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히트맨'의 권상우.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새 영화 '히트맨' 첫날 인터뷰를 마치고 권상우(46)가 들른 곳은 시사회가 열리는 극장 맨 뒷줄이었다. 공들여 찍은 코믹액션을 내놓고 나니 관객 반응이 궁금해 조용히 들렀다. 관객들이 많이 웃는 걸 봤지만 아직은 마음이 안 놓인단다. 무대인사 틈틈이 극장에 가서 지켜보다 분위기 좋으면 가끔 '저 권상우입니다' 하고 인사도 한다니, 운 좋은 관객들은 그를 만날 수도 있겠다.

22일 개봉한 영화 '히트맨'(감독 최원섭)은 권상우를 위한 권상우의 영화다. 주인공은 국정원 암살요원 준. 투입되는 족족 작전에 성공, 최고 에이스로 인정받으면서도 만화가의 꿈을 버리지 못하던 준은 결국 조직을 탈출해 무명의 웹툰작가로 살아간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든든한 가정까지 꾸렸건만 손대는 작품마다 망작소리를 듣다보니 아내에게도 딸에게도 늘 고개숙인 가장이다. 술김에 일급 보안사항인 자신의 경험을 웹툰에 그렸다가 대박이 난 그는 곳곳에서 쫓기는 신세가 된다. 

▲ 영화 '히트맨'의 권상우.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허당기를 발산하다 말고도 격투 액션의 달인이 될 수 있는 배우 권상우에겐 맞춤이나 다름없다. 만화적 상상력과 어우러진 짠내나는 가족 이야기에선 그의 지금을 있게 한 영화 '탐정'이 떠오르기도 한다.

"제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충분히 했죠. 현장에서도 편하게 했고요. '탐정'처럼 가족애가 있는 영화라 좋았어요. 자기 꿈을 위한 영화잖아요. 현실은 녹록치 않고, 작품은 망하고, 와이프에게 뭐든 해주고 싶은데 안되고, 딸에게도 마찬가지고. 한 시도 편할 날 없는 주인공에 끌렸어요. 힘들지만 건강하게 풀어가는 모습이 재밌었고요. 팝콘무비로 보기엔 충분하지 않을까 했죠."

'히트맨'은 액션 코미디가 아니라 코믹 액션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영화기도 하다. 권상우가 날랜 몸으로 펼친 액션은 쾌감이 상당하다. 권상우는 "코미디에서 액션을 찍으면 헐렁하게 가는 경우가 많은데 공들여 찍었다"며 "지문을 볼 때는 이렇게 액션이 많은지 몰랐는데 현장에 오니까 고단하더라"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권상우는 "코미디가 더 힘들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코미디에선 '내가 웃기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진지하게 임했다"고 설명했다. 액션, 코미디 다 되는 드문 배우라는 평가에는 "틈새 공략 중"이라며 너스레로 받았다.

▲ 영화 '히트맨'의 권상우.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히트맨'이 권상우에게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는 따로 있다. 코미디도, 액션도 아니다. 그는 "긍정 에너지가 많은 영화"라면서 "누구나 꿈을 좇아서 살고 도전한다. 그래서 저도 배우가 됐다. 아내와 아이들이 있어 그런지 몰라도 가족애를 다루는 영화에 더 마음이 간다"고 털어놨다.

"인생에서 제게 가장 영향을 준 게 초등학교 때일 거예요. 자각할 건 다 자각하던 때죠. 그때 어려웠어요. 리어카 하나에 식기도구 몇 개, 옷가지 몇 개 싣고 형이랑 엄마랑 매일 이사를 다녔어요. 이제까지도 그 때가 배어있어요. 남의 감정도 아니고, 제 이야기기도 하지만 저희 엄마, 가족 이야기기도 하죠. 그래서 더 가깝게 와닿나 봐요. 사실 부잣집 이런 이야기 공감이 잘 되지는 않아요. 그런 (짠내 나는) 역할들이 더 욕구도 생기고 더 하고 싶고요."

그의 옛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봤다. 유쾌한 코믹 액션으로 한국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던 성룡(청룽, 재키 찬)은 어린시절 권상우의 우상이었다. 영화 따라 낙법을 해보며 어렴풋한 꿈을 품었던 그때, 뒤늦게 그림 그려 대학을 갔고 군대에 갔다온 뒤에야 꿈꾸던 일을 하러 찾아갔다. 그것이 연기였다. "겁 없이 올라와서 운좋게 여기까지 왔다"는 권상우는 "꿈이 있다면 최고의 자리에서 포기할 수 있을 것도 같다"며 영화 속 준의 선택에 공감했다. 그에게 연기는 "못다 이룬 꿈을 이루는 과정"이다. "일하는 게 재일 재미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달아 개봉한 영화만 3편.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권상우는 "한 신 끝나고 다음 신 준비하려고 분주하게 스태프가 움직일 때 현장에 앉아있는 게 행복하고 고맙다"며 "선택받아 현장에 있다는 게 행복하다. 요즘에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현장위 중심에 있는 배우로 몇 년이나 더 현장을 지킬 수 있을까 고민도 되지만 여유도 함께 생겼다. 다만 부지런히 움직이고 운동하며 준비를 계속할 뿐이다.

▲ 영화 '히트맨'의 권상우.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히트맨'은 권상우에게 가족과 함께할 기쁨이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15세 관람가지만,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아들 룩희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갈 수 있겠다 싶어 기분이 남다르다. 권상우는 "아들이 처음으로 엄마하고 아빠 영화를 본다"며 "저에게는 그것도 영화 흥행만큼 중요하다. 룩희가 보고 재미있어 하는 바람도 있다. 중요한 교감 아니겠나"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극중 구박받는 남편이라 어쩌냐 하니 아내 손태영도 재밌어할 것 같단다.. "평소에도 잔소리를 많이 들어서, (실제나) 별반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하기 떄문에…."(웃음)

이미 '탐정' 1,2편을 통해 프랜차이즈 영화의 맛을 본 권상우다. 성룡 영화를 닮은 '히트맨' 역시 혹시 그런 시리즈로 나갈 수 있을까 슬며시 기대도 해본다. '탐정'은 투자배급이 CJ엔터테인먼트, '히트맨'은 롯데엔터테인먼트다. "저의 야심이 있다면 이거다. CJ, 롯데에 각기 시리즈를 가진 배우가 되는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던 "스코어에 굴하지 않고 좋은 작품을 찾아가고 싶다"고 다시 각오를 다졌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roky@spotvnews.co.kr

▲ 영화 '히트맨'의 권상우.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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