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유영이 태극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제공

[스포티비뉴스=목동, 조영준 기자] "(김)연아 언니는 대한민국을 빛낸 선수입니다. 저도 연아 언니를 보면서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는데 저도 대한민국을 이끌고 빛내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유영(16, 수리고 입학 예정)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포스트 김연아 전쟁'의 승자가 됐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임은수(17, 신현고) 김예림(17, 수리고)과 포스트 김연아 경쟁을 펼쳤다.

주니어 시절 유영은 국제 대회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는 2017년 2018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지만 9위와 6위에 머물렀다.

올 시즌 본격적으로 시니어 무대에 도전한 유영은 자신 만의 무기를 완성했다. 바로 공중에서 3회전 반 바퀴 회전하는 트리플 악셀이다. 김연아(30)도 뛰지 못했던 트리플 악셀에 도전한 그의 노력은 열매를 맺었다.

그는 8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9~2020 시즌 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개인 최고 점수인 149.68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점수 73.55점과 합친 총점 223.23점을 기록한 유영은 232.34점으로 우승한 키히라 리카(일본)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유영이 ISU 시니어 대회 챔피언십에서 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연아는 2009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이후 한국 여자 싱글 선수들은 계속 4대륙선수권대회에 도전했지만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 유영 ⓒ 연합뉴스 제공

유영은 김연아 이후 무려 11년 만에 4대륙선수권대회 시상대에 올랐다. 그는 이날 시상자로 참여한 김연아의 축하를 받았다.

유영은 "(김)연아 언니가 인형을 주셨는데 처음에는 누군지 몰라봤다. 그래서 더 깜짝 놀랐다"라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마음은 팔짝팔짝 뛰기 시작했는데 큰 추억이 될 것 같다. 연아 언니가 '축하해요'라고 말해주셨는데 그 짧은 말에 진심이 느껴졌다"라고 덧붙였다.

사실 유영은 국내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 큰 부담을 가졌다. 그는 지난달 열린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20(전국남녀종합선수권대회)과 2020년 동계 유스 올림픽에서 모두 우승했다.

최근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고 있던 유영은 이번 대회 메달 후보로 거론됐다.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유영은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이겨내려고 노력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거머쥔 유영은 "저는 지금도 부족한 점이 많다. 그렇지만 이번 대회를 계기로 더 성장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유영의 선전에 한 몫을 한 것은 국내 관중들의 응원이다. 유영은 "해외에서 경기하면 스핀을 해도 박수 소리가 크지 않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는 점프 하나하나를 뛸 때마다 박수를 쳐주셔서 힘이 났다"라며 관중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유영은 지난해 10월 ISU 그랑프리 스케이트 캐나다와 지난달 유스 동계 올림픽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 여자 싱글 상위권 선수로 발돋움했다.

그는 "연아 언니처럼 저도 대한민국을 빛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며 당차게 말했다.

스포티비뉴스=목동,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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