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바이러스가 쉽게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프로야구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KIA와 SK가 전지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미국 플로리다는 평화로운 분위기다.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협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플로리다를 비롯한 미국은 비교적 둔감한 것이 느껴진다. 거리에 마스크를 쓰는 이들도 없고,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야기하는 언론 보도도 그다지 많지 않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이야기하자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콤플렉스의 한 관계자는 “이곳은 따뜻하지만, 미국에서는 독감 때문에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했다. 미국은 지금 독감이 더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가면 사정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다행히 국내 사망자는 없지만, 확진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다. 전염병이 다 그렇듯이 얼마나 전파가 될지 모른다. 당국도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고 사회의 불안감은 절정에 이르렀다. 프로스포츠 리그도 당연히 이와 무관할 수 없다.

이미 프로농구와 프로배구가 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악의 경우에는 최고 인기 리그인 2020년 프로야구 일정도 고민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미 KBO 내에서는 여러 가지 상황을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구단 단장은 리그 단축에 대한 질문에 “아직은 아니다”라면서도 “전반적인 상황은 이제 논의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리그 단축은 KBO와 구단 모두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다. 복수 구단 취재 결과 지금도 구체적인 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도 일단은 일정대로 소화하고 있다. 열 감지 시스템과 마스크 배포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사실 리그 단축은 구단 및 리그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다. 선수들도 달가울 리는 없다. 아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고 어쩌면 반드시 피해야 할 상황 중 하나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지금보다 더 퍼질 경우에는 문제가 달라진다. 올해는 가뜩이나 올림픽 때문에 리그 일정이 빡빡하다. 개막을 연기해봐야 10월 이후 일정만 더 촉박해진다. “바이러스가 더 급격하게 확산되면 개막 연기는 의미가 없다. 리그를 단축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리그 단축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그때까지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이라면 만 명 이상 모이는 야구 경기를 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으면서 “행여나 야구장이 바이러스 확산의 원흉이 되면 프로야구가 받는 타격을 생각해야 한다. 또 경기를 한다고 해도 관중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구단은 경기를 할수록 적자가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다고 무관중 경기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쉽지 않다. 

아직 구단과 선수들은 이런 상황까지는 가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선수들도 한국에 있는 가족들 걱정이 태산이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직접 움직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가 있는 한 선수는 “아내가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 되도록 집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지난해 흥행 부진을 겪었던 KBO로서는 최대한 빨리 사태가 안정세로 접어들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팬들이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도 필요하다. 그러나 바이러스를 잡은 것은 KBO의 역량에 달린 문제가 아니라 더 답답하다.

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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