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캐치볼을 마치고 대화를 나눈 뒤 나란히 불펜피칭장으로 향한 김광현(왼쪽)과 브렛 시슬 ⓒ김태우 기자
[스포티비뉴스=주피터(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MLB) 클럽하우스는 선수들의 라커 위치로 ‘위상’을 엿볼 수 있다. 

대개 팀에서 인정을 받는 베테랑 스타들을 좋은 자리로 배정한다. 반대로 초청선수는 두 선수가 한 개의 라커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대우에 차이가 있는 셈이다. 12일(한국시간) 투·포수가 집합하며 2020년 스프링 트레이닝의 막을 올린 세인트루이스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실제 팀의 투수 리더인 아담 웨인라이트(39), 그리고 야수 리더인 야디어 몰리나(38)의 라커는 가장 구석진 자리에 있었다. 대다수 선수들은 좌우에 선수가 있는 반면, 웨인라이트는 왼쪽에 아예 라커가 없다. 몰리나는 양쪽에 라커가 있기는 하지만 오른쪽은 비어있다. 사실상 몰리나가 두 개를 다 쓸 수 있는 구조다.

그렇다면 김광현의 자리는 어딜까. 세인트루이스에서 나름의 대우를 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김광현도 오른쪽으로는 라커가 없다. 복도가 나 있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답답함은 덜한 구조다. 왼쪽으로는 좌완 불펜인 브렛 시슬, 복도를 건너서는 웨인라이트의 라커가 있다. 상대적으로 시슬, 웨인라이트와 자주 만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웨인라이트는 벌써 김광현을 동료로 인정하고 있었다. 

실제 김광현에게 가장 많은 말을 거는 선수가 바로 웨인라이트다. 김광현은 “웨인라이트가 장난도 많이 치고, 가는 길도 막고 그런다. 그러면서 친해지는 것 같다”고 웃었다. 

12일 불펜피칭이 끝난 뒤 클럽하우스에서 짐을 정리할 때도 웨인라이트는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통역을 사이에 두고 웨인라이트는 “KK(김광현의 애칭), 오늘 불펜피칭에서 무슨 구종을 던졌나”고 물었다. 김광현은 통역 없이 직접 영어로 자신의 구종을 설명했다. 간단한 단어와 김광현이 손으로 표현하는 그립만으로도 웨인라이트는 모든 것을 알아채고 김광현을 격려했다. 김광현의 표정도 환하게 밝아졌다. 

웨인라이트는 세인트루이스의 상징적인 선수다. 2005년 세인트루이스에서 데뷔해 올해까지 오직 카디널스에 자신의 경력을 바쳤다. 지난해까지 383경기(선발 316경기)에서 162승을 거둔 대투수다. 세 차례 올스타, 두 차례 골드 글러브, 그리고 한 차례 실버슬러거를 수상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세인트루이스 마운드의 리더다. 

김광현은 “프로 14년차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신인이나 다름 없다”고 강조한다. 솔직히 긴장도 된다고 털어놓는다. 처음 겪어보는 환경에 언어도 잘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웨인라이트와 같은 베테랑이 먼저 다가온다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긴장도 조금은 풀린다. 사실 세인트루이스의 40인 로스터 선수 중 김광현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7명뿐이다. 세인트루이스의 상징이 한국에서 온 ‘올드루키’의 적응을 돕고 있다.

한편 옆 라커를 쓰는 시슬 또한 12일 김광현과 캐치볼을 진행했다. 캐치볼이 끝난 뒤 서로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훈훈하게 일정을 마쳤다. 김광현과 시슬은 캐치볼 후 나란히 불펜피칭을 소화하기도 했다. 불펜 요원인 시슬은 이날 20개 정도의 공을 던지고 일정을 마쳤지만, 김광현은 약 50구를 던지며 한참 더 마운드에 남았다.

스포티비뉴스=주피터(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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