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대학야구연맹은 회장 사임에 이은 이사회 해체로 올해 대회 운영은 물론 협회 운영 계획을 전혀 잡지 못하고 있다. ⓒ 한국대학야구연맹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새해가 된 지 한 달도 더 지났는데 아무 계획도 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잖아요. 10년 넘게 운동 뒷바라지만 했어요. 올해가 프로 스카우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데…."

스포티비뉴스가 지난 10일 만난 한 대학 4학년 선수 학부모 A씨의 얘기다. 그의 말처럼 대학야구는 표류하고 있다. 한국대학야구연맹은 새해를 앞두고 와해됐다. 기존 대의원들의 노력으로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아직 밑그림을 그렸다고 볼 단계는 아니다. 새 종이를 깔았을 뿐이다.

대학야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정상화의 길은 요원한 것일까. 광복 이후 한국야구의 튼튼한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아가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대학야구는 지금 대중의 관심 밖 영역에서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스포티비뉴스는 대학야구의 어지러운 현실과 향후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표류하는 대학야구]를 주제로 기획 시리즈를 싣는다.

◆KBSA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어느 학부모의 호소

지난 1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홈페이지에는 또 다른 대학 선수 학부모 B씨의 글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B씨는 김응룡 회장에게 "현재 대다수 대학교들이 2020년 시즌을 준비하며 동계훈련에 매진하고 있지만, 아직 대학야구에 관한 올해의 계획이나 일정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KBSA로의 귀속 및 직접 관리가 대학야구의 파국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 지난 6일 방문한 한국대학야구연맹 역삼동 사무실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 신원철 기자

지난 4일 만난 KBSA 관계자도 B씨의 글을 알고 있었다. 그는 "우리가 먼저 어떻게 하겠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우선 대학야구연맹에서 결론을 내서 가져와야 판단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KBSA 비상 대의원 임시 총회와 대학야구연맹의 선택

지난 6일 용산역 회의실에서 열린 '2020년 한국대학야구연맹 비상 대의원 임시 총회'에서 결론이 났다. 대의원들은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다. 이제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한 뒤 다시 KBSA에 들어갈 것인지, 아니면 새 회장 체제로 이사회를 구성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많은 학부모들의 목소리는 '한국대학야구연맹의 KBSA 흡수'다. 일부 대학 감독들도 여기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의원 임시 총회에서도 연맹이 자립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그럴 능력도 없으니 다시 KBSA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힘을 얻는 듯했다. 

그런데 총회를 참관한 김동호 전 한국대학야구연맹 이사가 "회장을 맡아주실 분이 있다"고 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김동호 전 이사는 "사태가 여기까지 온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 대학 야구의 발전을 위해 연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발전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는다고 생각하고 잘 판단해주셨으면 한다"고 얘기했다.

▲ 한국대학야구연맹. ⓒ 신원철 기자
대의원들도 KBSA의 의사가 불분명한 데다 이미 2월 중순이 된 시점에 재귀속을 요청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한일장신대학교 김연수 교수(운동처방재활학과)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맡기로 했고, 김동호 전 이사와 김광식 전 대회 운영 담당자가 올 시즌 대학 리그의 차질없는 진행을 위한 대관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한국대학야구연맹은 11일 신임 회장 선임 작업을 시작했다. 15일까지 후보를 받고, 19일 선거를 예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새 회장 선출은 말 그대로 시작일 뿐이다. 당장 개강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대학야구연맹 주관 첫 경기는 4월 12일 열렸다. 대회 일정 공지는 4월 8일이었다. 회장 선임 후 이사회 구성, 경기장 대관 등 긴급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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