다. 극적으로 재현한 10.26의 순간은 특히 강렬하다.

음악과 미술 등 보고 듣는 만족이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압도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특히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역의 이병헌은 극단적 클로즈업 속에 고요히 요동치는 인물을 그려내며 혀를 내두르게 한다. 첫 등장부터 놀라운 '박통' 이성민을 비롯해 곽도원, 이희준, 김소진 등 뛰어난 배우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성찬이다. 보고나면 명절 내내 이야깃거리가 그치지 않을 듯하다.

▲ 출처|영화 '히트맨' 스틸
◆'히트맨'=명절엔 코미디라면, 그저 웃고싶은 당신께

명절엔 코미디, 그 검증된 흥행에 다시 한 번 도전하는 '히트맨'(감독 최원섭)은 웃기자는 목표 하나로 달려가는 코믹 액션이다. 정보기관의 비밀 암살요원이면서도 만화가의 꿈을 놓지 못하던 에이스 준이 주인공. 그는 작전중 탈출, 결국 웹툰작가의 꿈을 이루지만 현실은 '망작'을 전전하는 신세다. 가장의 무게를 절감한 그가 술김에 공개해선 안될 비밀을 웹툰에 그리면서 벌어지는 소동이 시끌벅적하게 이어진다.

액션 되고 코미디 되는 권상우는 찰떡이나 다름없는 캐스팅. 가정적이지만 어딘지 허술한 이미지까지, 맞춤형 캐릭터를 맡아 '히트맨'을 이끈다. 액션은 코미디 영화의 양념 정도에 머물기 일쑤지만, 권상우가 몸을 던진 시원시원한 액션이 제법 쫀쫀하고 완성도가 높다. 여기에 악마인지 꼰대인지 모를 교관 정준호를 비롯해 황우슬혜, 이이경, 허성태, 이지원 등 능청스런 배우들로 진용을 짰다. 곳곳에 폭소 포인트가 있는데, 침 튀기는 우격다짐 개그는 취향을 탈 듯. 짐작 못했던 끈끈한 가족애는 흐뭇하다.

▲ 출처|영화 '미스터 주:사라진 VIP' 스틸
◆'미스터 주'=가족영화 애호가를 위해, 반려인 관객도 추천

국가정보원 에이스 요원이 사고를 당해 갑자기 동물과 대화하는 능력이 생긴다고? '미스터 주:사라진 VIP'(감독 김태윤)는 동물이라면 끔찍해 했던 그가 저마다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동물들의 도움을 얻어 사라진 VIP를 찾아가는 소동극이다. 올해 설 가장 바쁜 배우 이성민이 주연을 맡아 셰퍼트 알리와 콤비를 이뤘고, 신하균부터 유인나, 이순재, 이선균 등 쟁쟁한 배우들이 동물 목소리를 맡았다. 할리우드에선 친숙한 장르지만 한국영화로서는 처음이나 다름없는 시도가 신선하다.

12세관람가에 맞춘 유쾌한 전개, 좌충우돌 소동이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소소한 패러디도 곳곳에 숨어 웃음을 더한다. 전체적으로는 폭소만발 코미디보다는 전연령 가족영화에 가깝다. 동물과 사람의 우정과 공존, 삐걱거리던 가족의 회복이 진한 코드로 녹아있다. CG나 완급이 어색한 몇몇 대목이 몰입을 해치지만, 의미나 매력포인트는 명확하다. 영특한 알리가 한 몫을 한다. 반려견이 있는 관객이라면 '네 마음 내가 알지' 하는 듯한 알리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그대로 공감해버릴 가능성이 높다.

▲ 출처|영화 '해치지않아' 스틸
◆'해치지않아'…이게 말이 되냐고? 확인하고 싶다면!

'해치지않아'(감독 손재곤)는 개성이 또렷한 코미디다. 동물 하나 안 남은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동물 탈을 쓴 직원들이 동물 행세를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고도 따스하게 담는다. 말이 될까 싶은 설정이지만 실행에 옮겨 납득시키고야 마는 센스와 능청이 돋보인다. 보는 사람도 긴가민가 하게 하는 동물탈 완성도도 한 몫 한다. 독한 설정이나 과장이 없지만 한번 먹으면 또 생각나는 담백한 맛 코미디랄까. 설 한국영화 3대장에 앞서 관객과 만났지만, 아직 1주일밖에 안 지났다. 아이나 어른 모두 함께 보기 부담없다.

▲ 출처|영화 '스파이 지니어스' 스틸
◆'스파이 지니어스'…유쾌상쾌 애니메이션이 고프다면?

'스파이 지니어스'(감독 닉 브루노, 트로이 콴)는 어린이는 물론 어른도 즐길만한 애니메이션이다. 잘 나가는 슈퍼스파이에서 한 순간에 '새가 된' 스파이 랜스와 별난 상상력의 스파이 장비 개발자 월터의 좌충우돌 팀플레이를 그렸다. 귀여운 비둘기 캐릭터와 귀여운 소동극, 그에 담긴 공존의 메시지는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를 만든 블르스카이스튜디오의 솜씨. 윌 스미스가 성과 지상주의 랜스, 톰 홀랜드가 낭만파 천재 월터의 목소리를 맡아 재미를 더했다. 깜짝 드라마는 K드라마와 트와이스의 노래도 주목!

▲ 출처|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스틸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아트버스터가 그리울 때

개봉 1주일 만에 5만 관객을 돌파해버린 프랑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감독 셀린 시아마)은 새해 극장가의 잔잔하지만 강력한 화제작이다. 지난 칸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 '기생충'과 함께 수작으로 오르내리다가 이제야 한국에 상륙했다. 배경은 18세기,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귀족 아가씨와 그 초상화를 그리게 된 여성 화가의 운명적인, 꺼지지 않을 사랑의 기야기를 그린다. 미술과 문학, 음악이 어우러진 진짜 아트버스터. 아델 에넬과 노에미 멜랑, 섬세하고도 강렬한 두 배우의 열연도 여운이 길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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