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성적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양현종(왼쪽)과 최형우 ⓒ배정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IA는 2017년 시즌을 앞두고 지갑을 활짝 열었다. 팀 리빌딩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투·타 기둥 세우기에 나섰다. 에이스 양현종(32)을 붙잡았고, 중심타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에서 최형우(37)에 4년 총액 100억 원을 지출했다.

팀과 개인 사정상 단년 계약을 한 양현종도 결과적으로는 4년 보장만 91억5000만 원, 공개되지 않은 인센티브를 합치면 100억 원 상당의 계약을 한 셈이 됐다. 그렇다면 두 선수는 100억 원의 가치를 증명했을까. 지금까지만 놓고 본다면 답은 “아주 그렇다”다. 두 선수는 특별한 부상 없이 3년간 KIA를 이끈 중심이었다.

최형우는 “보상 규모까지 생각하면 30대 중반 타자에게는 너무 비싼 계약이다”는 세간의 시선을 완전히 비웃었다. 최형우는 3년간 421경기에 나가 타율 0.328, OPS(출루율+장타율) 0.965를 기록했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3년간 가중출루율(wOBA)은 0.421로 3년을 모두 뛴 선수 중에서는 단연 최고다. 지난 시즌 성적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KIA에서는 고군분투라는 단어가 어울렸다. 

양현종도 그 자리에 있었다. 3년간 89경기에서 49승25패 평균자책점 3.30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3년간 562⅓이닝을 던졌는데 이는 리그에서 가장 많다. ‘스탯티즈’가 집계한 3년간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도 17.12를 기록해 리그 최고다.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항상 묵묵하게 자리를 지켰다. 소속팀은 물론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하며 KIA의 위상을 높였다. 

그런 두 선수는 올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치면 나란히 생애 두 번째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이미 자신의 능력은 더 증명할 게 없는 선수들이지만, 아무래도 올해 개인 성적에 조금은 신경이 쓰일 수도 있다. 하지만 6일(한국시간) 미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난 두 선수는 나란히 “개인 성적보다는 팀 성적”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지난해 팀 성적이 추락하며 박탈감을 느낀 두 선수는 그것을 다시 경험하기 싫다고 강조한다.

“많이 아쉬웠다”고 입을 연 최형우는 “선수들이 분명히 열심히는 하고 있었다. 바로 잘할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현장에서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다보니 아쉽고 속상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성적을 냈지만 팀 성적 추락을 막지 못한 양현종과 죄책감을 느낀다. 양현종은 “내가 잘하든 못하든 팀이 좋은 성적으로 잘 끝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지난해에는 그렇지 못했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서 욕심을 버렸다. FA는 나중 이야기다. 지난해 아무리 개인 성적이 좋아도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공허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이제 이들이 말하는 자존심은 개인 성적이 아니다. 팀 성적으로 자존심을 회복하겠다고 벼른다. 약속이나 한 듯이, 두 선수는 인터뷰 내내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 

최형우는 “작년에 시즌을 치르면서 선수들이 말하지 못할 자기만의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올해나 내년에 개개인적으로 발휘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나도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저조한 팀 성적이 길어져서는 안 된다. 남들보다 2~3배를 열심히 해 팀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 그런 분위기를 빨리 만든다면 우리도 중상위권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양현종 또한 “당연히 책임감을 느낀다. 작년 경험을 바탕으로 초반부터 치고 가려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있다. 선수들도 그에 맞춰서 잘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개인적으로 좋은 성적이 나면 좋겠지만, 모든 선수들이 다들 열심히 해서 전체적인 성적이 더 위로 올라가는 게 더 좋다. 선수들도 그런 면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캠프에 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다짐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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