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성용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기성용(31)의 K리그 복귀는 불발됐다. 지난달 협상 결렬 후 기성용은 친정 팀 FC 서울로 복귀를 원치 않았고, 전북 현대도 보상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영입전에서 철수했다.

기성용의 에이전트사 C2 글로벌은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성용 선수는 FC 서울과 전북 현대 양 구단에 2020년 2월 10일 부로 협상 종료를 고지하였습니다. 이는 선의로 타진했던 K리그 복귀가 양 구단을 비롯한 K리그 전체에 혼란을 줄 수 있는 사태로 번지고 있다는 상황인식에 따른 것"이라며 "올 시즌 K리그로 복귀하는 일은 매우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매우 특별한 변수는 결국 200만 유로(약 26억 원)로 알려진 국내 타 구단 이적 시 보상금이다. 서울은 2009년 기성용이 셀틱으로 이적하던 당시 300만 유로의 이적료를 받았는데, 이 중 일부를 기성용에게 지급하며 국내 복귀 시 서울로 돌아올 것을 계약에 명시했다.

기성용은 2019-20시즌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스티브 브루스 감독의 전술 성향과 맞지 않아 주전 입지를 잃고 이적을 추진했다. 2020년 1월 이적 시장의 문이 열린 뒤 기성용은 FC 서울에 복귀 의사를 타진했으나 협상 과정이 원활치 않았다. 기성용 측은 협상이 결렬됐다고 판단했고, 선택 범위를 넓히기 위해 뉴캐슬과 협의해 계약을 조기 해지했다. 유럽 외 지역 소속 팀 이적 조건으로 알려졌다.

은퇴 전 K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던 기성용은 구체적 팀을 명시하지 않고 타진 가능한 K리그 팀을 수소문했다.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의견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접촉은 자금력을 갖춘 전북과 이뤄졌다. 전북은 기성용에게 K리그 역대 최고 대우를 제시했다.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지던 가운데 서울에 지급해야할 보상금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전북은 난색을 표했다. 백승권 전북 단장은 "보상금 존재를 알고 나서 한발 물러섰다"고 했다. 전북도 11일 기성용 협상이 종료된 사실을 확인했다. 특별한 변수가 발생할 경우에 대한 질문에 전북은 보상금을 서울에 지불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안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백승권 전북 단장은 "금액의 규모가 큰 것도 문제고, 이적료가 아닌 보상금을 지불하는 것이라는 것도 문제"라며 "금액이 합리적 수준이었다면 검토할 수 있었지만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이적료가 아닌 그 정도 금액의 보상금을 지불하고 데려온다면 앞으로 다른 팀들도 선수를 해외로 보내며 같은 조건의 조항을 넣을 수 있다. 이런 거래가 성사되면 안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며 기성용 영입을 최종 포기했다고 밝혔다.

백승권 단장은 "그 정도 금액의 보상금은 실질적으로 이적료가 발생하는 것과 같다. 기성용은 뉴캐슬과 계약을 해지했기 때문에 자유 계약 선수다. 그런데 이전 소속 팀에 그정도 돈을 지불하고 영입해야 하나는 것은 국제축구연맹의 자유계약 제도에 상충하는 일이다. 보상금은 기성용과 서울의 문제이지 다른 구단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그게 이뤄지면 안 좋은 선례가 된다"고 강조했다. 

백승권 단장의 공식 입장 표명으로 서울의 거듭된 제안에도 완강하게 서울 입단을 거부한 기성용의 K리그 복귀는 무산됐다. 이적 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의 수정된 제안도 전북의 제안에 크게 못미쳤다. 하지만 기성용 측은 금전이 아닌 마음의 문제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정된 제안도 전북의 제안에 미달한 것에 진정성을 느끼기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기성용은 서울의 직접 연락을 받지 않았고, 서울은 대리인을 통해 의사를 전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상금 조항은 언제까지나 유효하기에 기성용이 은퇴하기 전 K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보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기성용 측이 10일 협상 종료를 통보했다고 알렸지만 FC 서울은 11일 오전까지도 기성용 측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FC 서울 고위 관계자는 "협상이라는 것을 떠나 계속해서 기성용 선수 측과 이야기를 했다. 여러 보도가 나왔는데 초기 협상 과정에 모욕감을 주는 표현이나 대화는 없었다. 협상 과정에 원하는 조건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은 있을 수 있지만,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우리도 기성용 선수가 복귀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C2 글로벌은 "기성용 선수는 K리그 복귀 무산에 대해 상당히 상심하고 있으며, 이를 기대하고 계시던 국내 축구팬 여러분에게 매우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리그 이적 시장에 역대급 활기를 끌어낸 기성용 K리그 복귀 협상은 결국 최악의 결말로 끝났다. 기성용 측은 현재 미국과 중국, 중동(서아시아) 클럽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리그 개막이 5월까지로 연기될 수 있으며, 미국 메이저리그사커도 2월 22일부터 5월까지 선수 등록이 가능하다. 중동도 FA 선수의 등록은 여유 기간이 있다. 최근까지 유럽 최고 무대에서 활동한 전 한국 대표팀의 주장을 영입하고자 하는 팀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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