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문규 감독이 이번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보여준 선수 기용 방식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였다 ⓒ 대한민국농구협회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12년 만에 올림픽 진출이다. 하지만 농구 팬들 사이에선 "감독을 바꿔야 된다"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2020 도쿄올림픽 진출에 성공했다. 10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마무리된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최종예선에서 1승 2패를 거두며 B조 3위에 올랐다. 조 3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본선 티켓을 확보하는 순간이었다.

2008년 베이징 이후 12년 만에 나가는 올림픽 무대다. 박수갈채를 받아야 마땅하지만, 농구커뮤니티와 포털사이트엔 이문규 감독을 비판하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8일 영국전에서 보여준 비상식적인 경기운영 때문이다. 이날 경기는 올림픽 진출권이 달린 단두대 매치였다.

B조는 한국을 비롯해 스페인, 중국, 영국이 있다. 여기서 전력이 제일 약한 팀은 한국과 영국. 두 팀 모두 꼴찌를 피하기 위해서 반드시 이겨야하는 경기였다.

경기 중요도를 생각한다면 주전 선수들의 높은 의존도는 피할 수 없었다. 모든 걸 쏟아 부어야 하는 영국전에서 선수들의 체력 관리를 해주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문규 감독의 영국전 선수 기용은 정도를 한참 지나쳤다. 이날 한국은 12명의 선수 중 단 6명만 출전했다. 이중 3명(박혜진, 강이슬, 김단비)은 40분 풀타임을 뛰었다. 이문규 감독은 올림픽 진출이 확정된 후 "8일(영국전) 우리 선수들이 오래 뛰었다. 오래 뛰지 않았으면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비겁한 변명이다. 영국전은 로테이션을 통해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해줄 타이밍이 분명히 있었다.

한국은 2쿼터와 3쿼터 막판, 4쿼터 중반까지 총 3차례나 16점 차 이상으로 달아났다. 점수 차의 여유가 있고 경기 종료까지 시간이 넉넉한데도 바꾸지 않았다.

어느 타이밍에 주전들을 쉬게 하고 벤치 자원을 투입시킬 것인가는 감독의 능력에 달렸다.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라 감독의 능력이 부족했다.

주전과 벤치의 전력 차가 크다는 것도 핑계가 안 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영국 역시 주전 의존도가 크다.

하지만 영국은 이날 경기에서 한국보다 3명 많은 9명을 코트에 투입시켰다. 가장 많이 뛴 선수는 조안나 리드헴으로 38분 44초(21득점 6리바운드 10어시스트)였다.

나머지 선수는 34분을 넘기지 않았다. 팀 에이스인 태미 패그벤리(28득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의 출전시간도 33분 32초였다.

두 팀의 이런 상반된 선수운영은 4쿼터 중반 체력 차이로 나타났다. 4쿼터 중반부터 한국선수들은 공수에서 눈에 띄게 활동량이 줄어들었다. 슛이 빗나가기 시작했고 확실한 리커버리 수비가 되지 않았다.

4쿼터 중반 78-61까지 벌어졌던 점수 차는 한때 1점 차까지 좁혀들었다. 82-79로 한국이 승리했지만, 완승까지 바라볼 수 있었던 경기가 충격의 대역전패로 뒤바뀔 수 있었다.

▲ 사진 속 3명(왼쪽부터 김단비, 강이슬, 박혜진)과 박지수는 영국과 경기서 40분 풀타임을 뛰었다 ⓒ 대한민국농구협회
단순히 선수기용 문제뿐 아니라 전술도 단순했다. 똑같은 곳에서, 한 선수에게 3점슛 연속 3개를 얻어맞아도 지역수비를 바꾸지 않았다. 지역수비가 통하면 좋고 뚫리면 어쩔 수 없다는 식이었다.

올림픽 진출이 모든 걸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이문규 감독과 대한농구협회는 12년 만에 올림픽 진출에도 팬들이 격려보다 부정적 목소리를 왜 더 크게 내는지 알아야 한다. 정신력과 투지만 강조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문규 감독의 선수 혹사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도 이문규 감독은 박지수의 무리한 기용과 과도한 출전시간으로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번 영국전이 아니더라도 대표팀을 맡은 이래 늘 선수 혹사, 무전술 논란에 휩싸였다.

이제 대한농구협회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여자농구를 이끌 지도자를 선임해야 한다. 여자농구는 대표팀 감독 계약기간이 9개월이다. 지난해 5월 재신임된 이문규 감독에게 주어진 임무는 아시아컵, 올림픽 지역예선, 올림픽 최종예선까지였다. 새로운 감독이냐, 재신임이냐를 놓고 대한농구협회의 선택이 남았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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