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수가 갖는 부담이 크다. 나머지 선수들이 박지수의 어깨를 가볍게 해야 한다 ⓒ 대한민국농구협회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서로가 서로를 1승 제물로 보고 있다.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8일 오후 10시 30분(이하 한국 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영국과 2020 도쿄 올림픽 여자농구 최종예선 2차전을 치른다.

7일 열린 1차전에서 한국은 스페인에 46-83으로 크게 졌다. 결과뿐 아니라 경기 내용에서도 완패였다.

하지만 애초 한국에게 스페인전은 큰 의미가 없었다. 이번 최종예선에선 조 최하위만 피하면 올림픽 본선행 티켓이 주어진다. 승산이 있는 경기만 확실하게 이기면 된다.

스페인은 세계랭킹 3위이자 지난해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세계적인 강팀이다. 이번 최종예선에서도 한국과 영국, 중국을 제치고 C조 1위가 유력하다. 한국이 무리하게 스페인을 상대로 큰 힘을 쏟을 필요는 없었다.

처음부터 한국은 영국을 1승 카드로 봤다. 영국은 그동안 세계농구에서 변방에 있던 팀이었다. 자국에서 농구 인기가 많지 않아 인프라가 허약했다. 유럽농구하면 스페인, 프랑스나 동유럽 국가들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었다. 한국이 속한 C조에서도 객관적인 전력이 제일 떨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의 영국은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영국은 2012 런던 올림픽을 기점으로 남녀 농구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협회가 관심을 갖고 선수단을 운영했고 일찍부터 선임 감독을 임명하며 대표팀을 관리했다.

노력에 대한 결실은 지난해 유럽선수권대회 4위라는 성적으로 돌아왔다. 우크라이나, 라트비아, 몬테네그로를 모두 이겼다. 스페인에게 졌지만, 점수가 59-67로 차이가 크지 않았다.

▲ 영국은 오래 전부터 전력을 상승시켜왔다.
세계랭킹도 18위로 한국보다 1계단 높다. 순위변동이 크지 않은 세계랭킹에서 18위까지 올랐다는 것은, 영국이 오래 전부터 국제대회에서 차근차근 승수를 쌓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선수단도 생각보다 강한 영국 전력에 놀랐다. 이문규 감독은 "영국은 런던 올림픽을 기점으로 여자농구가 새롭게 발전했다. 지금은 유럽에서 4위 안에 드는 팀이 됐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북유럽 팀들을 상대로 4위를 할 정도면 상위 그룹에 있다고 판단하는 게 맞다"고 달라진 영국 농구의 위상을 설명했다.

대표팀 최고참 김정은은 "영국을 잘 모르고 있었다. 선수들끼리 비디오를 봤는데 전력이 생각보다 강한 건 사실이다"고 말했고 박지수 역시 "비디오는 많이 봤다. 잘하더라. 자꾸 영국을 잡아야한다고 한다. 그건 맞다. 하지만 우리가 얕볼 팀이 아니다. 전력을 다해서 끝까지 하지 않으면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하더라"고 영국의 실력을 인정했다.

영국은 7일 중국과 최종예선 첫 경기에서 접전 끝에 76-86으로 졌다. 3점슛 성공률 42.9%로 외곽공격이 좋았다.

리바운드 대결에선 23-32로 중국에게 밀렸다. 하지만 영국이 190cm 이상 장신 선수가 박지수(22, 198cm) 1명인 한국을 만나면 얘기는 달라진다.

영국은 190cm 이상 선수가 4명이다. 특히 주전 센터 태미 패그벤리(28, 193cm)는 경계대상 1호다.

패그벤리는 WNBA(미국여자프로농구) 미네소타 링스 소속으로 공격 옵션이 다양하다. 골밑에서 플레이는 물론 3점슛도 던진다. 중국전에서도 3점슛 1개를 성공시키는 등 26득점 5어시스트로 실력 발휘를 했다.

스몰포워드 샹텔 핸디의 외곽포도 신경 써야 한다. 핸디는 중국전에서 3점슛 3개를 넣는 등 11득점으로 활약했다.

▲ 슈터들이 활약해야 한다 ⓒ 대한민국농구협회
한국은 스페인전에서 17득점으로 쾌조의 컨디션을 보인 박혜진의 득점력을 기대하고 있다. 3점이 주무기인 한국은 박혜진 외에도 강이슬, 강아정 등 슈터들이 제 몫을 해야 영국전 승리를 확신할 수 있다.

대체불가 에이스 박지수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박지수가 없었다면, 한국이 영국을 상대로 1승을 따내 올림픽에 직행하는 꿈마저 꾸기 힘들었을 것이다.

스페인전에서 한국은 박지수가 있고 없고의 경기력 차이가 매우 심했다. 이문규 감독은 영국전에서 박지수를 풀타임 출전시킬 것으로 보인다.

후반이 가면 박지수의 체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나머지 선수들이 공수에서 최대한 박지수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한국이 영국을 확실한 1승 카드로 보는 것처럼, 영국도 한국을 올림픽 진출을 위해 반드시 꺾어야하는 상대로 보고 있다. 두 팀은 나란히 1패씩을 떠안고 있고 이제 제일 만만한 상대를 만났다. 도쿄 올림픽 진출이 걸린 사실상의 단두대 매치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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