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센터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갈곳이 없어진 SK 2군을 전격적으로 수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김태우 기자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SK는 최근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받았다. 퓨처스팀(2군) 캠프가 전면 취소될 수도 있는 대형 위기였다. 

SK는 지난해까지 일본과 대만에서 2군 캠프를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일본 가고시마에 캠프를 차렸다. 그런데 일본 불매 운동이 거세지면서 SK도 캠프지를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SK 2군은 오는 10일(한국시간)부터 미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에 위치한 한 시설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이 시설로부터 갑자기 “선수단을 받지 않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들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탓이었다. 전염을 우려한 이 시설은 동양에서 온 사람들을 모두 받지 않기로 결정했고, SK 퓨처스팀도 직격탄을 맞았다. 캠프 출발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훈련장을 찾기는 불가능했다. 꼼짝없이 인천이나 강화에서 추위와 싸우며 훈련을 해야 할 판이었다. 구단 역사상 캠프가 이런 위기에 빠진 적은 없었다.

프런트가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전화위복이 됐다. SK 퓨처스팀은 10일 미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의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센터에 짐을 푼다. 1군 선수들이 전지훈련을 하는 그곳이다. 1군 선수들은 메인스타디움을 비롯한 총 3면을 활용하고, 2군 선수들은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진 건너편의 2면을 쓰기로 결정했다.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센터는 MLB 팀들이 사용하는 훈련지는 아니다. 그래도 유소년 야구 등 대관 일정이 빡빡하게 잡혀있다. SK 1군이 이곳에서 캠프를 끝까지 진행하지 못하는 이유도 2월 말부터는 다른 팀들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경기장을 빌리려면 몇 개월 전부터 논의를 해야 하고, 그래도 들어올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지분이 ‘다저스 패밀리’가 아닌, MLB로 넘어간 뒤는 더 그렇다. 그런데 SK는 어떤 마법을 부린 것일까. 정답은 ‘의리’였다.

SK는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센터 관계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처음에는 센터도 부정적이었다. 내부에서는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결국 다른 일정을 조정하고 SK 2군에 훈련장을 내주기로 결정했다. 손차훈 SK 단장은 “프런트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센터 관계자들도 처음에는 부정적이었는데, ‘오랜 기간 같이 한 친구들에게 비를 맞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협조를 해주기로 결정했다고 한다”고 고마워했다.

이곳은 이전에 히스토릭 다저타운으로 불렸다. LA 다저스가 애리조나의 글렌데일로 훈련 시설을 옮기기 전까지 이곳에서 스프링트레이닝을 진행했다. SK는 2011년 마무리캠프부터 이곳에서 1군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계약도 몇 번이나 연장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쌓인 신뢰와 의리가 초토화 직전이었던 2군 캠프를 구한 셈이다. 사용료도 저렴하게 책정했다. SK가 고마워할 수밖에 없다.

1군 코칭스태프는 당연히 반긴다. 2군이 브래든턴에 오기로 한 것도 ‘1·2군 순환’이 하나의 목적이었다. 그런데 코앞에서 2군이 훈련을 하니 정보 공유가 더 빨라진다. 염경엽 감독은 “매일 2군에 잠시 들려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2군에서 좋은 성과가 있는 선수들은 곧바로 1군 훈련장에 불러 테스트한다는 구상도 마쳤다. 현재 1군만 해도 45명 중 5~6명은 2차 훈련지인 애리조나로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연스레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