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지마 겐지 소프트뱅크 특별고문.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일본프로야구(NPB)와 메이저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전설적인 포수도 ‘인생의 스승’ 앞에서는 여전한 철부지 학생이었다. 스프링캠프 첫날 유니폼이 아닌 청바지를 입고 그라운드를 밟으려다가 애정 깃든 불호령을 들은 조지마 겐지(44) 소프트뱅크 호크스 특별고문 이야기다.

일본 스포츠호치는 2일 “미야자키 스프링캠프 개시일인 1일 조지마가 청바지를 입고 출근을 했다가 오 사다하루(80) 회장으로부터 혼쭐이 났다. 빨리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라는 재촉도 받았다”고 현장 뒷이야기를 전했다.

얼핏 보면 사뭇 진지하기까지 한 분위기를 연출한 조지마와 오 사다하루는 사실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자랑한다. 시간은 프로 데뷔를 앞둔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등학교 졸업반이던 조지마는 평소 꿈꾸던 요미우리 자이언츠 입단을 위해 다이에(소프트뱅크의 전신)의 지명을 거부하려고 했다. 일본프로야구(NPB) 사무국이 경고까지 했지만, 조지마의 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다이에는 차기 사령탑으로 내정된 ‘조지마의 우상’ 오 사다하루를 내세워 설득을 시작했다. 조지마의 고등학교를 직접 찾아가는 등 구애를 펼쳤다. 결국 조지마는 마음을 돌려 다이에 유니폼을 입었다.

▲ 오 사다하루 소프트뱅크 회장. ⓒ소프트뱅크 호크스
이렇게 스승과 제자의 연을 맺은 둘은 올 시즌부터 구단 회장과 특별고문으로 다시 힘을 합치게 됐다. 2012년 은퇴 후 야구계를 떠났던 조지마는 최근 일본 복귀를 선언했고, 고향과도 같은 소프트뱅크에서 새 삶을 계획하기로 했다. 물론 스승인 오 사다하루가 회장을 맡고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해후한 둘은 반가운 마음을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으로 대신했다. 그라운드에서의 예의를 중시하는 오 사다하루는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던 제자를 향해 애정 깃든 쓴소리를 건네며 신고식을 치르게 했다.

그러나 스승의 노여움은 오래 가지 못했다. 스포츠호치는 “포수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이야기를 나누는 조지마 특별고문을 지켜보면서 오 사다하루 회장이 미소를 지었다”고 전했다.

조지마는 9일까지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머물며 선수들의 훈련을 도울 계획이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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