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의 어린 선수들은 미래의 주전이 되기 위해 밤을 잊은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배정호 기자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 배정호 영상 기자] SK의 2020년 전지훈련 일정은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오후 3시 정도면 팀 훈련이 끝난다.

그런데 하나 특이한 것이 있다면 신진급 선수들의 야간 훈련이다. 선수단은 오후 6시를 전후해 든든하게 저녁 식사를 한 뒤 일정이 갈라진다. 30세 이상의 선수들은 자율을 준다. 다만 그 아래의 어린 선수들은 야간 훈련을 따로 소화한다. 염경엽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전원이 나와 선수들의 훈련을 돕는다.

SK는 이번 캠프에 전략적으로 신진급 선수들을 많이 데려왔다. 2~3년 뒤를 내다보고 전력을 확보하겠다는 구단의 의중을 엿볼 수 없다. 다만 아직 기량이 완성되지 않은 선수들이다. 주전들보다 조금 더 많은 훈련을 소화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결정적으로 아직 자기 훈련 루틴이 만들어지지 않은 선수들이 많다. 그 루틴을 만들어주는 것은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투수들은 새도우 피칭 위주로 투구폼을 점검한다. 사실 공을 던질 때는 아무리 폼을 의식해도 힘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투구폼을 교정하고, 스스로 많은 것을 생각하기에 좋은 시간이다. 야수들은 타격과 주루 위주로 훈련을 한다. 염경엽 감독은 “개인당 200개 정도를 치고 들어간다. 다만 시간을 정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중점 사항에 조금 더 신경을 쓰라는 의미다.

코칭스태프도 준비를 많이 했다. 단순한 열정은 기본이고, 여러 기법들을 활용한다. 정수성 코치는 이 분야의 최고 스타다. 우선 빛이 나는 공을 준비했다. 밤에는 야구공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야광을 이용하면 선수들의 낙구지점 포착 훈련이 가능하다. 간단하게라도 할 수 있는 것과 아예 시도도 못하는 것은 큰 차이다.

빔 프로젝트를 이용한 스크린 설치도 기발한 아이디어다. 미리 한국에서 투수들의 견제 동작을 찍어왔다. 작년 마무리캠프 전에 제작한 영상이라 손혁 현 키움 감독도 살짝 등장한다. 선수들은 실제 투수들의 견제 동작을 보며 도루와 귀루 타이밍을 연습할 수 있다. 공을 많이 들였다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다만 무리하는 선을 넘지는 않으려고 한다. 훈련 명단은 컨디션을 보고 결정한다. 8일(한국시간)에도 체력적으로 다소 힘들 법한 선수들을 제외했다. 이들은 훈련을 하지 않고 숙소에서 푹 쉬었다. 선수들은 코칭스태프와 상의를 통해 언제든지 훈련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올해 1군에서 필요한 선수들은 다음 주부터는 야간 훈련조 명단에서 제외된다. 체력 관리를 위해서다.

그렇다면 베테랑 선수들의 저녁 일과는 어떨까. 사실 이들은 144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선수들이다. 지금 강훈련을 하는 건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숙소 앞 주차장에서 배트를 들고 스윙 연습을 하는 선수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올해 재기를 벼르는 한동민 김성현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조용히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사실 베테랑 선수들도 어린 선수들의 훈련이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코칭스태프의 평가는 주위의 이야기나 혹은 언론을 통해 다 본다. 특히 야수들의 경우는 구단의 분위기를 뚜렷하게 감지하고 있기에 더 긴장감이 감돈다. 한편으로는 삼삼오오 모여 올해 팀 성적 상승을 다짐하기도 한다. 선수들이 같은 의지를 공유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베로비치의 밤은 그렇게 알차게 흘러가고 있었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 배정호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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