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왼쪽부터). 여자농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다 ⓒ WKBL
ST 포커스 ② "선수들 부담 클 것, 시차적응이 관건"…"영국전에 승부 걸어야"

[스포티비뉴스=장위동, 맹봉주 기자] 이번주 안이면 결정이 난다.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3일 2020 도쿄 올림픽 여자농구 최종예선이 열리는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 도착했다. 현지 적응 훈련을 마치고 6일 스페인전을 시작으로 8일 영국, 9일 중국과 차례대로 붙는다.

C조에 있는 한국은 조 3위 안에 들면 올림픽 본선에 직행한다. 꼴찌만 피하면 된다. 언뜻 보면 올림픽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C조에서 FIBA(국제농구대회) 랭킹이 가장 낮은 국가는 한국(19위)이다. 그 다음은 영국(18위), 중국(8위), 스페인(3위)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나머지 세 팀이 한국보다 좋다.

대표팀을 바라보는 아산 우리은행 위성우(49) 감독과 전주원(48) 코치도 걱정이 많다. 올림픽 진출을 진심으로 응원하면서도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두 지도자는 모두 여자농구 국가대표와 인연이 깊다. 때문에 현재 대표팀과 세계농구의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위성우 감독은 전 국가대표 감독으로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여자농구 금메달을 이끌었다. 전주원 코치는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포인트가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4강 주역으로 한국 여자농구 전성기를 이끌었다. 쿠바와의 경기에선 여자농구 선수론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트리플 더블(10득점 10리바운드 11어시스트)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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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가 올림픽 최종예선을 앞둔 후배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렇다면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는 이번 올림픽 최종예선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먼저 위성우 감독은 유력한 C조 1위 후보인 스페인 대신 영국, 중국과 경기에 모든 걸 쏟아 부어야 한다고 밝혔다.

"스페인은 사실 어렵다. 영국은 처음 영상을 볼 땐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영상을 다시 보니 쉽지 않겠더라. 왜 영국 여자농구가 우리보다 세계랭킹이 높을까 조금 의아했다. 알아본 바로는 영국이 여자농구에 투자를 많이 했더라. 세계랭킹을 위해서 유럽에서 승수를 많이 쌓았다. 예상 외로 멤버 구성이 좋다."

"중국은 세대교체를 자주 한다. 내가 대표팀 감독일 때 있었던 선수가 지금도 있지만, 새로 들어온 선수도 많다. 중국을 보면 '이렇게 키 큰 선수들이 많구나'라고 느낀다. 거긴 선수 풀이 넓지 않나. 우리는 한정된 선수들이다. 1년에 국가대표 1, 2명이 바뀌는데 중국은 반 정도가 바뀐다. 월등히 신장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 우리가 올림픽 지역예선에선 이겼지만 이번 대회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전주원 코치의 생각 역시 위성우 감독과 다르지 않다. 그간 우리의 1승 상대로 지목되던 영국의 전력이 강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영국은 잡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영국은 오히려 우리보다 세계랭킹이 높다. 원래 우리보다 낮은 팀이었지만 작년 막판 순위가 업그레이드 됐다. 세계랭킹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쌓이는 게 아니다. 이 순위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영국엔 귀화선수도 있다."

"중국은 우리가 최근 올림픽 지역예선에서 이겼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잇을 것이다.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만, 접전을 펼칠 분위기는 있다. 결국 우리나라와 중국, 영국의 싸움이 될 것이다."

변수는 갑작스런 최종예선지 변경이다. 이번 최종예선은 당초 중국 포산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중국에서 수많은 사망자를 만들어낸 우한 폐렴 여파로 인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로 장소가 바뀌었다.

▲ 우한 폐렴 여파로 대표팀 선수들은 출국할 때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위성우 감독은 "중국에서 했으면 중국과 경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제3국에서 하니까 중국전도 해볼 만하다. 다만 유럽에서 하면서 영국은 시차적응하기가 편해졌다. 시차적응을 빨리 잘하는 게 중요하다"며 중국에서 세르비아로 결전지가 바뀌면서 생긴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전주원 코치도 "(세르비아와)시차가 8시간이다. 선수들이 여기에 적응해야 한다. 또 경기 장소가 유럽으로 바뀌면서 홈코트 어드벤티지가 유럽 팀들에게 있을 수 있다. 영국이 아니라 중국과 싸움이 중요할 수 있다"라며 중국의 홈 콜은 피할 수 있게 됐지만 반대로 유럽 팀들이 이점을 누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향한 애정 어린 응원도 잊지 않았다. 선수들이 짊어진 부담을 내려놓고 후회 없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걱정과 격려가 묻어났다.

위성우 감독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큰 목표를 갖고 갔기 때문이다. 우리가 여기서 열심히 응원하겠다. 가슴에 태극기가 부담이 아닌 자부심이라고 생각해라. 구부러지지 않은 경기하고 꼭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전주원 코치도 "힘든 길이다. 지금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 마음이 무거울 것이다. 부담감이 많겠지만 털어버려라. 이기고 지고를 떠나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멋지게 경기했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응원하겠다"고 12년 만에 올림픽 티켓을 노리는 후배들을 다독였다.

스포티비뉴스=장위동, 맹봉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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