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ISU 피겨스케이팅 유럽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우승한 알료나 코스토르나야(러시아)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알레나 자기토바(18, 러시아)는 만 15살의 나이로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한동안 자기토바의 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러시아의 풍부한 피겨스케이팅 시스템은 여자 싱글의 판도를 바꿨다.

평창 올림픽이 끝난 뒤 자기토바는 키가 5cm나 자랐다. 체형 변화를 버티지 못한 그는 추락의 길을 걸었다. 지난해 12월 8일(이하 한국 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막을 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에서는 최하위인 6위에 그치는 수모를 겪었다.

이 대회가 끝난 뒤 자기토바는 "동기부여를 잃었다. 연습은 하겠지만 한동안은 대회에 출전하지 않겠다"라며 활동중단을 선언했다.

자기토바 이후 여자 싱글은 러시아 유망주들의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졌다. 올 시즌 이러한 흐름을 깨고 절대강자로 등극한 이는 알료나 코스토르나야(16, 러시아)다.

코스토르나야는 지난 26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그란츠에서 막을 내린 2020년 피겨스케이팅 유럽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총점 240.81점으로 우승했다. 그는 지난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이 대회에서 그가 기록한 총점 247.59점은 새로운 채점 도입 이후 여자 싱글 역대 최고 점수다.

▲ 2020년 ISU 피겨스케이팅 유럽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 알료나 코스토르나야(가운데)와 은메달리스트 안나 쉐르바코바(왼쪽) 동메달리스트 알렉산드라 트루소바 ⓒ Gettyimages

어느덧 여자 싱글에서도 4회전 점프나 트리플 악셀 같은 고난도 점프가 '필수 요소'가 됐다. 코스토르나야에 앞서 먼저 여자 싱글 무대를 장악한 이는 알렉산드라 트루소바(16, 러시아)다. 다양한 4회전 점프를 앞세운 트루소바는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연패(2018, 2019)했다. 2018년 주니어 선수권대회에서 트루소바와 경쟁한 코스토르나야는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올 시즌 본격적으로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그는 4회전 점프를 갖춘 트루소바와 안나 쉐르바코바(15, 러시아)에게 밀릴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비거리와 퀄리티가 뛰어난 트리플 악셀을 앞세운 코스토르나야는 순식간에 시니어 무대를 장악했다.

코스토르나야는 올 시즌 국제 대회에 5번 출전해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트루소바와 쉐르바코바와 맞붙은 그랑프리 파이널과 유럽선수권대회에서는 모두 승자가 됐다. 이번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코스토르나야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트리플 악셀을 세 번 시도했다. 모두 2점이 훌쩍 넘는 수행점수(GOE)를 받았다.

특히 프리스케이팅에서 시도한 트리플 악셀 + 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는 3점에 가까운 2.97점의 수행점수를 받았다. 쉐르바코바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쿼드러플 러츠 +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쿼드러플 플립 그리고 단독 쿼드러플 러츠를 시도했다.

그는 남자 선수들도 해내기 힘든 점프 구성에 도전했지만 회전수 부족으로 언더로테이티드(under rotated : 점프의 회전이 90도 이상 180도 이하로 모자라는 경우) 판정이나 다운그레이드가 매겨졌다.

반면 코스토르나야는 기술 기초 점수에서 쉐르바코바와 트루소바에 밀렸지만 대부분 깨끗하게 해내며 언더로테이티드와 다운그레이드를 피했다.

▲ 알료나 코스토르나야 ⓒ Gettyimages

또한 프로그램 구성요소 점수에서도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코스토르나야는 유연한 스케이팅과 농익은 표현력을 펼치며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PCS 점수 가운데 가장 높은 72.58점을 받았다.

트루소바와 쉐르바코바는 3개 이상의 4회전 점프를 시도하는 모험을 강행했다. 그러나 그랑프리 파이널과 유럽선수권대회에서는 이를 감당하지 못했다.

이와 비교해 코스토르나야는 퀄리티 높은 트리플 악셀과 높은 점프 성공률로 여자 싱글을 평정했다.

이들은 오는 3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올 시즌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국내 여자 싱글 선수 가운데 유일한 '트리플 악셀 점퍼'인 유영(16, 과천중)도 이 대회에 출전한다.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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