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센 시절 손승락의 투구 모습. 역동적인 마무리 동작으로 인기를 끌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클로저 손승락(38)이 자신의 야구 인생을 마무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0일도 채 되지 않는 96일이었다.

FA 손승락이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원소속팀었던 롯데는 7일 “선수가 구단을 통해 은퇴 의사를 밝혀왔다. FA 시장 개시 후 성민규 단장과 4차례 만나면서 재계약을 의논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손승락은 지난해 말 생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11월 4일부터 롯데를 포함한 10개 구단과 자유로운 협상이 가능했다. 그러나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이른 겨울부터 칼바람만이 불었다.

올해 나이 서른여덟. 보상선수와 보상금을 선뜻 내주기가 어려운 타 구단은 영입을 꺼렸고, 자연스레 롯데가 칼자루를 움켜쥐게 됐다. 결국, 선수 본인의 자존심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제시안을 건네받게 됐다.

첫 FA 협상 때와는 현실이 달라져 있었다. 넥센에서 최고 마무리로 발돋움한 손승락은 2015년 말 롯데와 4년 총애 60억 원 계약을 맺고 둥지를 옮겼다. 불펜투수로는 상당한 액수의 규모였다. 그러나 4년이 흐른 이번 겨울, 손승락은 사실상 단년 계약을 피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협상 과정에서 마음이 다친 손승락은 지난달 에이전트와 연락마저 끊었다. 물론 이때에도 친구인 롯데 성민규 단장과 채널을 열어두긴 했지만, 이 시기 이미 현역 연장 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 롯데 시절 손승락. ⓒ한희재 기자
이후 주변의 은퇴 만류마저 뿌리친 손승락은 결국 6일 롯데를 통해 결심을 밝혔고, 다음날 은퇴 소식이 알려졌다. FA 시장 개시가 11월 4일이었으니 은퇴까지 걸린 시간은 모두 96일이었다.

2005년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손승락은 2010년부터 주축 마무리로 활약했다. 묵직한 직구와 두둑한 뱃심 그리고 화려한 투구폼까지 더해 KBO리그 대표 클로저로 떠올랐다.

2010년부터 9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올렸지만, 지난해 53경기 4승 3패 9세이브 평균자책점 3.93으로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통산 성적은 601경기 45승 49패 271세이브 평균자책점 3.64다.

정든 마운드를 떠나는 손승락은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은사와 선후배, 지인들에게 너무나 감사드린다. 아울러 신인 시절부터 지금까지 응원해준 팬들에게도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은퇴 소감을 남겼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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