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욱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박성윤 기자] 구단은 성적 부진이라는 명목 아래 팀 대표 선수 연봉 삭감을 말하고 있다. 합리적인 계약이라는 명분 속에서 삼성 라이온즈는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

삼성과 주축 외야수 구자욱 연봉 협상 진행이 답보 상태다. 구단은 구자욱에게 기존 연봉 3억 원에서 3000만 원 삭감이 된 2억 7000만 원을 제시했다. 구자욱은 지난해 타율 0.267 OPS 0.771, 15홈런, 71타점으로 지나온 시즌과는 다른 부진한 경기력을 보였다. 삼성은 연봉 삭감 이유로 성적 부진과 다른 선수들과 형평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구자욱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만, 삼성은 "수정 제시는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은 상태다. 계약 칼자루는 삼성이 쥐고 있다. 협상이 길어지면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고 있는 스프링캠프 합류가 늦어진다. 삼성은 허삼영 신임 감독 체제에서 새로운 '디테일 야구'를 준비하고 있다. 팀 훈련을 함께하지 못한다는 점은 2020년 시즌 준비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여러모로 구자욱이 불리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삼성은 마냥 웃어서는 안 된다. 구자욱은 삼성을 대표하는 간판 타자다. 이승엽 시대가 마침표를 찍은 뒤 구자욱은 삼성을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를 잡았다. 기존 삼성을 대표했던 박석민, 최형우, 차우찬, 채태인 등은 모두 FA(자유 계약 선수),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다. 구자욱은 몇 안 남은 삼성 프랜차이즈 스타다.

유니폼 판매를 보면 구자욱이 삼성 팬들 사이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알 수 있다. 2018년과 2019년 구자욱은 유니폼 판매 부동의 1위다. 2016년부터 삼성은 암흑기로 불릴만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팬심이 떠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마음을 잡은 팀 대표 선수가 구자욱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지표다. 대표 선수를 흔드는 일은 팬심을 요동치게 만드는 배경이 될 수 있다.
▲ 삼성 팬들 ⓒ한희재 기자

프로 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는 일은 일반적인 사업과 다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할 때 대개 필요를 따진다. 그러나 프로 스포츠를 소비하는 팬들은 다르다. 필요로 구매할 때도 있지만, 제품(선수)에 애정이 들어간다. 이성, 그 이상의 감성이 들어간 사업이다. 1 더하기 1이 2가 아닐 수 있다. 감성이 들어간,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있다. 단순하게 필요를 충족시키는 사업이 아니다. 팬들의 마음을 빼앗아야 한다. 수치화된 합리성과 경영 흑자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다.

계약 시작부터 삼성은 자유 계약 권리가 없는 구자욱보다 높은 위치에 서 있었다. 고수라면, 몇 수 아래 있는 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달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삼성은 몇 수 위인 위치를 이용해 고압적인 자세로 프랜차이즈 스타의 자존심을 다치게 했다. 이는 그를 응원하는 팬들 마음의 상처로 이어지고 있다.

성적 부진에 대한 연봉 삭감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과정이 지나치게 거칠다. 그렇다고 삼성이 이제까지 잡은 협상 자세를 바꾸기에는 늦었다. 시즌 시작 전부터 푸른 유니폼을 입은 부상자가 너무 많아졌다.

스포티비뉴스=박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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