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실하게 몸을 만든 김태훈은 야구 인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선발 기회에 도전한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김태훈(30·SK)은 자신의 은인 중 하나로 팀 선배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을 뽑는다. 자신의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어쩌면 올해 또 하나의 선물을 받을지도 모른다.

김태훈은 김광현의 메이저리그(MLB) 진출 소식을 듣고 여러 감정에 휩싸였다. 우선은 아쉬움이었다. 단순히 팀 선배가 아닌, 의지했던 멘토의 이적이라 더 그랬다. 그 다음은 설렘이었다. 김광현의 MLB 진출은 최근 3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던 SK 선발 로테이션에 자리가 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선발을 고대하고 있었던 김태훈은 그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가슴이 뛰었다. 꼭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싶었다.

김태훈은 “선발로 시즌을 준비한 것은 2008년이 마지막이었다. 2008년 초반에 선발로 뛰었다. 그 후로는 2017년 대체 선발로 몇 번 들어간 게 전부”라면서 “광현이형이 간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설레는 것이 있었다. ‘나도 선발로 던질 기회가 생겼구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김태훈은 지난 2년간 SK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선발로 가야 할 선수”라는 게 염경엽 SK 감독의 생각이다. 염 감독은 단장 시절부터 김광현이 언제든지 MLB에 갈 수 있다는 보수적인 계산을 했다. 그 대체자 1순위로 항상 이야기했던 선수가 김태훈이다. 일단 약속은 지킨다. 염 감독은 “5선발 자리가 확실히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김태훈에게 70% 정도의 비중을 두고 있다”고 구상을 드러냈다. 

준비만 제대로 한다면 개막 로테이션 합류가 유력하다는 뜻이다. 김태훈도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에는 팔꿈치에 있던 뼛조각을 제거했다.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간혹 예상치 못했던 시점에 통증이 생겨 김태훈을 불안에 떨게 했던 요소였다. 이제는 그것까지 다 해결했다. 재활도 잘 끝났고, 이제는 달릴 일만 남았다.

운동도 열심히 했다. 김태훈은 1월 내내 미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에 위치한 IMG 아카데미에서 몸을 만들었다. MLB 선수들이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찾는 곳이다. 체계적으로, 그리고 강도 높게 훈련을 했다. 김태훈 스스로도 “선발로 던진다면 전환 첫해니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체력이 달릴까봐 더 열심히 했다. 비시즌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이렇게 많이 한 것은 처음”이라고 할 정도다. 

몸도 건강해졌고, 모처럼 심장도 쿵쾅쿵쾅 뛴다. 사실 선발 전환의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나이도 있고,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김태훈도 이를 인정한다. “어떻게든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말로 모든 각오를 대변한 김태훈은 “신인 때로 돌아간 느낌이다. 공 개수를 늘려야 하는데 준비하는 것부터가 설렌다”고 했다. 12년 만에 찾은 이 심정이 시즌 끝까지 이어 간다면, SK 로테이션의 공백도 최소화될 것이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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