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스턴 시절 A.J 힌치 감독과 당시 벤치코치였던 트레이 힐만 감독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A.J 힌치(46) 전 휴스턴 감독은 2018년 2월 SK의 스프링캠프지인 미 플로리다주 베로비치를 깜짝 방문했다. 트레이 힐만 당시 SK 감독(현 마이애미 코치)과 인연 때문이었다.

힐만 감독은 SK로 오기 전 힌치 감독을 보좌하는 벤치코치였다. 인연이 각별했다. 힐만 감독의 초청에 힌치 감독은 베로비치까지 직접 와 선수단을 상대로 강연까지 했다. 당시를 기억하는 몇몇 선수들은 “여러 가지 좋은 내용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짧지만 2017년 월드시리즈 이야기도 있었다”면서 “투수의 버릇(쿠세) 관련 이야기도 했다.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 논란이 불거지자 그때 생각이 났다”고 떠올렸다.

힌치 감독은 팀이 2017년 월드시리즈에서 상대 팀 포수의 사인을 훔치는 것을 사실상 묵인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당시 힌치 감독이 팀원들에게 이런 행위를 경고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막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성적 앞에 눈이 흔들렸던 셈이다. 최근 다시 베로비치 캠프를 찾은 힐만 감독이 이 사안에 대해 말을 아낀 가운데, 그렇다면 주위에서 평가하는 힌치 감독의 성향은 어떨까. 

손차훈 SK 단장은 샌디에이고에서 연수를 하던 시절 힌치 감독과 함께 일을 한 적이 있다. 힌치 감독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스카우트 부서의 최고 책임자 중 하나로 일했다. 손 단장은 “힌치 감독은 대단히 원칙적인 사람이었다”고 떠올린다. 그래서 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손 단장은 하나의 에피소드도 전했다. 샌디에이고 전력분석 관계자들이 상대 투수의 버릇을 간파했는데, 힌치 감독은 이런 의견을 완전히 무시했다고 한다. 일상적인 상대 투수의 버릇 훔치기조차 부정적인 자세였다는 것이다. 그런 힌치 감독이 구단의 조직적인 사인 훔치기를 막지 못했으니, 그 또한 아이러니한 일이다.

당시 사태는 최근 보스턴 감독직에서 경질된 알렉스 코라 당시 벤치코치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힐만 감독이 벤치코치로 계속 있었다면 사인 훔치기는 없었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모든 SK 관계자들은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은다. 기본적으로 힐만 감독이 있었다면 코라가 벤치코치가 되는 일은 없었기에 더 그렇다.  

힐만 감독은 활발한 성격처럼 보이지만, 야구에 있어서는 ‘올드스쿨’과 ‘원칙주의’에 조금 더 가깝다. 염경엽 SK 감독은 “힐만 감독의 성향상 그런 일을 주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움직임이 있었다면 막았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구단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실제 힐만 감독은 SK에 있을 당시에도 사인을 훔치는 행위에 완강했던 자세로 알려졌다.

물론 월드시리즈라는 중대한 경기에서, 같은 상황이 됐다면 힐만 감독의 마음 또한 유혹을 받았을 수도 있다. 다만 원칙주의자인 힌치 감독과 힐만 감독이 함께 벤치를 지켰다면 그런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 자체는 낮아졌을 것이 분명하다. 휴스턴은 2017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지켰지만, 미 전역에서 ‘가장 증오하는 팀’으로 찍혔을 정도로 구단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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