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이적 후 반등을 꿈꾸는 2016년 구원왕 김세현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리그 구원왕이었다. 그 다음 해에는 한국시리즈 우승 마무리였다. 오랜 시행착오를 겪고 앞으로 뻗어나갈 것 같았다. 그러나 김세현(33)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경력이 내리막을 걸었다.

미완의 대기 꼬리표가 길었던 김세현은 2016년 36세이브를 기록하며 날아올랐다. ‘무패 구원왕’이라는 화려한 타이틀도 붙었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묵직한 구위는, 왜 넥센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김세현을 포기하지 못했는지를 증명했다. 시장에서의 가치도 상종가를 쳤다. 마무리가 필요했던 KIA가 2017년 김세현을 트레이드로 모셔갔다. 김세현은 KIA의 기대에도 부응했다. KIA의 마지막 우승 퍼즐이 됐다. 

그러나 김세현은 그 기세를 잇지 못했다. 구위가 뚝 떨어진 김세현은 2018년 4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75에 그쳤다. 2019년 반등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1군 출전 경기는 단 10경기. KIA는 사실상 그를 포기했다. 2차 드래프트 시장에 나온 것이 이를 잘 보여줬다.

김세현은 핑계를 대지 않는다. 부상이나 기용 방식을 탓하지도 않는다. 모든 게 ‘내 탓이오’다. 김세현은 지난 2년의 부진에 대해 “많은 것이 부족했다. 내가 많이 나태했다. 그런 것이 문제였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2년의 성공에 취했고,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찾아온 한 번의 전환이 반갑고 또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SK는 지난해 11월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김세현을 1라운드에 지명했다. 불펜 선수층을 강화하고자 했던 SK는 김세현이 풀리자 주저 없이 3억 원을 내놨다. 유니폼을 바꿔 입은 김세현의 가슴도 뛴다. 김세현은 “SK에서 드래프트로 데려오신 만큼 해주기를 기대하시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 기대치에 맞게 노력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몸도 마음도 새롭게 했다. 김세현은 “팀 분위기도 좋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다 좋다”고 웃으면서 “일단 풀시즌을 뛰기 위한 몸을 만들고 있다. 잔부상을 없애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김세현을 무패 구원왕으로 이끈 염경엽 SK 감독도 “선수가 느낀 것이 있을 것이다.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면서도 “필승조 한 자리는 충분히 해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한 번의 이적은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되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됐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무패 구원왕’도 아니고, ‘한국시리즈 우승 마무리’도 아니라고 말한다. 김세현은 명예회복이라는 말에 “딱 한 번 잘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은 크게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단지 앞으로 꾸준하게 활약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예전의 기억을 내려놨다. 어쩌면 다시 시작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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